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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깡패 '전·화·기' 나와도..女性이면 힘들어요"

김동표 입력 2017. 05. 22. 13:47 수정 2017. 06. 12.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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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토요일 강남구 롯데 액셀러레이터는 한숨과 웃음, 눈물로 가득찼다.

사연 많은 이공계 여자들의 만남, WISET(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설립 5주년 기념 토크콘서트 '어쩌다 아름이'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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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2040 이공계 여성 대상
토크콘서트 '어쩌다 아름이'
취업장벽·유리천장과 분투

[아시아경제 김동표 기자]"중상위권 대학의 '취업깡패'라는 '전화기(전기전자/화학/기계)' 학과 나왔어요. 취업이 잘된다는 건 남자들만의 얘기예요. 기사 자격증 따고 영어 점수도 만들었는데, 면접 한 번 가기도 힘들어요. 주위 여자 동기들은 이미 다른 분야 취업, 대학원 진학, 공무원 시험 준비로 길을 바꿨어요. 똑같은 노력을 해도 남자 동기들이 먼저 취업하는 걸 보면 속이 쓰려요. 이 분야에서 당당히 살아남고 싶어요." (20대 취업준비생 김OO)

"로봇 동아리에 단 셋 뿐인 여자란 어떤 존재일까요? 같이 밥은 먹고 싶지만 프로젝트는 하기 싫은 존재? 필요 없는 주목을 받고 실력을 증명해야 하니 괴로워요. 하드웨어는 당연히 남자가 하고, 소프트웨어는 무조건 여자한테 맡기는 것도 싫어요. 자기들이 원하는대로 로봇이 움직이도록 프로그래밍 오더를 내리거든요. 여자가 아니라 같은 공학인으로 봐주면 좋겠어요" (20대 대학생 고OO)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WISET)는 20일 강남구 '롯데 액셀러레이터'(서울 삼성동)에서 2040 이공계 여성을 대상으로 토크콘서트 '어쩌다 아름이'를 열었다.

지난 20일 토요일 강남구 롯데 액셀러레이터는 한숨과 웃음, 눈물로 가득찼다. 사연 많은 이공계 여자들의 만남, WISET(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설립 5주년 기념 토크콘서트 '어쩌다 아름이'에서였다.

온라인을 통해 사전에 취합한 사연은 230여 개에 달했다. 학점, 연애, 취업, 결혼, 육아, 경력단절, 재취업, 창업 등 이공계 여자들이 삶에서 부닥치는 거의 모든 문제들이 한 데 모였다. 그 중 절반 이상이 취업, 나머지 절반 이상이 전공, 휴학, 경력단절, 이직 등 진로에 대한 광범위한 고민이었다.

230여 건의 고민 중에 연애에 대한 질문이 단 두 건 뿐이었다. 연애에 대한 희망이 왜 없겠는가. 단지 취업·결혼·출산·육아·경력단절에 대한 두려움이 압도적이어서, 숨 돌릴 틈이 없었을 뿐이었다.

20대부터 50대까지 각 세대를 대표하는 패널들은 세대와 처지를 뛰어넘어 함께 고민을 나눴다. '쎈 언니'로만 알려졌던 여명숙 게임물관리위원장은 "연애야말로 궁극의 가상현실을 체험하는 것"이며 "아이를 낳아 키운다는 건 남성들이 갖지 못하는 경력 한 가지를 더 갖추는 일"이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진로를 고민하는 후배들에게는 "철학에서 게임까지 수차례 길을 바꿨고, 인생에서 단 한 번도 정규직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전공과 일이 일대일 대응되지 않는 시대에, 개개인의 고유함을 살려 새로운 길을 만들라. 절대로 미리 두려워하지 말라"고도 했다.

여 위원장은 "여자들이 한 데 모여 판을 바꾸고 '대왕몬'을 잡으려고 노력하다 보면, 어느새 그들이 무서워하는 캐릭터로 성장할 것'이라며 "다음번에는 아예 법과 정책을 내놓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WISET)는 20일 강남구 '롯데 액셀러레이터'(서울 삼성동)에서 2040 이공계 여성을 대상으로 토크콘서트 '어쩌다 아름이'를 열었다. 사진 가운데는 패널로 참가한 여명숙 게임물관리위원장.

IT업계에서는 보기 드물게 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 박모씨는 이전 직장에서 육아휴직 때문에 법적 다툼을 해야했다고 한다. 박씨는 "(법적 다툼 당시) '불이익을 당할 것'이라는 걱정과 위협을 동시에 들었다"면서도 "그러나 프로그래머가 일할 수 있는 곳은 게임업계 말고도 많았다"고 말했다.

4시간 동안 진행된 행사에는 전국에서 온 100여 명의 참석자들이 대부분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열의를 보였다. 대전에서 올라온 20대 직장인 이경미 씨는 "나의 일상에서 생기는 고민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좋았다. 혼자가 아니라는 걸 깨닫고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포항에서 참석한 20대 교직원 강지우 씨는 "공대 아름이들이 꾹꾹 참으며 혼자서 열심히 버텨왔구나 싶었다. 이 자리에 와서 그걸 나누고 싶다는 절심함이 느껴졌다. 여자들이 모이고 얘기하고 지지하는 모임들이 더 자주, 더 여러 곳에서 생겨나야 한다"고 말했다.

행사를 총괄한 한화진 WISET 소장은 "여성은 이공계의 소수자로서 여러 어려움에 처하지만, 오히려 바로 그 지점에서 다른 여성들과 연대하면서 돌파구를 마련하고 더 의미 있는 일들을 할 수 있다"며 "다음에는 여성 과학기술인을 위한 정책 해커톤 같은 자리에서 신나게 다시 만나자"고 말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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