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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톡톡 플러스] 韓 저출산 문제, 왜 여성탓만 하나요?

김현주 입력 2017. 05. 28.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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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산부인과 전문병원 신생아실에서 간호사들이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연합

최근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한국 정부가 내놓은 저출산·고령화 기본계획은 노인 빈곤과 자살 등 인권 문제를 다루는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를 개인 탓이나, 여성 탓으로 돌리는 한국 사회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인권위는 최근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하는 ‘국가별 인권상황 정기검토(UPR)’ 보고서에 이와 같은 내용을 담았다고 밝혔다.

약 4년6개월 주기로 시행하는 UPR은 유엔 회원국의 인권상황을 점검하고, 개선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 권고하는 제도다. 한국에 대한 UPR은 2008년과 2012년 있었고, 올해 11월에 제3기 심의가 예정됐다.

◆인권위 "저출산, 개인 아닌 사회 구조적 문제"

인권위는 보고서에서 최근 심각해지고 있는 저출산은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닌 사회 구조적 차원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저출산에 대응하려면 여성의 경력 단절, 양질의 국·공립어린이집 부족, 낮은 남성 육아휴직률 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인권위는 강조했다.

이어 일·가정 양립을 지원하는 정책과 청년에게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 대안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마련한 고령화 대책에 대해서도 "여전히 고령화 문제를 저출산과 연계한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초점을 맞춰 다루고 있다"며 노인 인권 인식에 한계가 있다고 적시했다.

◆새 정부, 저출산·고령화 및 양극화 문제 해소 시급

이와 함께 인권위는 새 정부의 핵심적인 인권과제로 저출산·고령화와 양극화 문제 해소를 들었다.

최근 인권위가 발표한 10대 인권과제는 △저출산·고령화에 대응한 인권보장 강화 △양극화 해소 △인권선진국 도약을 위한 인프라 구축 △취약계층 인권보장 강화 △기업의 인권경영 확대 △4차 산업혁명 과정에서의 노동·정보인권 보호 강화 △자유권적 기본권 보장 강화 △인권친화 병영문화 정착 △환경권 강화 △한인권 개선 추진 등이다.

이가운데 인권위는 사회 통합을 위해 가장 중요한 2대 인권과제로 저출산·고령화와 양극화 문제 해소를 꼽았다.

대표적인 저출산·고령화 문제로는 임신·출산·육아로 인한 고용상 불이익과 청년의 실업·빈곤·주거 문제, 노인 의료비 등을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들었다.

양극화 해소 과제로는 일정 소득 이상 가족이 있으면 기초생활수급자가 될 수 없도록 한 부양의무제 폐지와 건강보험 적용 확대, 비정규직·특수고용 노동자 노동권 보장, 공교육 중심의 교육제도 구축 등을 언급했다.

인권위는 "이번에 제시한 인권과제가 새로 출범한 정부의 국정 과제에 반영되어 인권존중과 사회통합의 가치를 함께 아우르는 성숙한 민주사회가 실현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이 낳을 여성인구 자체가 줄어…신생아 수도 감소

그렇다면 시민들은 저출산 문제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취업준비생 김모(29)씨는 "앞선 정부처럼 저출산 대책에 수십조원 쏟아 붓지말고, 그 예산으로 일단 청년층 일자리 문제부터 해결해줬으면 좋겠다"며 "기본적으로 먹고 사는 문제인 일자리가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출산율이 올라간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모(38)씨는 "우리나라 사회 문제의 최종점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저출산이다. 한국처럼 작은 땅덩이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는 타인과 경쟁을 계속해야 하고,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자신의 능력 이상으로 일을 하다보니 점점 지쳐가며, 다른 곳에 눈을 돌릴 여유가 사라진다"며 "서로 조금씩만 내려놓고 살면 되는데, 본인만 살겠다고 발버둥치니 남들은 더 발버둥치게 되고, 그게 다시 자신의 목을 조이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고 지적했다.

주부 박모(41)씨는 "주위를 둘러보면 태어나는 애들은 줄었어도 여성 1명당 낳는 신생아 수는 늘었다. 아이를 낳을 여성인구 자체가 줄었으니 신생아 수도 줄어드는 게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라며 "여성이 애를 안 낳는 게 아닌 여성인구 자체가 줄어든 것이다. 지나친 남아선호로 인해 여아 낙태를 마치 당연시하던 일부 기성세대들에게 여성 인구가 왜 줄었는지 묻고 싶다"고 전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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