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안아키' 방식은 백신 없던 1800년대 치료법"

이민영 입력 2017. 5. 30. 20:18 수정 2017. 5. 31.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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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30일 기자회견 열고 '안아키' 비판
"부모에 잘못된 정보 제공해 그릇된 선택 유도"
"가짜뉴스보다 더 위중한 범죄행위에 해당"
"자연치유는 아이·임산부 등 위험에 빠뜨려"
자연치유법으로 병을 고친다고 주장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에 올라온 아토피 피부염 환자의 치료 전후 사진. 대한의사협회는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 카페의 주장을 비판했다. 이 자리에서 안지영 국립의료원 피부과 전문의는
'극단적 자연주의 육아' 논란을 빚는 인터넷 커뮤니티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이하 안아키)와 관련해 대한의사협회가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 카페에서 권장하는 자연치유법은 전혀 근거 없고 비과학적인 방법"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2013년 문을 연 안아키는 "아이에게 수두 등 필수 예방접종을 맞히지 말라"고 권하고 있다. 카페를 설립한 한의사 김효진씨는 "수두 접종을 맞히기보다는 수두 걸린 아이들과 모여서 자연스럽게 수두에 걸리는 '수두 파티'를 하는 게 더 낫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카페에선 "화상에는 온찜질을 하라" "배탈·설사 등엔 숯가루를 먹이면 된다" 등 납득하기 어려운 치료법을 소개한다.
대한의사협회는 30일 서울 용산구 의협 3층 대회의실에서 '자연치유의 허와 실,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논란이 된 '안아키' 카페의 문제점을 진단했다. 이민영 기자
대한의사협회는 30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협회관 대회의실에서 '자연치유의 허와 실,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고 안아키 사건에 대한 의료계의 공식 의견을 발표했다.

발표자 한 명인 엄중식 가천의대 교수(대한감염학회 학술위원)는 "'수두 파티' 등 안아키에 소개된 자연치유법은 백신이 개발되기 전인 1800년대 치료법으로 근거가 전혀 없다. 반면 백신은 수십 년 이상 근거가 축적된 과학적 치료법"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면역력이 약하거나 병을 앓고 있는 있는 아이, 노인·임산부가 수두에 노출되면 위험한 결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아키는 잘못된 의료 정보를 제공해 부모의 판단을 흐리고 잘못된 선택을 하도록 만들고 있는데 이는 최근 문제가 되는 '가짜 뉴스'보다 더욱 위중하며 범죄 행위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이재갑 한림의대 교수(대한감염학회 신종감염병 특임이사)는 해외 사례를 들어 '예방 접종 거부'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지난 1998년 영국 의학자 웨이크필드는 "홍역·볼거리·풍진을 예방하는 MMR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내용의 논문을 국제 학술지에 발표했다. 이 논문으로 인해 특히 영국에서 이 백신에 대한 공포감이 조성됐다. 하지만 12년이 지난 2010년 이 논문은 데이터를 조작한 '가짜'로 드러났다. 웨이크필드의 의사 면허는 박탈됐다. 이 교수는 "이처럼 예방접종 거부로 집단면역이 붕괴하면 5~10년 후 감염병이 재유행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안아키가 제시하는 '장염에 숯가루 치료' 등도 의료인이 가진 기본적 상식에 반대되는 치료법으로 강력한 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지영 국립의료원 피부과 전문의(대한아토피피부염학회 홍보이사)는 아토피 치료에서 과학적 근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아토피는 피부염으로 시작해 비염·천식·대사성질환·심혈관계 질환으로 악화할수 있어 초기 치료가 중요하다. 전문가에 의한 정확한 진단후 꾸준한 피부관리와 적극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안아키 방식은 전혀 근거없고 터무니없는 관리법으로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고 말했다.

의협은 보건당국에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추무진 의협 회장은 "안아키 카페에서 제시된 자연치유법은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방법으로 절대 따라하면 안 된다. 보건당국이 이를 철저히 조사하고 필요하면 법에 따라 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민영·박정렬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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