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가 인문학 예능, 인문학 대중화일까 싸구려 인문학일까
강연 시사·교양 프로그램에서 이제는 예능으로
"인문학의 상품화" vs "인문학의 대중화"
방송가 인문학 열풍이 거세지고 있다. JTBC '차이나는 클라스' 같이 전문가가 연예인들을 대상으로 인문학 강의를 하는 기존 시사·교양 프로그램이 꾸준히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에는 예능 프로그램으로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인문학 콘텐츠가 방송 아이템으로 확고히 자리를 잡은 모양새다.
tvN은 이 같은 흐름의 선봉에 서 있다. 지난달 '우리들의 인생학교', '수업을 바꿔라'를 선보인데 이어 '알쓸신잡'까지 가세했다. '우리들의 인생학교'가 자신이 누군지에 대해 답을 찾는 과정을 그렸다면 '수업을 바꿔라'는 북유럽의 학교를 방문한 뒤 교육에 대해 고민을 하게 만든다. '알쓸신잡'은 제목 그대로 잡학(雜學) 수다를 내보낸다.
애초 인문학 열풍의 시작은 2000년대 후반부터다. 경기 불황의 타개책을 고전에서 찾자는 움직임이 재계에서 일었다. 2011년 3월 “애플의 DNA는 기술력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교양 과목과 인문학이 결합된 기술이야말로 우리의 가슴뛰게 하는 결과를 만든다”는 스티브 잡스의 말은 인문학 열풍에 도화선이 됐다. 이후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지대넓얕·2014) 등 출판가 인문학 붐에 이어 방송가에도 인문학 방송이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딱딱한 인문학 강연 방송이 스타 강사 및 명사를 활용한 가벼운 강연 방송을 거쳐 이제 예능으로까지 확장된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가벼움이 인문학의 대중화에 기여하지 않을까. '알쓸신잡'이 아니었다면 뱀장어가 양식이 안 되는 이유, 미토콘드리아를 통한 모계 추적, 이순신 장군 숨결의 계산법, 백석 시인과 통영의 인연 등을 쉽게 접할 수 있었을까.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예능이라는 장르에서 묵직하게 인문학을 다루는 건 한계가 있다"며 "보는 이로 하여금 호기심을 자극하거나 이런 측면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예능과 인문학이 상호작용을 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 영동고속도로 '마의 구간'···사망사고 잦은 원인 분석하니
▶ '문모닝'서 '文칭찬' 박지원으로···당내선 "왜 저러시나"
▶ 현충일 '1분 묵념' 사이렌, 왜 4분 늦어졌을까?
▶ 이영애 30억 인데, 中 배우 드라마 출연 한편에 100억
▶ '호화 결혼식' 인기인데···휘청이는 강남 웨딩홀, 왜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환영의 CEO를 위한 인문학-역사를 만든 '죽은 백인 남자들'(13) 톨스토이
- "사람 갈아 만드는 방송"..성폭력, 박봉에 시달리는 방송가
- [마이크 수다] "안철수는 평생 재복, 문재인은.." 관상학으로 본 대선 포스터
- 가니에르 "먹는 방송 나오면 TV 꺼버린다"
- 성악가의 완벽해보이는 경력, 어떻게 가능했을까
- "오빠폰에 몰카" 與의원실 비서 여동생이 신고
- 김환기에 이우환까지···300억 경매 나온다
- 은지원, 제주 카페서 6명 모임 논란···"반성"
- '슬의생'이 '슬의생' 했나···장기기증 등록 11배로
- 26살 아이콘 바비 다음달 아빠 된다,깜짝 결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