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21세기 시각으로 재해석한 셰익스피어 '햄릿'

김슬기 입력 2017.06.06. 17:12 수정 2017.06.06.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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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부커상 작가 이언 매큐언의 '넛셸'
셰익스피어는 세계 문학의 가장 높은 봉우리다. 모든 작가들이 경외하고, 흠모하며, 언젠가는 그의 문학을 넘으려 한다. 맨부커상을 수상한 영국의 거장 이언 매큐언(69)의 최신작 '넛셸'(문학동네 펴냄)도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다시 쓰며,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시험에 도전한다.

"내 어머니는 음모에 가담을 했고 따라서 나 역시 마찬가지다. 내 역할은 저지하는 것이겠지만. 주저하는 바보인 내가 너무 늦게 태어난다면, 내 역할은 저지가 아닌 복수가 되겠지."

21세기의 햄릿은 어머니의 태아로 배 속에 들어 있다. 그리고 복수를 위해 태어날 순간을 기다린다. "나는 여기, 한 여자의 몸속에 거꾸로 들어 있다. 참을성 있게 두 팔을 엇갈려 모으고서, 기다리고 기다리며, 이 안에 있는 나는 누구이고, 무엇 때문에 여기 들어 있는지 궁금해한다"고 독백하며.

젊고 아름다운 여인 트루디는 남편 존의 동생 클로드와 불륜을 저지르며 살인을 모의 중이다. 공모자들은 출판사를 운영하는 무명 시인인 존을 살해하고 그의 700만파운드짜리 저택을 차지하려 한다. 하지만 태아는 모든 것을 낱낱이 듣고 있었다. 어머니가 즐겨 듣는 팟캐스트와 오디오북을 훔쳐 들으며 태아는 지성을 길렀다. '와인에 대해 알기', 17세기 극작가들의 전기,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 등 책은 태아를 전율하게 만들고, 동시에 어머니를 잠들게 했다.

밤마다 존은 아내에게 사랑의 의식으로 키츠와 오언의 시를 낭송해주지만, 트루디는 차마 말하지 못한다. 더 이상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 자신에게 연인이 생겼다는 사실을. 태아는 가망 없는 사랑으로 연결된 자신과 아버지의 신세를 자각하게 된다.

이언 매큐언은 전매특허인 우아한 문체로 인간의 욕망과 이기심, 도덕성과 같은 현대사회의 문제를 시니컬하게 풍자한다. "아아, 나는 호두 껍데기 속에 갇혀서도 나 자신을 무한한 왕국의 왕으로 여길 수 있네"라는 '햄릿' 2막 2장에서 제목을 따온 이 소설은 가장 위대한 작품으로 '햄릿'을 꼽아온 작가의 애정을 확인할 수 있는 오마주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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