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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논쟁] 새 정부 탈원전 정책

입력 2017.06.06. 21:12 수정 2017.06.07.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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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반대
윤순진 서울대환경대학원 교수
김명현 경희대학교 교수

새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을 둘러싸고 논란이 뜨겁다. 정부는 신고리 5, 6호기를 포함한 신규 원전 건설 중단, 40년 뒤 원전 제로 로드맵 등 문재인 대통령의 탈원전 공약은 반드시 실천한다는 방침을 거듭 밝혔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지난 1일 미래창조과학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이런 입장을 재확인했고 지난달 말에는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원전 중심의 발전체계를 단계적으로 폐기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요구했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전의 위험성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탈원전은 세계적 추세가 되고 있다. 원전사고의 공포에서 벗어나는 궁극적 해법은 원전 제로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런 점에서 국민 안전에 방점을 둔 정부 에너지 정책의 방향은 옳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반론 또한 거세다. 원전 폐기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에 앞서 장단점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해야 된다는 것이다. 원전 없는 에너지 정책은 대체전력과 소비자 비용 증가 등 부작용을 낳을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안정적인 전력 수급에도 차질이 빚어진다고 한다. 에너지 전공 대학교수 230명은 최근 성명을 내고 대안 없는 일방통행식 탈원전 정책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대학교수들이 특정 현안에 집단적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은 처음이다. 그만큼 탈원전이 논쟁적이란 얘기다. 찬성과 반대 양쪽의 의견을 들어봤다.

정진영 논설위원

■ 이래서 찬성 - 윤순진 서울대환경대학원 교수
안전성과 경제성 둘 다 원전이 담보하지 않아

문재인 정부가 ‘노후 원전 폐쇄와 신규 원전 건설 중단, 재생에너지 비율 2030년까지 20% 달성’이라는 에너지전환정책의 시동을 걸었다.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정책’은 ‘문재인1번가’에서 가장 많은 ‘좋아요’를 얻은 공약이다.

다수 국민이 에너지정책의 방향 전환을 원한다. 원자력문화재단의 국민인식조사(2016년 8월)에서조차 선호하는 발전방식 1위는 76.2%가 찬성한 신재생에너지였다. 11.7%만이 원자력이라 답했다. 원전 추가 건설에는 38.2%가 현 수준 유지, 29.5%가 축소를 원했고, 28.4%만 증설에 찬성했다. 2011년의 일본 후쿠시마 사고와 지난해 9월 규모 5.8의 지진과 연이은 수백 회 여진을 경험한 후 다수 국민은 에너지정책도 안전과 생명이란 관점에서 접근하길 바란다.

게다가 원자력 발전은 더 이상 경제적인 발전 방식이라 말하기 어렵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kWh당 평균 발전단가가 2014년에 석탄 60원, 원자력 120원, 태양광 180원, 풍력 90원이었지만 2020년에는 각각 70원, 130원, 80원, 70원으로 전망된다. 그래서 원자력이 아니라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투자 확대가 세계적 추세다. 2016년 신규발전설비 중 절반 이상이 재생가능에너지였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0년이 되면 재생가능에너지가 발전설비의 절반이 넘을 것으로 전망한다. 설비수명동안 GWh당 연간 직접고용인원은 태양광이 0.87명으로 0.14명인 원전보다 6배나 많다. 무엇이 미래를 위한 합리적 선택인지 자명하다. 원전확대 지지자들은 원전기술은 안전하다고 전제한다. 하지만 이 전제가 성립하기 어렵다면? 원자력에 기댄 경제성장도 수출 진흥도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원자력 안전이 신화였음을, 한 번의 사고가 엄청난 피해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다시금 상기시켰다. 사용후 핵연료와 폐로문제는 또 어떤가? 5년 쓸 전기를 위해 10만 년 이상 안전하게 보관해야 할 사용후 핵연료는 처분기술조차 없이 쌓여가고, 폐로기술도 없이 노후 원자로가 줄지어 있다.

노후 원전 폐쇄와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은 당연한 조치이자 비정상의 정상화이다. 신고리 5,6호기가 건설되면 한 지역에 모두 10기(11,500MW)가 들어서서 단일 지역으로는 세계 최고 밀집지가 된다. 동일한 (자연)재난에 동시에 노출되면 연쇄사고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다. 총 시설용량 또한 최대로 사고 시 누출 방사능 물질 또한 그만큼 많다.

게다가 고리 원전 30km 이내에 무려 380만 명이 거주한다. 그런데도 신고리 5,6호기 건설허가 때 다수호기 동시사고에 대한 아무런 고려가 없었다. 더군다나 한수원은 건설허가 이전에 이미 공사를 시작했다. 노후원전 폐쇄는 또 어떤가? 최신 기술 기준과 비교한 안전성 평가 없이, 일부는 40년 전 기술기준에 따라 수명 연장 허가가 내려진 월성 1호기는 사법부의 위법성 인정 판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운영 중이다. 노후원전은 고장과 사고 가능성이 크므로 안전한 폐쇄가 답이다.

현재 진행 중인 신규원전 건설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바로 전력 수요 공급에 차질이 생기고 전력 요금을 당장 인상해야 하는 걸까? 그렇지 않다. 지금도 전력은 남아돌고 수요증가는 둔화되었다. 신고리 5,6호기는 전력 수요가 매해 2.2%씩 늘어날 것이란 전망에 기초한 미래 대비용이다. 그러니 건설을 멈춘다고 당장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더 중요한 건 수요관리다. 지금이야말로 낭비적인 전력 소비 행태를 떠받치고 전력 생산지와 경과지에 위험 부담을 비윤리적으로 전가하며 지역 간 갈등을 부추기는 대규모 중앙집중적 전력체계를 변화시킬 새로운 에너지정책으로의 전환을 위한 적기다. 이제껏 확대일로를 걸어온 원전정책으로 혜택을 입은 원자력계의 주장이 에너지전환의 걸림돌이 되어선 곤란하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 이래서 반대 - 김명현 경희대학교 교수
친환경·안정적 에너지… 수출 경쟁력 인정 받아

새 정부의 탄생은 여러모로 많은 사람에게 기대와 안도감을 안겨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걱정과 놀라움을 갖게 한다. 공감이 가는 공약이 많다. 그런데 그 많은 공약을 임기 내에 다 완수할 수 있을까 싶다. 인수위도 없이 바로 출범한 정부로서는 조바심과 다급함이 없을 수 없다. 특히 전력에너지 정책을 매우 급하게 추진하는 것 같다. 그러나 국가의 전력에너지 수급 계획은 몰아치듯 추진할 일이 아니다. 좌우는 물론 과거와 미래를 살펴봐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의 현실을 정확히 진단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 공약 중 원자력과 관련한 것을 보면 ‘깨끗하고 안전한 사회’, ‘미세먼지 감축’, ‘친환경 에너지 패러다임 추구’가 있다. 문제는 친환경을 ‘노후 원전 폐쇄 및 신규 원전 건설 중단’으로 해석한다는 점이다. 원자력은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나 미세먼지를 전혀 배출하지 않을 정도로 청정 친환경 에너지다. 그렇다면 ‘탈원자력을 해야 한다는 방향이 깨끗하고 안전한 사회를 확보하기 위함인가’라는 의문이 제기된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얼마나 위협적인지 깨닫게 했다. 그러나 9·11사태가 터졌다고 모든 비행기 운항을 중지시키지 않으며, 세월호 참사가 있었다고 모든 여객선을 묶어두지 않는다.

새 정부는 노후 원전을 세우고 신규 원전 건설을 중지시키는 것이 안전성을 증진한다고 판단한다. 거기에는 경북 경주 지진의 공포가 한몫한다. 차분하게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 원자력을 세워야 한다는 논리의 세 측면을 냉정하게 살펴보자.

첫째, 원전의 안전성은 몇 차례의 사고를 계기로 크게 증진됐다. 이제 충분히 안심할 수준이다. 새로 지은 롯데타워와 30년 된 5층짜리 아파트, 새로 지은 지 2년이 된 단독주택이 있다고 하자. 이 중 어떤 건물이 지진에 가장 쉽게 무너질까. 지진 대비 안전성은 내진설계가 어느 정도인가에 달려 있다. 위험해 보인다는 염려로 고층빌딩 건설을 불허하지 않는다. 전문가의 판단을 신뢰해야 한다. 한동안 원자력을 멀리했던 영국이 원자력을 재생시키고자 노력하며, 원전 사고를 겪은 일본도 재가동을 준비 중이다. 석유가 풍부한 사우디아라비아는 원전을 10기나 지으려 하고 있다. 안전하지 않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둘째, 원전은 우리나라의 전력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다. 석탄을 퇴출시키면 가스와 재생에너지가 그 몫을 감당해야 한다. 신재생에너지는 아무리 노력해도 20∼30% 이상 감당하기 힘들다. 또 이를 활용한다 하더라도 바람이 불지 않거나 태양광이 약할 때면 대기 중인 비싼 대체 발전을 통해 부족한 전기를 급히 생산해야 한다. 천연가스 확대는 온실가스 감축을 약속한 파리기후협약 준수를 어렵게 하며 국민들은 수급 불안정과 경제적 부담을 고스란히 받아들여야 한다.

셋째, 원자력 부산물인 방사성 폐기물 처리 문제가 심각하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깨끗한 에너지가 아니라고 한다. 방사성 폐기물 처리는 매립과 재처리, 소멸처리의 두 가지 방안이 있다. 현재 우리는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과 함께 재처리 기술 개발에 참여하는 등 지평을 넓히고 있다. 재처리를 통한 폐기물 소멸처리가 개발되면 이상적으로는 모든 고준위 폐기물을 없앨 수도 있다.

원자력은 안전하고 값싸며 수급이 안정적인 국산 에너지로서 지금처럼 30% 정도를 감당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정책은 지난 20여년의 에너지 기본 계획에 의해 다듬어진 우리의 선택이었고 그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또한 그동안의 노력으로 우리나라 원자력은 잇따른 원전 수출을 도모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을 포기하게 하는 탈원전 정책은 성급하다. 이 정책을 재검토하는 국민적 논의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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