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평가 적용하니 수능 전 영역 1등급, 서·연·고·한·성 정원 맞먹어

전민희.정현진 2017. 6. 26.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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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현 중3 보는 2021년 수능 절대평가 도입 검토
시험 난이도 관계없이 90점 이상 받으면 1등급 부여 방식
최근 6년간 수능에 적용해보니 기존보다 1등급 13배 증가
"수능 변별력 사라지면 내신·학생부 등 또 다른 부담 커져"
"절대평가 도입돼야 고교 수업 다양해지고 사교육 줄어"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 사무실 앞에서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회원들이 수능 절대평가를 반대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절대평가 방식으로 바꿀 가능성이 커지면서 새로운 방식에 대해 걱정하는 학부모들이 늘고 있다. 현행 방식은 전체 수험생을 정해진 비율대로 나눠 성적 등급을 매기는 상대평가다. 절대평가는 특정 점수를 기준으로 등급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본지가 지난 수년간 수능에 새 방식을 적용해보니 수능이 상대적으로 쉬웠던 해는 새 방식대라로라면 수능 전체 영역(국어·영어·수학·탐구)에서 모두 1등급을 받는 최상위권 수험생만 1만7000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능 성적이 높은 학생들이 많이 가는 서울대·연세대·고려대·성균관대·한양대 등 5개 대학이 올해 뽑는 신입생을 모두 합한 것(1만6587명)보다 많은 숫자다. 이렇게 되면 이들 대학 지원자 사이에선 수능이 변별력을 갖지 못하게 돼 '무용지물'이 돼 버린다. 학부모들은 대학들이 신입생을 뽑기 위해 수능 이외의 잣대를 새로 도입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한다. 수능의 절대평가 전환은 이르면 현재 중3부터 적용된다. 교육부는 오는 9월 절대평가 전환 여부 및 도입 시기를 발표할 예정이다.

본지는 수능이 절대평가로 바뀔 경우 등급 분포상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를 따져봤다. 수능을 출제·관리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공개한 최근 6년간(2011~2016학년도) 수능 점수를 기준으로 했다. 모든 영역에서 1등급을 받는 수험생 규모가 얼마나 될지를 종로학원하늘교육과 함께 시뮬레이션해봤다.

현재의 상대평가에선 영역별로 백분위 상위 4%가 1등급을 받는다. 하지만 절대평가에선 원점수 90점 이상이면 1등급이다. 시험이 어려우면 1등급 숫자가 적고, 쉬우면 많아지는 방식이다.

기존 점수에 새 방식을 적용해 보니 국어·영어·수학·탐구(사회·과학탐구) 2개 과목 등 5개 과목에서 모두 1등급(90점 이상)을 받는 학생은 많게는 1만7375명이나 됐다. 수능이 쉬워 '물수능'이라 불린 2012학년도 수능이 그렇다. 이보다 1년 앞서 '불수능'으로 통했던 2011학년엔 이런 학생이 5354명인 것으로 분석됐다. 1년밖에 차이가 안 나는데 전 영역 1등급 숫자가 3배로 늘어나는 셈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해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기존 상대평가 적용시와 비교해 전 영역 1등급 숫자가 상당히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기존 상대평가에서 전 영역 1등급 인원이 가장 적었던 것은 2015학년도 수능의 1140명이다. 그런데 여기에 절대평가를 적용하니 이런 학생이 13배 수준인 1만4830명으로 늘어났다.

문제는 이처럼 1등급 학생이 많아지면 수능에서 변별력이 사라져 버린다는 점이다. 전 영역 1등급인 수험생이 서울대·연세대·고려대·성균관대·한양대 등 서울 소재 5개 대학 모집 정원과 비슷해지면 해당 대학들은 수능 점수만으론 수험생을 가려내기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그리고 수능이 무용지물화 되는 것은 이후 등급에서도 도미노처럼 이어지게 된다.

물론 수능이 어렵게 출제돼 1등급 학생이 지나치게 많지 않다면 이런 걱정은 기우일 수 있다. 그런데 다른 영역에 앞서 올해 절대평가가 우선 도입된 영어를 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지난 21일 성적이 공개된 6월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에선 영어에서 90점 이상을 받아 1등급을 받은 수험생이 4만 명을 넘었다. 수험생 100명당 8명(8.1%) 비율이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6월 모의평가 영어영역에서 1등급을 받은 4만명은 서울 소재 대학의 전체 모집인원과 비슷한 규모다. 이렇게 되면 상위권뿐 아니라 중하위권에서도 영어에선 변별이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수능 절대평가 전환을 공약을 내건 것은 수능에서 지나친 경쟁을 줄이자는 취지다. 90점이나 100점이나 같은 등급이 부여된다면 1, 2점을 더 받으려고 수험생끼리 경쟁하지 않아도 된다는 논리다. 이주희 교육부 대입제도과장은 “과도한 경쟁을 줄이고 일정 기준 이상만 성취하면 1등급을 받을 수 있게 절대평가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선 교고에서 수능의 절대평가 전환을 반기는 측면도 있다. 절대평가로 바뀌면 수능 대비에 몰두해 있는 고교 수업이 다양해질 것이라는 예측에서다. 수능 비중이 낮아지면 상대적으로 학교 내신이 중요해져 학생들이 학교 생활에 보다 충실해질 것이라는 논리다. 주석훈 미림여고 교장은 “지금 같은 상대평가에선 모든 고교 생활이 수능에 맞춰져 학생들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없다. 4차 산업혁명에 맞는 창의적 인재를 기르기 위해서라도 수능은 절대평가로 전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연근 서울진학지도협의회장(잠실여고 교사)도 “수능이 절대평가로 전환돼야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EBS 교재를 푸는 데서 벗어나 학교생활에 좀 더 충실하고 자신의 진로 계발에 집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학으로선 지원자들 사이에서 우수 학생을 가려내고 싶어한다. 현재 대부분 대학은 학생부·논술·면접 등을 위주로 신입생을 뽑는 수시 모집에서도 수험생이 수능에서 일정한 등급을 받아야 합격시키는 곳이 많다. 정시모집에선 수능 성적위주로 신입생을 선발한다. 그런데 절대평가 전환으로 수능에서 변별력을 따질 수 없게 되면 대학으로선 내신이나 학생부·논술·면접 등 다른 요소의 비중을 늘릴 수밖에 없다. 수능에서 과도한 경쟁을 줄이기 위한 정책(수능 절대평가 전환)이 다른 요소에서의 경쟁을 부추기는 '풍선효과'가 발생할 여지가 다분한 것이다.

임진택 경희대 입학사정관은 “수능이 절대평가로 바뀌면 대학들이 정시모집에서 수능만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게 불가능해진다. 대학들로선 정시를 줄이고 수시를 대폭 늘리거나, 정시에서도 내신·면접·학생부 등을 다양하게 평가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국중대 한양대 입학사정관도 “현재 수시모집에서 수능을 최저학력기준으로 활용하는 것처럼 정시에서도 수능은 1단계 통과에 필요한 자격고사 정도로 취급하고 다른 요소를 평가하게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18학년도 수능 6월 모의평가가 열린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입시 변화에 대한 예측이 엇갈리는 가운데 그렇잖아도 복잡한 기존 입시제도에 가까스로 적응해온 학생·학부모들로선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중3 자녀를 둔 직장맘 김미경(43·서울 역삼동)씨는 “우리 아이는 문·이과 통합형 수능을 치르는 첫 세대인데 평가 방식마저 바뀐다고 하니 너무 변화가 큰 것 같다”고 못마땅해 했다. 김씨는 “현재도 고교생들은 내신에 동아리, 봉사활동까지 관리해야 할 게 많다고 하는데 입시 부담이 더 커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학생·교사·대학 등 현장의 의견을 두루 수렴해 과도한 경쟁을 줄이돼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입시 정책을 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사립대의 한 입학사정관은 “급격한 변화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혼란을 줘 사교육을 유발한다. 2021학년도 전체 영역을 모두 절대평가로 전환하기보다는 영어 절대평가의 장단점을 충분히 검토한 후 단계적으로 전환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민희·정현진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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