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동아일보

'인육 미드' 심취한 IQ 140 소녀.. 그 안에 악마가 크고 있었다

입력 2017. 07. 03. 03:03 수정 2017. 07. 03. 09:20

기사 도구 모음

음성 기사 옵션 조절 레이어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인천 초등생 살해 주범 金양의 성장과정 재구성해보니

[동아일보]

인체 해부학 책을 즐겨 본 김모 양은 최근 인육을 먹는 장면이 나오는 미국 드라마 ‘한니발’에 심취했다(맨위쪽). 학교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SNS에 빠져든 김 양(가운데)은 SNS를 통해 만난 성인들과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웠다(맨아래쪽).
3월 인천에서 초등학생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김모 양(17·구속 기소).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김 양이 어릴 때부터 인체 해부학 서적을 즐겨 보고 따라 그리기까지 한 점을 포착했다. 아버지가 의사인 김 양은 어릴 때부터 머리가 좋다는 얘길 많이 들었다. 그러나 주위의 무관심 속에 사람과 만나기보다는 온라인에서의 기괴한 대화를 즐겼고, 인육을 먹는 장면이 나오는 미드(미국 드라마)에 몰입해 갔다. 정신의학자를 꿈꾸던 김 양 ‘내면의 살인자’는 오랜 세월을 두고 성장했다.

동아일보는 김 양에 대한 경찰 조사와 법정 진술, 주변 사람들 인터뷰를 바탕으로 그의 성장 과정과 최근 행태를 재구성했다.

○ “내 IQ는 130∼140”

‘똑똑하지만 독특한 아이.’

고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김 양의 학교 성적은 우수했다. 초등학교 때는 많은 과목에서 만점을 받기도 했고, 중학생 때도 교내 상위권 성적을 거둘 정도였다. 친구들 사이에선 “공부 잘하는 아이”로 알려져 있었다. 김 양은 주변 친구들에게 “내 IQ(지능지수)가 130∼140 정도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양은 의학 쪽에 관심이 있었다. 아버지가 의사여서 집에 의학 관련 서적이 많았다. 김 양도 관련 서적에 큰 관심을 보였다. 김 양의 눈길을 끈 것은 인체해부학 서적이었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 김 양은 책 속 인체해부도를 직접 따라 그리기도 했다. 가상의 캐릭터 그리기를 즐긴 김 양은 “캐릭터를 그릴 때 의학적 고증을 많이 고려한다”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올리기도 했다. 김 양이 피해자 시신에서 내부 장기를 적출할 수 있었던 것도 평소 인체 해부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이유다.

○ 인육 다룬 미드에 심취

김 양은 최근까지 19세 이상 관람가인 미국 TV드라마 ‘한니발’(2013∼2015년)에 빠져 있었다. 이 드라마는 희대의 연쇄살인마 한니발 렉터 박사와 미국 연방수사국(FBI) 프로파일러의 심리전을 그렸다. 주인공 한니발은 인육 요리를 즐기는 사이코패스로 묘사된다. 김 양은 자신의 컴퓨터에 한니발 전편을 내려받아 놨다. 트위터에선 한니발의 주요 대사를 주기적으로 올리는 계정을 구독하기도 했다.

공범 박모 양(18·구속 기소)과는 고어물(gore物·사람을 잔혹하게 죽이고 시신을 훼손하는 영상이나 사진)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눴고 ‘인육 파티’에 대한 언급도 주고받았다. 범행 당일 김 양은 커다란 여행용 가방을 들고 나가며 박 양에게 ‘사냥하러 간다’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 가방이 범행에 사용되지는 않았지만 주변인들은 ‘김 양이 심취한 캐릭터 커뮤니티에서처럼 범죄자 콘셉트에 맞춘 것 같다’고 말했다.

○ SNS 심취하며 ‘탈선’

김 양은 자신을 이해해줄 사람을 현실에서는 만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중학교에서는 연예인 이야기만 하는 학교 친구들을 시시하게 여겼다. 맞벌이인 부모와도 대화를 나눌 시간이 많지는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고교에서는 공부에도 흥미를 잃고 우울증 증세를 보여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기도 했다. 결국 고교를 자퇴한 뒤 집에서 검정고시를 준비했다.

이런 김 양에게 인터넷과 SNS는 탈출구였다. 또래에 비해 그림 솜씨가 빼어난 김 양은 SNS에 그림을 올리면서 캐릭터 커뮤니티에서 주목을 받았다. 김 양은 다른 사람들의 주문을 받아 돈을 받고 캐릭터를 그려주는 사이트를 만들기도 했다. ‘SNS 친구’를 현실에서도 만나는 등 SNS의 인간관계는 오프라인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건전한 관계는 아니었다. 성인들과 어울리며 담배를 배웠고 술도 마셨다. ‘진짜 현실’에 적응하지 못한 김 양은 온라인과 SNS, 기괴한 드라마 속 세상을 자신의 현실로 받아들이면서 끔찍하게 변해간 것으로 보인다.

김 양은 지난달 23일 인천지법에서 열린 공범 박 양의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박 양이 부추겨 (뜻하지 않게) 살인을 저질렀다”며 기존 진술을 뒤집었다. 그러나 경찰은 김 양의 행적을 볼 때 우발적 범행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김 양의 공판은 4일 오후 인천지법에서 열린다.

위은지 wizi@donga.com·권기범 기자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