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And 스페셜] 군사주권 되찾기, 결국은 '머니게임'.. 전작권 전환, 이번엔 이뤄질까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입력 2017.07.05.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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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광웅 국방부 장관과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부 장관이 2007년 2월 미국 국방부 청사에서 전작권 전환 시기를 2012년 4월로 합의한 뒤 이를 발표하고 있다. 국민일보DB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척 헤이글 미국 국방부 장관이 2014년 10월 시기를 정하지 않고 조건에 기초해 전작권을 전환한다는 양해각서에 서명하고 있다. 국민일보DB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한·미 정상회담에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조속 전환을 위한 협력을 가속화하기로 하면서 관련 작업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한·미 양국은 박근혜정부 시절 2020년대 중반 전작권을 전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번 합의로 전환 시기가 앞당겨질 것이 확실해졌다. 문 대통령은 대선 기간 ‘임기 내 전작권 전환’ 공약을 밝히기도 했다. 늦어도 문 대통령 임기인 2022년 내 환수가 이뤄질 수도 있다는 의미다. 관건은 군이 그때까지 전작권을 독자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게 가능한가이다.

전시작전통제권이란

한국군이 전작권을 갖게 되는 것은 ‘군사 주권’을 완전하게 확보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작전통제권은 군사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병력과 무기체계를 지휘하는 권한으로 평시작전통제권과 전시작전통제권으로 구분된다. 현재 평시작전통제권은 한국 합참의장이 갖고 있다. 2010년 천안함 폭침과 같은 북한 도발에 대해 합참의장은 주한미군과 협의하지 않고 단독 대응 작전을 펼칠 수 있다.

하지만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하면 작전통제권은 한미연합사령관이 행사하게 된다. 한미연합사령관이 독단으로 하지는 않는다. 연합사령관은 한·미 양국 군통수권자인 각국 대통령의 지침을 받아 한국 합참의장과 협의해 작전을 수행해야 한다. 한미연합사 역시 작전부장은 미군 장성이 맡고 작전차장은 한국 측 장성이, 정보부장은 한국 측 장교가 부장을, 차장은 미국 측 장교가 임무 수행을 하는 등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전략과 전력을 운용하고 있는 미군의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는 장점이 상당히 큰 체계다.

하지만 한반도 전면전을 상정한 ‘작전계획 5015’ 등과 같은 전쟁기획 등은 미군이 주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군의 미군 의존도가 지나치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국방부 관계자는 4일 “군사작전뿐 아니라 정신무장 측면에서도 미군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고 지적했다. 우리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절박감이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우리 군의 허점을 공격하는 북한군에 매번 당하는 전략 부재와 ‘전투군’이 아니라 ‘행정군’이라는 비난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진단이다.

전작권 전환의 역사

자국에서 발생하는 전쟁을 지휘할 권한을 이양한 데는 뼈아픈 과거가 있다. 한반도 작전통제권은 6·25전쟁 당시 유엔군사령관에게 이양됐다. 북한의 기습 남침으로 6·25전쟁이 발발하자 이승만 대통령은 전쟁수행 준비를 갖추지 못한 한국군 지휘권을 유엔군에 맡겼다. 1950년 7월 14일부로 작전지휘권은 유엔군사령관이던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에게 이양됐다.

53년 7월 휴전협정 체결 후에도 작전통제권은 유엔군사령관이 지속적으로 행사했다. 78년 11월 7일 한미연합군사령부(CFC)가 창설되자 작전통제권은 한미연합사령관이 갖게 됐다. 탈냉전의 진행과 한국 국력 성장, 한국 내 반미감정 등의 영향으로 90년 한·미 양국은 평시작전권 전환 협의를 시작해 94년 12월 1일 평시작전권이 한국 측에 이양됐다.

전시작전통제권도 한국군이 행사해야 한다는 주장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87년 노태우정부에서 처음 제기됐고, 김영삼정부 당시인 95년에도 거론됐다. 하지만 본격적인 논의는 2002년 노무현정부에서 시작됐다. 노 대통령은 ‘전작권 환수를 통한 자주적 국방태세 확립’을 국방 분야 핵심 과제로 삼았다. 2007년 2월 23일 한·미 국방장관은 전작권 전환 시기를 2012년 4월 17일로 합의했다.

하지만 북한의 거듭된 핵실험과 천안함 폭침 사건 등으로 한반도 안보 상황이 악화되자 2010년 6월 이명박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전작권 전환 시기를 2015년 12월 1일로 연기했다. 이후에도 전작권 전환은 다시 연기됐다. 2014년 10월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척 헤이글 미 국방부 장관은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에 합의했다. 전환 시한을 확정하지 않는 대신 언제든 조건이 충족되면 전환하기로 한 것이다.

당시 양국이 합의한 조건은 한국군이 한·미 연합방위를 주도할 수 있는 핵심 능력 확보,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국군의 초기 필수 대응능력 구비, 한반도 및 지역안보 환경의 안정적 관리 등 3가지였다. 미국은 한국이 핵심 능력을 확보할 때까지 지원하고 확장억제 수단 및 전략자산을 제공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억제하기로 했다.

관건은 독자적인 전쟁수행 능력 확보

전작권 조기 전환을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은 북한 위협에 대응하는 한국군의 핵심 군사능력 확보다. 군은 이를 위해 한국형 3축 체계인 킬체인·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대량응징보복(3K, Kill-Chain·KAMD·KMPR)을 구축하고 있다. 군은 2020년 중반 3축 체계 완성을 목표로 앞으로 5년간 78조원의 방위력 개선비를 투입할 예정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전작권 조기 전환이 가능하려면 이보다 더 많은 비용이 집중적으로 투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기 전작권 전환을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이 필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감시정찰능력 확보는 발등의 불이다. 북한 전역을 볼 수 있는 ‘눈’이 없으면 3K를 가동하기 어렵다. 현재 대북 감시정찰의 상당 부분은 미군 정보자산에 의존하고 있다. 군은 2020년대 중반까지 5기의 정찰위성을 개발해 배치할 예정이지만 현재 기술력으로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정찰위성 사업은 그간 국가정보원과 국방부가 운용권을 놓고 갈등을 벌여 사업 착수가 늦어졌다.

최근 북한 전역을 공격권에 둔 사거리 800㎞ 탄도미사일 현무-2C 시험발사가 성공하는 등 타격수단은 북한에 밀리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탄도미사일의 탄두 무게가 500㎏으로 제한돼 파괴력은 약하다. 군 관계자는 “미사일지침 역시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휘체계 변화에 대한 준비도 필요하다. 전작권이 전환되면 작전 주도권을 한국군이 행사하게 된다. 전작권 전환 작업을 진행 중인 합참 신연합방위추진단 관계자는 “전작권 전환 이후 한미연합사령부를 대체해 한국군이 사령관을 맡는 미래사령부(가칭)가 편성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세부 편성 문제는 양측이 협의 중이지만 이견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현재 수준의 연합작전이 가능하도록 미군 지원체계를 확고히 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연합사 부사령관을 역임한 한 예비역 대장은 “전작권 전환 이후 미군과 한국군의 임무 분담을 정확하게 해야 한다”며 “유사시 미군이 현재처럼 자동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미 양국은 올 하반기부터 전작권 전환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한국군의 능력 평가를 주기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글=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