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500 보장"..귀농·귀촌 꿈 짓밟는 사기 극성

김봉수 2017. 7. 6.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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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영농조합법인, 기획부동산, 묘목상, 애견브리딩 등 종류 다양..최근 귀농창업지원금 1억원 증액 후 더 기승.."전문가 조언, 현장 점검 등 꼼꼼히 따져봐야"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2억원만 있으면 고급 전원주택과 텃밭에 월 500만원대 수입을 보장합니다." 최근 한 귀농ㆍ귀촌 관련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경기도 한 버섯 영농조합법인의 홍보 내용이다. 하지만 이같은 광고를 믿고 투자했다가는 '쪽박'을 차기 십상이다.

최근 베이비붐 세대들의 은퇴 시기와 맞물려 귀농ㆍ귀촌이 급증하면서 예비 귀농ㆍ귀촌인들을 대상으로 각종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정부가 올들어 귀농 창업지원금 대출 한도를 2억원에서 3억원(주택 자금 5000만원 별도)으로 늘린 것도 이러한 사기행각을 부추기는 한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6일 관련 업계 및 전문가들에 따르면, 귀농ㆍ귀촌인들을 대상으로 한 사기 행각은 기획 부동산형, 영농조합법인형, 묘목상형, 애견분양업체형 등으로 구분된다.

기획 부동산형은 귀농ㆍ귀촌인들에게 싼 값에 토지ㆍ주택을 분양해주겠다며 사기를 치는 유형이다. A씨는 지난 2012년 토지 계약서ㆍ기반시설 착공 사진 등을 보여주며 경기도 가평군에 귀촌 주택 단지를 조성 중이라는 사업자의 말을 믿고 4000만~8000만원대의 돈을 투자했다가 현재까지 공사가 전혀 진척이 안 돼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업주 측은 돈만 받아 챙긴 뒤 "인허가가 늦어지고 있다"는 등의 핑계만 대고 있다. A씨 등 10여명의 피해자들은 사기죄로 고소할까 생각도 해봤지만 사업이 아예 무산될까봐 애만 끓이고 있는 상태다.

서울시 체류형 귀농 지원 사업 참가자들이 귀농교육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시


김귀영 귀농귀촌종합센터장은 "귀농을 위해 주택이나 토지를 구입할 때 인터넷 포털에 뜬 광고를 그대로 믿지 말고 반드시 지자체 공무원 등 전문가들에게 확인을 해야 한다"며 "맹지(진입로가 없는 토지)를 파는 경우도 많아 현장 답사를 하고, 소유권 이전 등기가 가능한지, 토지 전용이 가능한 지 등을 꼼꼼하게 따져 본 뒤 계약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근엔 기획 영농조합법인들도 우후죽순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특허를 받은 특용 작목 기술을 전수해주고 시설ㆍ재료를 다 제공해 주겠다"며 정부 귀농 지원금을 대출받아 투자하면 전원 속에서 편안한 노후와 고소득을 보장해 주겠다고 유혹하지만 대부분 허위 과장 광고다. 실제 국내 최대 귀농ㆍ귀촌카페인 C카페는 최근 회원들에게 "세상물정 모르는 귀농인을 노리는 '기획 영농조합법인' 투자주의보를 내린다"고 공지했다.

이들은 귀농귀촌박람회ㆍ전시회에 참여하거나 공공기관을 위장해 회원을 모집하기도 한다. 그러나 월 수익의 경우 수확량 최대ㆍ시장 최고가를 기준으로 산출돼 뻥튀기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판로가 없거나 값이 폭락하면 낭패를 당하기 일쑤다. 심지어 단지 조성 중간에 투자비를 몽땅 들고 도망간 사례도 있다. 지난해 10월엔 경북 경산에서 한 영농조합법인이 귀농ㆍ귀촌복합단지 조성을 미끼로 1300여명에게서 120여억원을 투자받았다가 유사 수신 혐의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된 적도 있다.

한 귀농ㆍ귀촌 전문가는 "잘 되고 있는 영농조합이라면 굳이 농사일을 전혀 모르는 신규 귀농인을 모집해 이익을 나눠 줄 이유가 없다"며 "농업이라는게 작황ㆍ시장 상황 등이 워낙 불규칙해 연간 몇퍼센트씩 소득을 보장해준다는 말을 할 수가 없는 만큼, 광고에 그런 내용이 있다면 일단 의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3년간 귀농가구원 현황(자료:통계청)


이밖에 귀농인들의 관심이 많은 개량 호두나무ㆍ아로니아ㆍ왕대추 등의 예상 소득을 과대 포장하거나 반려동물 급증 추세에 맞춰 애견 브리딩(Breedingㆍ번식)ㆍ분양업을 홍보하면서 비싼 값에 개ㆍ시설ㆍ사료 등을 팔아 넘기는 사기범들도 나타나고 있다.

김 센터장은 "귀농 교육 100시간을 이수하면 받을 수 있는 창업지원금을 노리는 사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어 얼마 전 귀농 교육을 개인별로만 신청할 수 있도록 바꿨고, 강의 때마다 사기에 조심하라고 당부하고 있다"며 "귀농 교육에 수강생을 가장해 참여한 후 뒤풀이 자리 등에서 유용한 정보가 있다며 투자를 권유하는 사례도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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