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향신문

[단독]탁현민 인터뷰 "주어진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을 때가 물러날 때"

김원진·유수빈 기자 입력 2017. 07. 13. 19:09 수정 2017. 07. 16. 21:02

기사 도구 모음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경향신문] 자신의 책들에서 왜곡된 성 인식을 드러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44·2급)이 논란 이후 처음으로 자신의 입장을 언론에 밝혔다.

탁 행정관은 지난 11일부터 3일간 두 차례에 걸쳐 이뤄진 경향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저를 향한 비판들 하나, 하나 엄중하게 받고 깊이 성찰하고 있다”며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탁현민 청와대 선임행정관이 지난 10일 독일 방문을 마치고 경기 성남 서울공항으로 돌아와 자신의 짐을 기다리고 있다. /서성일 기자

탁 행정관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물러나는 것으로 책임을 다하라는 분들 요구가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행사기획 실무자로서의 책임이 물러남으로써 질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럼에도 제 역할을 수행하고 그 결과로 다해지는 것인지 매일매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자진 사퇴는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탁 행정관은 서면 질의·응답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살이 7㎏이나 빠졌다”며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탁 행정관은 정식 서면 인터뷰에 앞서 진행된 전화통화에서 1시간20분 동안 자신의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여권 내부에서도 탁 행정관의 경질과 유임을 놓고 입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청와대 관계자는 13일 “경질을 결정한 바 없다”고 밝혔다.

다음은 탁 행정관과의 일문일답이다. 1차와 2차에 걸친 질의와 응답 전문을 그대로 싣는다.

-최근에 과거에 쓴 책, 칼럼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있다. 억울한가.

“억울하기보다는 먼저 부끄럽고 참담한 마음이 더 크다. 어쩌면 정말 억울한 분들은 제 십년 전 글로 인해 깊은 실망과 불쾌감을 느낀 여성분들이 아닐까 생각한다. 제가 지난날의 잘못에 대해 사과하고 그 후 10년 동안 조금씩 변하려고 노력해온 시간들에 대해 소명하고 이제부터 앞으로의 남은 삶도 그렇게 살지 않겠다는 다짐을 드리며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

-본인은 왜 비판받고 있다고 생각하나.

“남녀를 떠나 인간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저를 향한 비판들 하나, 하나 엄중하게 받고 깊이 성찰하고 있다. 제가 모르는 것이 있다면 묻고 깨치도록 하겠다. 그러한 마음을 가지고 이제까지 논란이 된 각각의 내용에 대해 밝혀둘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오독이나 오해 부분은 몇 가지만 말씀드리고 싶다.”

탁 행정관은 기자가 질문하지 않았지만 그간 논란이 된 책들에 대해서 하나하나 입장을 밝혔다.

“먼저 <남자마음설명서>는 이미 사과드린 바와 같이 비록 십년 전이지만 그 책의 내용을 지금 보았을 때 스스로 반성할 수밖에 없다. 물론 많은 언론이 인용하고 또 많은 분들이 비판하신 ‘콘돔’ 대목 같은 경우, 본문에 ‘콘돔의 필요성은 더 언급할 필요 없이 당연하다’라고도 썼었다. 처음에는 이 부분이 인용되지 않는 것이 억울했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대목은 비난을 미리 차단하려는 얄팍한 변명의 문구였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오해를 증폭시킨 기사들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두 번째 책인 <말할수록 자유로워지다> 역시 십년 전 책이다. 나는 그 책에 등장하는 네 명의 화자 중 한명이었다. 남자 둘, 여자 둘이 모여 솔직하게 성에 대한, 그리고 판타지에 대한 이야기를 수다로 풀어보자는 것이 기획의 의도였다고 기억한다. 책을 집필한 것은 내가 아니라 그 네 명 중 한 명의 여성분이었고 내가 그 책에 직접 쓴 유일한 원고는 짤막한 후기가 전부였다. 책의 전문을 읽어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각자의 실명이 아니라 캐릭터로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새침한 캐릭터, 헌신적인 캐릭터 각자의 캐릭터가 있었고 저의 캐릭터는 ‘대놓고 나쁜 남자’였다. 캐릭터를 잡은 이유는 그 자리가 아무리 성과 판타지에 대해 대놓고 이야기해보자는 자리였지만 우리 모두 망설여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각자의 캐릭터를 부여하고 역할을 맡듯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임신한 선생님이 섹시하다고 느꼈다는 말은 거기서 나왔습니다. ‘대놓고 나쁜남자’의 캐릭터를 쓰고 했던 말이었다. ‘여중생’에 대한 말은, 전부 픽션이다. 저와 중, 고등학교를 나온 동창들이 모두 증인이다.

당시 그 책의 원고를 받아 읽고 나서 무척 당황했다. 내 원고가 아니어서 고치기도 어려웠고 금기에 도전한다는 그때 당시의 기획의도에 설득되기도 했기에 불편한 심정을 ‘이 수다는 새빨간 거짓말도 있고 해서는 안 될 말도 있고…’라고 후기로 남겨놓은 것이다. 그런 과장과 위악의 대화가 십년 후가 되어 저의 단독저작이 되고 사실이 되고 그래서 엄청난 분노와 비난의 이유가 될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세 번째 문제가 된 칼럼은 주간경향에 실렸던 칼럼이다. 주간경향이 성매매옹호의 칼럼을 실어 줄 리도 만무하거니와 제가 아무리 저열한 젠더의식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주간지에 성매매를 옹호할 정도로 정신 나간 사람은 아니다. 그 글은 분명히 사람에게 가격을 매기고 성을 사고파는 실태를 비판한 것이었다. 성매매 반대를 위해 쓴 글이 성매매 옹호의 글이 되어버리는 현실에 참담했다.”

-과도한 정치적 공세라고 보나.

“저는 이 모든 비판이 정치적공세만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오해와 오독이 있다 해도 내 모자람이 근본 원인이다. 여성계와 정치인들이 그 모자람에 견제와 질책을 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라고 생각한다.”

-인사청문회 대상은 아니지만 그리고 선임행정관이지만 청와대 2급으로 고위 공무원이다. ‘개돼지’ 발언을 한 나향욱씨도 2급 아니었나. 일종의 ‘내로남불’이라는 비판도 있다.

“그분은 공무원의 신분에서 국민들을 향해 그런 말을 한 것이다. 십년 전 자연인일 때의 내 말과는 다르게 취급되어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이 자리에서 처음 밝혀 둘 것이 하나 있다. 나는 문제가 된 책에 대해 이미 7년 전과 6년전에 사과를 드린 적이 있다. 트위터를 통해 십만명이 넘는 팔로워들 모두에게 2010년과 11년 그리고 2015년 이후에 언젠가도 ‘그 책을 사지도 읽지도 말아 달라’고 답변을 달기도 했고 나 자신을 욕하기도 했고 그 책이 거짓말이라고 했고 ‘앞으로는 부끄럽지 않게 살도록 해봐야겠다’고도 썼었다. 그때 나는 공무원도 아니었고 공직에 있지도 않았지만, 내 생각의 변화에 따라 솔직하게 고백했다. 이번 일이 불거지면서 사과의 진정성에 대해 의심받고 마치 지금의 직책을 유지하고 싶어 억지로 한 사과가 아니냐는 말을 들을 때마다 답답하다. 이런 일이 있기 전에 먼저 사과했다. 어떤 면에서 내로남불이라 하는지 모르겠다.”

-문재인 대통령의 네팔행 동행 등으로 대통령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주어진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을 때가 바로 물러날 때라고 생각한다. 5·18, 현충일, 6·10, 미국, 독일 순방행사까지 지난 두 달간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려 제 일을 수행했다. 나는 대통령을 알게 된 지난 7년 동안 어떤 지위도 어떤 보상도 어떤 이익도 바라지 않았고 받지도 않았다. 지금 하는 일도 임기 초반 대통령 행사의 변화를 위해 잠시 맡은 역할을 하는 것뿐이다. 이 직책을 보상이라 생각하는 분들이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자유로운 연출가일 때와 비교해 급여는 낮고 일의 강도는 비교할 수 없다. 이 자리는 실무기능직이다. 여기서 더 나은 자리도 더 높은 자리도 없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이른바 측근들이라 언론이 불렀던 사람 중에 지금 누가 대통령 주변에 남아 있는지 봐주시면 좋겠다. 대통령께서는 측근을 이유로 특정인을 가까이 두는 그러한 분도 아니다. 애초의 이 일을 제가 원했던 것도 아니다. 나는 제 업무와 관련한 평가를 받았고 그 쓰임을 요구받았고 그것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지금 일을 하고 있을 뿐이다.”

-11일 전화 통화에서 10년 전과 지금은 달라졌다는 취지로 말했고, 그것을 봐줬으면 좋겠다는 의미로도 말했는데. 구체적으로 무엇이, 어떻게, 얼마나 달라졌다고 생각하나.

“앞서 얘기한 것처럼 사실은 이미 6~7년 전에도 트위터로 과거의 내가 부끄럽다고 사과 글을 올렸다. 상업적인 공연연출을 떠나 지난 10년간 노무현대통령의 추모공연을 시작으로 4대강반대공연부터 MBC파업공연까지 시민단체, 쌍용자동차와 언론노조 등을 위한 행사를 하면서 변화가 시작된 것 같다. 이전과는 다른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서 바뀌었고 여전히 바뀌고 있는 중이라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무엇이 어떻게 얼마나 라고 묻는데 사람이 세상을 상대하는 인식의 변화를 어떻게 측정 가능한 방식으로 꺼내서 보여줄 수 있을지 몰라 이렇게 밖에 답을 못하겠다.”

-그동안 지속되는 논란 속에서 입을 닫고 있었다. 해명을 하고 소명이 되면 문제가 해결된 텐데 직접 나서서 지금까지 소명을 하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인가.

“나는 대통령의 비서다. 비서는 보좌하는 일이지 나서지 않는다. 나는 내가 썼던 글로 비판을 받지만, 이곳에서는 자기가 하지 않은 일로도 책임을 져야 할 때도 또 비난을 받아야 하는 분들도 있다. 나는 이곳에 들어올 때 제 개인의 신상을 조사받고 정해진 규정에 따라 심사를 받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곳에서의 비밀유지와 국가 공무원의로서 처신에 대해 서명으로 약속한바있다. 거기 어디에도 제 개인의 신상과 관련해 인터뷰를 포함한 자기변명과 소명을 허락하는 부분은 없었다. 이번에 이렇게 제가 제 소명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함께 일하는 동료들의 배려와 양해 덕분이다.”

-성공회대 학생들 사이에선 탁 행정관이 가장 최근인 2017년 1학기 수업까지 강의 도중 ‘수업 개강하고 얼마 안돼서는 어떤 친구보고서는 이때는 예뻤는데, 지금은 왜 그러냐 그동안 힘든 일이 많았나보다’고 했다고 일부 학생이 주장했다. 또 일부 학생은 ‘올해 1학기 수업 중에 저하고 제 친구를 보면서 저거 안경 쓴 거 봐라, 저거 보통 애들이 쓰는 거냐했고, 당시 학우들이 저희를 다 쳐다봤다’며 ‘그게 교수 입장에서는 장난치고 그런 걸 수 있겠지만, 외모에 콤플렉스가 있는 사람이었다면 되게 상처가 됐을 거 같다’고 주장했다. 외모평가라는 지적이 있었다.

“서면인터뷰를 진행하기 전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일부 학생의 문제제기 내용을 전해 듣고 저는 울컥 했다. 내가 어쩌다가 여기까지 왔나 싶고 어떤 이미지로 세상에 비춰지고 있는 건지 참담했다. 외모를 평가했다는 말의 내용은 제가 한 학생에게 ‘안경을 왜 큰 것 썼느냐, 저거 보통 애들이 쓰는 것이냐 고 했다’는 것인데 그 학생은 괜찮았지만 그 학생이 생각하기에 다른 학생이었다면 상처 받았을 수 있었겠다고 생각했다는 것과 ‘출석부의 사진과 다른 학생에게 그동안 힘든 일 많았나보다’라고 이야기 했다는 것이었다. 저로서는 ‘출석부 사진과 왜 다르냐’고 말했던 것이었지만 이 말로 분노하고 상처받은 학생에게 사과드린다.”

-복수의 성공회대 학생들은 성소수자와 관련해 탁 행정관이 ‘동성애자들에 관해서 본인은 존중은 하지만 이해를 못하겠다’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또 ‘나는 이성애자이기 때문에 동성애가 이해는 되지만 난 싫다’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또 ‘대선토론에서 동성애문제가 논란이 되었을 때, 자기가 감히 지지하거나 반대하거나 할 수 없는 것인데 그래도 싫다고 하셨다’라고 발언한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동성애 부분은 정확하게는 ‘동성애는 자기 취향과 선택의 문제이지 다른 사람이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다. 이성애자인 내게 어떤 남자가 나를 좋아한다고 하면 나는 거절하겠다’로 기억한다. 이 말을 기억하는 다른 학생은 제게 동성애를 혐오하거나 폄훼한 말이 아니라 저의 성정체성이 이성애자였다는 것으로 이해한다고 들었다. 제게는 가까운 동성애자 친구도 있고 오랫동안 함께 팟캐스트 방송을 했던 동성애자도 있다. 이 말까지 혐오로 읽는다면 더 드릴 말씀이 없다.”

-수업 도중 탁 행정관이 ‘흑인보고 흑형흑형 거리면서 흑인은 서 있기만해도 무섭지 않냐 이런 발언이나 루이 암스트롱보고 얼굴이 딱 봐도 범죄형이지 않냐’ ‘흑인 관련해서 흑인이 무섭다라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고 말했다는 인종차별성 발언을 했다고 주장하는 학생들도 있다.

“흑인이 무섭다고 이야기 한 것이 아니라, 흑인들이 있는 곳에 혼자 있으면 근거없는 흑인에 대한 두려움이 생기는데 근거 없는 경계심이다, 라는 말이었다고 기억한다. 이 역시 문제제기한 학생 외에 다른 학생은 그렇게 이해했다고 들었다. 재즈의 역사를 이야기하면서 초기 재즈아티스트들은 빈민가 출신이거나 호객꾼이거나 창녀들, 양아치부류였다고 했다. 그렇게 말한 까닭은 ‘그들 흑인들인 백인이 주류인 미국사회에서 대중문화의 혁명을 일으킨 재즈의 주인공들이다. 대중문화란 그렇게 비주류과 주류를 전복해 나가는 과정이다’라는 맥락의 강의에서 나온 이야기다. 나는 앞선 칼럼을 통해 성매매 옹호를 했다고 비난을 받고 있는데 강의에서는 성매매하는 창녀를(흑인) 혐오했다고 하면 나는 옹호론자인지 혐오론자인지…루이 암스트롱이나 엘르피츠제랄드 같은 아티스트들의 처참했던 과거를 이야기 했다고 해서 이것이 흑인비하라니 참담하다.”

-일부 여권 내에서도 물러나라고 하는 것은 잘잘못을 떠나서 대통령 비서로서의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차원이 아니겠나.

“물러나는 것으로 책임을 다하라는 분들 요구가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행사기획실무자로서의 책임이 물러남으로써 질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럼에도 제 역할을 수행하고 그 결과로 다해지는 것인지 매일매일 생각한다. 이 문제가 불거지고 저는 아내와 가장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18년 된 부부로서 아내는 두 가지를 말해 주었다. ‘당신에게 일을 맡긴 이유만 생각해라, 당신이 그 일을 잘 할 수 있는지 없는지만 생각해라’였고, 나머지 하나는 세상에 가장 쉬운 일이 ‘그만 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루에도 수백번 관두고 싶을 때마다 떠올리는 말이다.”

-본인의 거취와 관련해 의전비서관이나 비서실장, 대통령과 상의하거나 이야기를 전달하거나 전달받은 게 있나.

“일개 행정관의 거취 문제를 대통령께 상의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절차와 과정을 거쳐 보고될 것은 보고되고 판단될 것은 판단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님이 탁 행정관을 아낀다는 이야기가 있다.

“저를 향한 비난과 비판은 온전히 내 몫이고 엄중하게 받겠다. 하지만 십여전의 나와 대통령께서는 아무 상관이 없다. 저를 만나기도 전의 일이다. 저를 소재로 대통령을 이 사단에 어떻게든 연루시키는 일은 비열한 일이다. 나의 모자람은 오직 나의 잘못일 뿐이다.”

-책 <탁현민의 멘션s>에서는 이런 문장이 있다. <‘나는 누구에게서든 오빠로 불렸을 때가 가장 멋지고, 훌륭하고, 용감해지는 것을 느낀다’, ‘오빠, 힘 내’하면 힘이 불끈 불끈 나고, ‘오빠, 달려’하면 지치지 않고 달리고, ‘오빠, 잘 자’하면 잠도 잘온다. 누군가에게 오빠로 불린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울 때도 있다. 하지만 누가 ‘선생님, 힘내세요’하면 어떤 의무감에 사로잡히고, ‘선생님, 달리세요’하면 ‘내가 왜?’하는 생각이 들고, ‘선생님, 주무세요’하면 ‘근데, 이색휘가?’ 싶어진다>. 이 대목에서 왜곡된 성 인식을 드러냈다는 시각도 있다.

“호칭이 관계를 규정하고 그 규정이 행동양식을 지배한다는 말을 한 것이다. 나이와 성을 떠나 선생으로 호칭되는 순간 규범적가치가 나를 지배하고 오빠라고 호칭되는 순간 뽐내기를 좋아하게 된다는 아주 단순한 자연인이 된다는 의미다. 그러나 내가 미처 헤아리지 못한 점이 있어 깨우쳐 주면 진심으로 수용하고 돌이켜 생각하겠다.”

탁 행정관은 인터뷰 말미에 다시 한번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덧붙일 말이 있다. 지난 한달 동안 매일매일 글을 썼다. 처음에는 억울해서 나중에는 괴로워서 하지만 누구에게도 보여줄 수 없었다. 어제 글을 다음날 읽을 때면 항상 새로운 잘못을 나 자신에게서 발견해 냈다. 내가 인지도 못한 채 의도하지도 않고 벌어진 일도 내 탓이다. 이제 변했다고 항변하지만 못난 과거의 나도 나다. 여태 삶에서 내가 의도했던 하지 않았던 나로 인해 상처 받았던 한 분 한 분에게 사과와 용서를 구한다. 정말 죄송합니다. 그리고 미안합니다.”

<김원진·유수빈 기자 onejin@kyunghyang.com>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