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 기자 80명은 왜 전원책에 반기를 들었나

CBS노컷뉴스 이진욱 기자 2017. 7. 15.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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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전 변호사의 개인적인 의혹 제기·사적 의견 취재해야 하나"
(사진=TV조선 '종합뉴스9' 방송 화면 갈무리)
TV조선 보도본부 취재기자 80명의 동의를 얻은 것으로 된 'TV조선 보도본부 취재기자들이 TV조선에 묻습니다'라는 글이 15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최근 TV조선에 기자로 들어가 메인뉴스 앵커를 맡고 있는 전원책 변호사를 향한 비판이 주를 이루는데, 내부 갈등이 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해당 글은 전원책 변호사의 TV조선 메인뉴스 13일자 오프닝·클로징 멘트를 문제삼고 있다. 오프닝 멘트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기습 출석한 정유라 씨를, 클로징 멘트는 '박정희 우표' 발행 취소를 다뤘다.

TV조선 기자들은 "(오프닝 멘트의) '새벽 5시 출발, 특검의 긴장, 박 전 대통령의 뇌물 수수 무죄 가능성'까지 팩트 없이 일방의 주장을 담은 내용"이라며 전 변호사의 '사회부 기자들에게 취재 좀 잘해달라고 부탁했는데 아직 진실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습니다'라는 발언을 지적했다.

"TV조선 취재기자는 위와 같은 내용을 보고한 바 없습니다. 보고한 바 없으니, 이런 앵커 멘트가 나왔습니다. '사회부 기자들에게 취재 좀 잘해달라고 부탁했는데 아직 진실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 변호사는 '정유라 씨가 변호인 상의 없이 이재용 삼성 부회장 재판에 출석한 것은 불법이다. 뉴스에서 다루고 싶다'고 한 것으로 전해들었습니다. (불법이라고) 결론을 내려놓은 취재 지시가 왔습니다. 팩트가 아니기 때문에 진실을 밝혀낼 수 없었습니다."

이어 "주용중 TV조선 보도본부장은 '진실을 전하겠다는 의지를 말한 것인데 기자들이 오해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런 의지였다면 '팩트'부터 전달하면서 말해야 합니다. 또한 저희는 이 멘트를 기자에 대한 공개질책으로 이해해 문제삼는 것이 아닙니다"라며 설명을 이어갔다.

"결론을 내려놓은 취재를 지시받고, 이름을 걸고 부끄러운 기사를 써야 하고, 오프닝멘트에서 거론되는 모욕을 왜 감수해야 하는지 묻고 싶은 것입니다. 앞으로 전원책 변호사의 개인적인 의혹 제기나 사적인 의견을 TV조선 기자들이 취재해야 하는 지도 궁금합니다."

◇ "개편 뒤 오히려 편향된 뉴스 분량 많아졌다는 게 구성원 대다수 의견"

기자들은 또한 클로징 멘트의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전직 대통령의 우표 발행을 취소하는 것은 너무 옹졸한 처사입니다. 저세상에서 요즘 몹시 마음이 괴로울 박정희 전 대통령님, 송구스럽다는 말씀 올립니다' 부분을 언급하며 아래와 같이 꼬집었다.

"이에 대해 주 본부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은 공과가 있고, 이 때문에 다양한 시각이 존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 '다양한 시각'이, 우리 TV조선에 있는 것인지 되묻고 싶습니다. TV조선 메인뉴스를 개편하면서 회사는 기자들에게 '건전보수' 아이템을 요구했습니다. 위 문장이 건전한 앵커멘트인지 다시 한 번 묻고자 합니다."

이어 "위 사안에 대해 어젯밤 TV조선 기자협회 단체방에서 문제 제기가 됐습니다. 이에 오늘 회의에서 주용중 TV조선 보도본부장은 '오프닝과 클로징 모두 전원책 변호사가 아닌, 내가 쓴 것'이라고 밝혔습니다"라며 "이것이 사실이라면 더 큰 충격입니다. 기자인 보도본부장이 팩트가 아닌 멘트를 직접 쓰고,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송구하다'고 한 것입니다. TV조선 기자는 개인의 메시지를 담은 메인뉴스를 제작하고 특정 세력을 위한 취재를 해야 하는 것인지 궁금합니다"라고 비판했다.

기자들은 "우리는 지난해 어렵게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습니다. 이와 더불어 개편을 하면서 달라지리라 희망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편향된 뉴스 분량이 많아졌다는 게 구성원 대다수 의견입니다"라며 글을 이었다.

"지난해 7월부터 '박근혜 국정농단'을 최초 보도하고 모든 기자들이 똘똘 뭉쳐 의미 깊은 많은 특종을 하고도, 이제는 '우리가 보도했다'는 언급조차 통제당하고 있습니다. '건전보수 시청자'가 떠나간다는 이유입니다. 회사는 이를 'TV조선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일'이라고 했습니다. 편향되며 공정하지 않은 이 정체성을 지키고자, 언론인으로서 지켜야할 자존감은 물론 재승인 탈락이라는 '생존권'까지 위협받아야 하는지 답해주십시오. 그리고 사실에 근거한 해명과 기자들에 대한 사과, 재발 방지책을 듣고 싶습니다."

기자들은 끝으로 "언론사의 정체성은 진실을 보도하는 일입니다. TV조선은 언론사입니다"라며 "'건전한 상식'을 가진 시청자를 위한, 부디 부끄럽지 않은 뉴스를 만들고 싶습니다"라고 강조했다.

[CBS노컷뉴스 이진욱 기자] jinuk@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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