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셋 코리아] 상류층에 유리한 '금수저 대학 입시 전형'이 늘어나는 까닭은?

양영유.천인성 입력 2017. 7. 19. 01:28 수정 2017. 7. 19.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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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코리아 교육분과 제안
2019 입시 땐 학종으로 24% 뽑는데
학생부 조작사건에 불신감 커지고
상류층 유리한 '금수저 전형' 인식도
대학별 합격자 내신등급 공개하고
교내외 활동 허위 기재 엄벌해야
━ 학생부 종합전형 투명성 높이자
지난 16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8학년도 대입 수시 지원 전략 설명회에서 학부모들이 자료집을 살펴보고 있다. [신인섭 기자]
‘퇴학까지 당할 뻔한 학생이 서울대에 합격하는 게 공정한가.’ ‘정유라 사건보다 더 큰 문제다.’

지난달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아들 문제가 논란이 되자 학부모들이 인터넷에 올린 글들이다. 안 전 후보자 아들(20)은 2014년 자율형 사립고인 하나고 재학 중 여학생을 자신의 기숙사 방으로 불러들인 사실이 적발됐다. 학교선도위원회에서 퇴학 처분을 받았지만 재심을 통해 징계 수위(특별 교육 이수)가 낮아졌다. 학부모들은 안 후보자 아들이 학생부 종합전형(학종)으로 2016년 서울대에 합격한 것을 문제 삼았다. 퇴학까지 거론됐는데 어떻게 ‘학업 능력 외에 인성·품성까지 종합 평가한다’는 학생부 종합전형을 통과했느냐는 거였다.

대입에서 학생부 종합전형의 비중은 매년 커지고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2019학년도 대학 신입생 넷 중 한 명(24.4%, 8만5209명)을 학종으로 뽑는다. 특히 상위권 대학의 선발 비율이 높다. 서울대는 내년도 신입생의 78.5%를 수시로 뽑는데 모두 학종이다. 서울대를 포함한 서울 8개 상위권 대학의 학종 비중은 45%에 이른다. 고려대 62%, 서강대 55%, 성균관대 46%, 연세대 24% 등이다.

학생부 기록 시스템 바꿔 객관성 확보를

학종이 대입의 트렌드가 되자 논란도 뜨거워지고 있다. 올 2월 교육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공개한 설문(2만4912명) 결과 학생들은 학종을 ‘사교육을 가장 많이 유발하는 전형’(27.5%)으로 꼽았다. 교사들도 “준비할 영역이 너무 많다”(72.2%), “공정성을 확신하기 어렵다”(46.1%)고 걱정했다.

한국리서치가 올 6월에 조사(1022명)한 결과도 비슷했다. “공정하다”(45.1%)보다 “불공정하다”(54.9%)는 비율이 높았다. 학생부를 조작해 성균관대 학종에 합격했다 입학이 취소된 사례 등이 알려지면서 불신감이 커진 것이다.

응답자의 75%는 “학종이 상류층에 유리하다”고 답해 ‘금수저’ 전형이란 인식이 많았다.

하지만 긍정론도 팽팽하다. 단순 암기 및 지식 전달 위주의 ‘아날로그’ 교육을 벗어나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려면 학종 같은 새 입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교과 활동과 비교과 활동을 평가하는 학종이 실제로는 비수도권과 일반고 출신, 저소득층에 유리하다는 주장이다.

올 3월 고려대·성균관대·연세대·한양대 등 서울 10개 대학이 공개한 입시 결과에 따르면 학종으로 선발된 입학생의 43.9%가 비수도권 출신이었다. 반면 수능과 논술 합격자는 각각 29.4%, 21.3%에 그쳤다. 일반고 출신도 학종(입학자의 63.5%)이 수능(61.6%)에 비해 많은 반면 자사고 출신은 학종(8.3%) 보다 수능(16.9%)으로 합격한 경우가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부가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면 학종이 더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상곤 교육부 장관도 ‘학종 확대’에 긍정적이다. 이에 중앙일보·JTBC의 국가 개혁 프로젝트 ‘리셋 코리아’ 교육분과 위원들은 학종 전형을 놓고 난상토론을 벌였다. 9명 중 5명은 “현행 수준 유지와 보완”, 3명은 “확대”, 1명은 “자율”을 각각 주장했다.

위원들은 공정성·투명성·객관성이 학종의 생명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경근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어느 교사를 만나는지, 어떤 학교에 다니는지에 따라 학생부가 달라질 수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이경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는 “부모와 사교육의 영향을 배제하지 못할 뿐더러 합격·불합격 예측도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학종에선 학생·고교·대학 간 신뢰가 제일 중요하다. 김이경 교수는 “상호 신뢰를 쌓으려면 철저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번 신뢰를 저버리면 엄청난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교내외 활동을 부풀리거나 거짓말을 한 학생, 허위 사실을 기재한 고교, 전형 기준과 실제 선발이 다른 대학엔 합당한 책임을 묻자는 제안이다. 주석훈 미림여고 교장은 “안 전 후보자 아들처럼 학종 취지에 어긋나는 학생은 추천에서 제외하는 교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생부의 신뢰도는 학종의 가장 중요한 근간이다. 주 교장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의 학생부 기록 양식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학생부 기록 양식을 새로 짜 학교·교사 간 차이를 없애 객관성과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우수 학생 위주의 교내 상 몰아주기도 선결 추방 과제로 제시됐다.

비교과 활동 반영 제한해 사교육 줄여야

학종의 비교과 활동(자율·동아리·봉사·진로 활동) 반영 비율을 제한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설문 결과 학생 스스로 준비하기 어려운 세 가지로 ▶소논문(R&E) ▶인증시험 ▶교내대회가 꼽혔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종은 수업 등 교과 활동을 중심으로 살피고, 비교과 활동을 참조하는 게 세계적인 추세다. 비교과 활동은 기재 영역을 최소화해 불필요한 사교육을 줄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학의 책무론도 강하게 제기됐다. 학생과 학부모에게 상세한 정보를 제공해 ‘깜깜이’ 전형 불신을 씻어야 한다는 것이다. 박주형 경인교대 교수는 “입학생들의 고교 유형과 내신 등급을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대학이 어떤 철학으로 어떤 인재를 뽑을 것인지 설명하고, 평가기준을 상세히 공개하며, 모집단위별 평가기준 등의 매뉴얼을 공개해 전형 위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지 않도록 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아울러 입학사정관의 전문성 제고도 시급하다. 김희삼 광주과학기술원(GIST) 교양학부 교수는 “입학사정관이 서류만 심사하는 게 아니라 직접 교사와 학생에게 물어 잠재력 있는 인재를 발굴하는 ‘아웃리치’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영유 논설위원, 천인성 기자, 이영민 인턴기자 yangy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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