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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연합 또 '이사 준비'.."이렇게 물러날 순 없다"

이유진·유설희 기자 입력 2017. 07. 30. 15:52 수정 2017. 07. 30.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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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어버이연합 사무실 앞에 이삿짐이 쌓여있고, ‘자유대한민국을 지킵시다’가 쓰여있는 트럭이 서있다. 유설희 기자

박근혜 정부에서 ‘관제데모’ ‘화이트리스트’ 의혹을 받으며 친정부 집회에 앞장섰던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이 사무실을 이전하며 본격적인 활동을 준비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58)은 “어르신들이 ‘이렇게 물러날 순 없다. 끝까지 하자’고 했다”며 “집회 등 본격적 활동은 8월이나 9월쯤 다시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30일 오전 9시 서울 종로구 이화동에 위치한 어버이연합 사무실은 이사 준비로 한창이었다. 사무실이 들어선 건물 앞에는 의자·스피커·배식도구 등이 쌓여있고, ‘자유대한민국을 지킵시다!’라고 쓰인 어버이연합 차량이 대기 중이었다. 어버이연합 회원 20여명은 건물 2층에 있는 사무실을 오르내리며 분주히 짐을 날랐다.

이삿짐 중에는 이른바 ‘노무현 전 대통령 부관참시 퍼포먼스’에 쓰였던 관도 있었다. 어버이연합은 2011년 11월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를 촉구하며 노 전 대통령의 가면을 쓴 사람이 나와 “내가 하려던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왜 막냐”며 야당 인사들에게 호통치는 퍼포먼스를 해 논란이 됐다.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이회동 어버이연합 사무실 인근에서 만난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 유설희 기자

이사 현장에서 만난 추 사무총장은 “정권이 바뀌었지만 우리는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 지원이 끊긴 뒤 돈이 없으니까 활동을 접자는 얘기가 나왔지만 어르신들이 ‘10년동안 해왔는데 무슨 소리냐, 이렇게 물러날 순 없다. 끝까지 하자’고 했다”며 “그래서 ‘좋다. 그러면 사무실 좀 옮겨서 합시다’ 이렇게 돼 이사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추 사무총장은 “어르신들 자체가 국가관이 뚜렷하시고 대한민국의 진짜 경제발전을 일으킨 박정희 세대”라며 “유비무환의 정신으로 정신을 차려 활동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어버이연합의 이삿짐을 실은 트럭은 이날 낮 12시50분쯤 이화동을 떠났다. 이삿짐들은 새 사무실에 입주할 때까지 10여일 동안 경기도 하남시에 위치한 물류창고에 보관될 예정이다. 추 사무총장은 “새 사무실은 종로3가역 근처이며 급식소 개조 등이 끝나는 다음달 10일 후부터 무료 급식소, 안보 강연 등의 활동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고기 삶는 기술이 있다. 사무실 임대료 월 250만원은 탈북단체 회장 김모씨가 강남에서 운영하는 감자탕 집에서 내가 일을 하는 대가로 김씨가 내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추 사무총장은 “까놓고 얘기해서 문재인 정권이 박근혜 정권보다 깨끗한 게 뭐가 있냐. (대통령이) 임명한 놈들 하나같이 도둑놈의 XX 아니냐. 자기가 하면 로맨스가 남이 하면 불륜이냐”고 독설을 퍼부었다. 이어 “대통령이라는 게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반대나 하고 있고, 그 안에 있는 거 다 북한 추종하는 XX들이다”라고 주장했다.

어버이연합의 사무실 이전은 이번이 두 번째다. 사무실은 원래 서울 종로구 인의동에 있었으나 ‘관제데모’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해 6월 말 사무실 재계약을 거절당했다. 어버이연합은 당시 활동을 잠시 중단하고, 두달 뒤인 8월초 이화동 사무실로 입주했다.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이화동 어버이연합 사무실에서 회원들이 이사를 위해 짐을 옮기고 가운데 2011년 이른바 ‘고 노무현 대통령 부관참시 퍼포먼스’ 당시 사용했던 관이 놓여 있다. 유설희 기자

앞서 지난 28일 오후 찾은 이화동 어버이연합 사무실에는 수십명의 노인들이 드나들었다. 이날 오후 2시30분부터 진행된 북한이탈주민 여성 ㄱ씨의 강의를 듣기 위해서였다.

ㄱ씨는 회원들에게 “문재인 정부 들어 어버이연합이 참 힘든데, 문재인 꼬라지를 봐라.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너무 참혹하다”고 말했다. ㄴ씨는 “이 훌륭한 어르신들을 이렇게 가만히 하시게 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일단 연락을 취하고 계시다 9월쯤 선선해지면 다시 모이자”고 했다. 회원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ㄱ씨는 “걱정하지 말고 건강하셔야 된다. 우리 (사무)총장님이 어르신들 이렇게 두면 다 사망하신다고 안 된대. 건강 챙기시고 연락할 때까지 (기다려달라). 우리 아직 젊잖아…”하고 말했다. ㄱ씨와 회원들은 서로에게 “파이팅”을 외쳤다.

한 회원은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회원은 “정부에서 지원이 없으면 어떡하나. 얼른 빚 갚아야 하는데…”라고 읊조렸다.

어버이연합은 지난 정부에서 한·일 위안부 합의 찬성, 세월호 진상규명 반대, 야당 인사 반대 등 주로 친정부 집회를 앞장서 해오며 도마에 올랐다. 지난해 4월 어버이연합이 세월호 유족 반대 집회 등에 일당을 주고 북한이탈주민을 동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전국경제인연합회(전령련)가 어버이연합 측에 수천만원을 돈을 전달한 사실도 드러났다. 일부 시민단체들은 추 사무총장과 추 사무총장에게 ‘관제데모’를 지시한 의혹은 받은 청와대 허모 행정관, 전경련을 검찰에 고발했다. 그러나 검찰은 올해 4월에야 허 전 행정관과 전경련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했고 아직 사법처리 방향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이유진·유설희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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