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미세먼지 규제 습격]"원인은 중국인데 부담은 우리가" 사색된 4대업종

김혜민 입력 2017.08.07. 13:07 수정 2017.08.07.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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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제시한 6가지 규제 뜯어보니 기업에 준조세 부담
미세먼지 저감 필요성은 공감하지만…기업들 규제 실효성에는 의문 제기
"미세먼지 원인 정확하게 밝히는 것부터"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정부가 석유화학ㆍ철강ㆍ발전ㆍ시멘트 등 4대 업종에 대한 환경 규제를 강화하기로 하면서 기업들의 부담이 커졌다. 지난달 환경부가 4대업종 관계자들과의 회의에서 전달한 미세먼지 규제는 크게 6가지다. 대기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하는 지역 혹은 사업장을 선정해 총량을 관리하고, 배출하는 만큼 돈(부과금)을 내도록 하거나 총량을 제한하겠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대기오염물질을 먼지까지 나눠 종류별로 따로 관리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산업계 "배출부과금 등 사실상 환경세 폭탄"

규제 6개 중 4개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다. 정부는 우선 미세먼지 집중배출지역을 특별대책지역으로 선정해 광역 차원에서 관리하기로 했다. 정부가 업계에 밝힌 규제 중에서 가장 광범위한 차원의 규제다. 미세먼지가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하는 산업단지, 화력발전소는 특별관리 대상지역으로 선정돼 총량관리 등 규제를 받게 된다.

이를 위해 총량관리 대상도 수도권에서 수도권 외 지역까지 확대한다. 현재 수도권에 있는 사업장은 연간 질소산화물 4t, 황산화물 4t 이상을 배출해선 안 된다. 먼지 0.2t 규제 내용도 추가될 예정이다. 정부는 이 기준을 특별관리 대상으로 지정되는 지역의 사업장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총량관리 대상 확대는 산업계가 우려하는 가장 직접적인 규제다. 특히 미세먼지 배출이 상대적으로 많다고 지적받는 충남지역 사업장에서 크게 우려하고 있다. 정부 집계에 따르면 충남지역은 미세먼지의 62%가 발전 등 사업장에서 배출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당위성에는 공감하지만 기업 역시 저감장치 등을 통해 미세먼지를 줄여나가고 있다"며 "준비할 틈 없이 갑자기 배출 기준을 강화하는 것은 기업에 상당한 부담"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미세먼지를 많이 배출하는 철강ㆍ석유화학ㆍ시멘트 등을 중심으로 배출허용기준도 강화할 방침이다. 정부는 2015년 이전에 세워진 시설은 배출 허용기준이 상대적으로 미약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시멘트 공장의 경우 2015년 이후 세워진 시설은 질소산화물 배출 기준이 100ppm을 넘어선 안 된다. 하지만 2007~2014년 설치된 시설은 250ppm까지 배출이 가능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과거 설치한 시설도 최근 배출기준에 맞추도록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범위도 황산화물, 먼지까지 확대될 수 있어 사업장 총량에 미세먼지 물질별로 규제가 세분화돼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말했다.

 
◆ 미세먼지 원인 규명 없이 산업계 때리기

정부는 미세먼지의 주요 원인으로 먼지와 황산화물, 질소산화물을 규정하고 있다. 업계는 이번 회의에서 질소산화물 배출부과금을 신설하는 내용도 전달받았다. 이는 지난 6월 이낙연 총리가 발표한 특별대책에 담긴 내용이다. 먼지와 황산화물은 부과금을 시행하고 있지만 질소산화물은 부과금이 따로 없었다. 정부는 올 하반기 대기환경보전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대기배출부과금 대상을 질소산화물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먼지 총량제도 도입한다. 먼지 역시 사업장 총량관리제 적용 대상이었지만 배출량 산정이 어려워 그간 시행이 유보돼왔다. 이에 정부는 내년부터 수도권 대형사업장을 중심으로 먼지 총량제를 단계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이밖에 사업장 총량제 대상 사업장에 굴뚝 원격감시시스템(TMS)를 의무적으로 부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산업계는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미세먼지 원인이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국ㆍ몽골 등 해외에서 불어온 미세먼지가 국내 대기오염에 미치는 비중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은 올 초 보고서를 통해 76%가 해외에서 유입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달 미국 항공우주국(NASA)와의 공동 조사를 통해서는 5~6월 경 국내 미세먼지는 최소 30%에서 최대 60%가 중국에서 날아온 것이라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미세먼지 발생의 가장 큰 원인이 무엇인지부터 제대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는 이미 결론을 내놓았기 때문에 기업은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미세먼지 저감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이기 때문에 정부로선 성과에 대한 부담이 있을 것"이라며 "규제 방향을 다 잡아놓은 듯한 인상을 받아 정부 눈치를 봐야하는 우리로선 정부에 의견을 함부로 전달하기도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