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박기영 "황우석 연구 검증은 내 역할 아니었다..지금은 줄기세포 없다고 생각"

박정엽 기자 2017. 8. 8.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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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사태' 책임론 전면 부인 "황우석에게 연구비 해준 것 없다""연구비 배분, 다수 연구자 참여해 결정하는 시스템 만들 것

2005년 5월 열린 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밝게 웃는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와 박기영 당시 정보통신과학기술보좌관(현 과학기술혁신본부장) / 사진=연합뉴스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8일 '황우석 사태' 책임론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박 본부장은 2005년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줄기세포 논문조작 사건 당시 대통령 정보과학기술보좌관으로 황 전 교수가 예산 등 지원을 집중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앞장섰다. 이 때문에 논문을 조작한 사람은 황 전 교수지만 황우석 사태를 만들고 키운 사람은 박 본부장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박 본부장은 이날 조선비즈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황우석 연구팀의 연구에 대해서 소문이 있다는 것은 들었지만, 직접 가서 연구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역할은 내게 주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같은 박 본부장의 해명은 황우석 연구팀 연구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알았음에도 자신의 역할이 아니라 검증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라 또다른 논란이 예상된다.

그는 이어 "사이언스지와 과학계의 논문평가 시스템, 해외 저명한 학자들의 평가를 전적으로 신뢰했다"면서도 "(지금은) 판결이 났으니 (줄기세포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 본부장은 연구비 몰아주기 비판에 대해서는 "다 부처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유치한 것이지 내가 연구비를 해드리거나 그런 적은 없다"고 했다. 이어 "그 당시에 황우석 박사의 연구를 지원해야 한다는 여론이 굉장히 높았고 여기저기에서 많이 황 박사의 연구를 유치하려고 해서 황 박사가 연구비를 신청하면 유리했다"며 "제도 속에서 황 박사가 연구비를 딴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2004년 황우석 연구팀의 논문 무임승차 의혹에 대해서는 "첨단과학은 내부 규제가 잘 발달해야 하고 특히 생명을 다루는 생명과학 연구는 생명윤리가 중요하다"며 "2001년부터 3년간 황우석 교수를 대상으로 연구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줄기세포 연구를 대상으로 절차를 어떻게 가져가고 내부 규제를 할 수 있을지, 당시 하던 식으로 법으로 정하는 규제 방식이 아니라 규제 방식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했다.

아래는 박기영 본부장과의 인터뷰 전문.

- 언제 임명 사실을 들었나. "10여일 됐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전화했나? "아니다. 실무진에게 연락받았다."

- 황우석 사태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이었는데, 정확히 무슨 일을 했나. "정책을 자문하고, 정책을 연구해서 보좌하는 기능이었다. 참여정부 당시 과학기술부총리 직속 과학기술혁신본부가 만들어졌고, 국가기술혁신체계(NIS)를 만드는 일의 정책 자문이다."

- 당시 과학기술혁신본부가 지금 본부장을 맡게 된 과학기술혁신본부와 비슷한가. "그렇다. 그 때는 난 정책자문이나 기획하는 역할, 기획성 자문을 주로 했고 이번에는 실무를 하는 것이다. 부처간 협의는 우리가 직접 하지 않았다. 연구해서 보고하면 대통령이 채택 여부와 방향성을 제시하고, 그러면 그 내용을 고스란히 담아서 집행부처로 넘기는 역할이었지 집행기능은 아니었다."

- 황우석 전 서울대 수의대 교수의 줄기세포 논문조작 사건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있다. "그건 참… 저는 정부에만 있는 사람이다. 연구과제는 연구재단을 통해 서울대에 주고, 서울대가 연구자를 관리하는 체계다. 우리에게 연구를 관리 감독하는 직접 기능이 없다. 그 연구에 대해서 소문이 있다는 것은 들었지만, 직접 가서 연구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역할은 내게 주어지지 않았다. 그 당시 사이언스지에서 논문을 받아줬는데, 과학계의 논문평가 시스템이 있지 않나. 나는 과학자라서 진위를 의심하기 보다 시스템을 신뢰했다. 해외 저명한 학자들이 다 '굉장히 뛰어난 연구'라는 평을 해서 전적으로 믿었다."

- 서울대 조사결과, 검찰 수사결과가 나오고 난 뒤인 2006년 10월 언론 인터뷰에서도 '줄기세포는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저는 (줄기세포가) 있으니까 사이언스가 심사했을 것이라고 믿었다. 심사 과정도 있고, 아까 말한 유명한 학자가 다녀가고 판단도 해주고 하니까 제도화된 판단 체계를 믿은 것이다. 없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

- 지금은 줄기세포가 없다고 생각하는가. "판결이 났으니 없다고 생각한다."

- 황우석 연구팀에게 수백억원의 연구비를 몰아줬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그 부분은 제가 제일... 제가 하는 일은 주로 기획 등이었다. 연구비도 제가 주도한 연구비는 아니다. 다 부처에서 하고, 경기도에서 무엇인가를 유치하고 그랬을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유치하려 한 것이다. 통으로 지원한 것은 아니다. 내가 연구비를 해드리거나 그런 적은 없다."

- 그러나 대통령직속 과학기술위원회,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 등 각종 정부위원회에 들어갈 수 있게 도운 것 아닌가. "도운 것은 아니고 그냥 연구과제를 신청해서 된 것이다. 그 당시에 황우석 박사의 연구를 지원해야 한다는 여론이 굉장히 높았다. 그러다 보니까 여기저기에서 많이 황 박사의 연구를 유치하려고 했고, 워낙 지지도가 높아서 황 박사가 연구비를 신청하면 유리했다. 내가 일부러 어떻게 한 것은 아니다. 제도 속에서 황 박사가 연구비를 딴 것이다."

- 황우석, 김병준, 박기영, 진대제로 구성된 실세모임 황금박쥐가 황우석 연구팀을 지원했다는 비판도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하나. "그런 것이 아니다. 황금박쥐라고 모이게 된 계기는 우리끼리 한 언론사에서 주최한 신년좌담회를 하면서 모인 것이다. 2005년인가, 신년초에 정보통신기술, 생명공학기술 등 과학기술이 활기찬 분위기를 만들자는 취지의 좌담회를 하면서 모였다가 이후 한 번 만나자고 해서 모였고 몇 번 친목삼아 모인 것이다. 황우석 연구팀을 지원하기 위해서 한 것은 아니다."

- 황우석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보는가. "우선 그렇게 논문을 쓰는 일은 없어야 한다. 한편 첨단과학은 내부 규제가 잘 발달해야 한다. 특히 생명을 다루는 생명과학 연구는 생명윤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내부 규정과 가이드라인을 잘 지키고, 내부 규제에 충실해야 사회에 연구를 지지해달라고 할 수 있다."

- 황 전 교수 2004년 논문에서도 '연구윤리' 담당 아니었나. "(당시) 나는 그런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려고 했다. 국가가 첨단 연구를 무조건 하라, 또는 말라고 해서는 안된다. 새로운 첨단 연구는 내부에서 정당한 규정과 절차를 만들되 다소 까다로워도 된다고 생각한다. 제대로 된 규정을 지키는 것이 선진국다운 연구다. 그 때도 선진국다운 연구체계를 만들고 싶었다. 그 점이 아쉽다. 줄기세포 연구를 대상으로 절차를 어떻게 가져가고 내부 규제를 할 수 있을지, 당시 하던 식으로 법으로 정하는 규제 방식이 아니라 규제 방식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2001년부터 황우석 교수를 대상으로 연구했다. 하루 아침에 되는 일이 아니라 (대통령 과학기술보좌관이 된 2004년까지) 3년을 지켜보며 같이 연구했다."

- 내부 규제라면 정부 아닌 연구자 개인이나 소속 기관의 규제를 말하나? "그렇다. 그리고 연구자 집단도."

- 그러나 정작 2005년 서울대 수의대 기관윤리위원회(IRB)가 황우석 연구팀의 연구윤리 관련 조사결과를 발표하려고 했을 당시는 박 본부장이 개입해 축소 무마하려 했다는 비판도 있다. "그건 그 날 우후죽순으로 발표하려고 하니 체계를 세워서 발표하자고 한 것이다. 누가 어떻게 발표할 지. 나는 IRB, 절차를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 박 본부장이 기자회견 주체를 서울대 수의대 IRB에서 복지부로 바꾼 것 아닌가. "공개적으로 기자회견을 하지 않았나. 이런 것은 기자회견을 할 것이 아니라 내부 검증을 받아야 한다. 결국 발표내용이 문제가 되지 않았나. 부실한 조사결과를 발표한 것 아닌가. 조사를 철저히 하고 내부 점검도 받고 해야 한다."

- 앞으로 문재인정부의 과학기술혁신본부의 활동은 어떻게 하고 싶은가. "사람이 아닌 시스템에 의해 결정되는 역동적 연구체계를 만들고 싶다. 연구비 배분이 중요하다. 의도적으로 누군가가, 청와대가 연구비를 해줄 수 있는 제도를 실력있는 사람들이 연구비를 가져가는 시스템으로 만들고 싶다. 노 대통령 보좌관을 하기 전에도 내 소신이었다. 그래서 실력있는 사람들이 역할을 하고 국가의 경제성장에 기여하기를 바란다. 4차 산업혁명은 현장이 역동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사회다. 그런 사회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한 때 잘 못했던 소신을 다시 실현하고 싶어 어렵게 출발했다."

- 정부가 아닌 연구자들이 참여해 연구비를 배분한다는 뜻인가. "다수의 연구자가 참여해 객관적으로 평가해 결정되는 시스템이다."

- 더불어민주당에서 활동은 하지 않았나? 지난 20대 총선 비례대표 후보였다. "비례대표 후보 신청만 했고, 당 활동은 하지 않았다."

- 대선 캠프의 다른 과학기술 전문가들과 함께 일했나. "대선 때는 과학기술정책공약을 준비하고 문건으로 자문하는 역할은 했다. 저 혼자 연구실에서 작업해서 보고서 만들어 줬다. 예를들어 기초연구활성화방안이 필요하다면 해주는 식이다."

- 문미옥 현 과학기술보좌관과 관계는 어떤가. "문미옥 보좌관은 미리 잘 알던 분은 아니다. 저와 활동 분야가 달랐다. 저는 과학기술 NGO에서 일했고, 그 분은 여성과학자단체 쪽에서 활동했다. 가끔 보는 안면은 있었다. 얼마 전 한 과학기술단체에서도 만났다. 임명 후에 통화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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