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주의 친절한 경제] "어우 맵다 매워"..'화끈한 맛' 찾는 이유

권애리 기자 2017. 8. 11.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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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친절한 경제, 권애리 기자와 소비자 트렌드 알아보겠습니다. 권 기자, 어서 오십시오. (안녕하세요.) 워낙 우리나라 사람들이 매운맛 좋아하기는 하지만, 요새 나오는 제품들은 "뭐, 이렇게까지 매워야 돼?" 싶을 정도로 매운맛이 나온단 말이죠. 점점 더 독해지고 있어요.

<기자>

네, 말씀하신 대로 한국인이 워낙 매운맛에 친숙하지만, 요새는 그 매운맛이 거의 모든 식품 분야에서 키워드입니다.

한국의 대중문화 탐방 영상으로 유명한 한 영국인이 올 상반기에 한정판매됐던 매운맛의 볶음면을 시식해보는 영상인데요, 굉장히 힘들어하죠.

국내 시판 라면 중에서 가장 맵게 출시된 건데 900만 개가 팔리는 기대 이상의 히트를 쳤습니다. 판매 기간도 한 달에서 석 달로 늘어났고, 내년에도 다시 출시할 예정입니다.

스코빌이라고, 매운맛을 측정하는 단위가 있습니다. 보통 풋고추의 맵기가 1천500 스코빌쯤 된다고 하는 데요, 방금 보신 그 라면은 이것보다 6배가 매운 8천700 스코빌 수준이었습니다.

사실 국내 라면 매출 1위인 제품도 이름부터 맵다는 걸 강조하잖아요. 그런데 그 라면은 풋고추 맵기의 2배 정도 되데요, 이제는 국내 시판 라면 중에서 맵기로 10위에 그치는 수준입니다.

그 정도로 매운 것에 초점을 맞춘 제품들이 경쟁적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스코빌 지수를 포장에 표기하는 건 의무사항은 아니고 선택사항인데요, 맵다고 자랑하는 제품들 보시면 이 스코빌 지수를 대부분 찾아보실 수 있을 겁니다.

<앵커>

저런 거 한번 잘못 먹으면 하루 종일 속도 쓰리고 그런데, 저걸 저렇게 찾아 먹는 이유가 뭘까요?

<기자>

흔히들 불황의 시장공식을 얘기할 때 빨간 립스틱, 미니스커트 얘기하잖아요. 먹는 것 분야에서는 이 매운맛이 불황형 입맛이라고 합니다. 스트레스가 쌓이고 좀 처질수록 화끈한 맛을 찾게 된다는 겁니다.

[윤경수/서울 양천구 : (매운 건) 스트레스받을 때나 화날 때, 좀 풀고 싶을 때 주로 먹어요. 풀리죠. 매운데 화가 나면서 뭔가 좀 상쾌한 기분….]

실제로 매운맛은 미각이 아니라 통각, 고통을 자극하면서 나는 맛이기 때문에 매운 걸 먹으면 통증을 줄여주는 엔도르핀이라는 호르몬이 나옵니다.

이게 기분 좋아지게 하는 호르몬으로도 유명하잖아요. 어느 정도 실제 효과가 있다는 거죠.

최근 매운맛 트렌드는 이 불황의 공식과 관련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인데, 특히 최근에는 원래 매운 쪽으로 인기 있는 라면 같은 식품들뿐만 아니라 그야말로 모든 식품군에서 매운맛이 나오고 있습니다.

달콤한 도넛으로 유명한 브랜드에서 아예 고춧가루를 빻아서 넣은 매운 도넛이 나오기도 했고요.

한 양념치킨 브랜드는 굉장히 매운맛이 인기를 끌면서 영업이익이 무려 150% 치솟았습니다. 치킨 업계가 그 성공을 보고 매운맛 경쟁 한창 하고 있습니다.

과자처럼 단짠, 달고 짠 맛 위주인 분야에서도 와사비나 멕시코 고추를 넣은 매운맛이 속속 출시되고 있고요. 프랜차이즈 레스토랑들도 요즘 매운맛 메뉴에 중점을 두는 곳들이 많습니다.

<앵커>

그런데 또 이렇게 매운맛, 독하게 스트레스를 푸는 것 말고 순하게 스트레스를 푸는 제품들도 나오고 있다고요?

<기자>

네, 이건 저자극으로 스트레스를 풀자는 반대의 경우입니다. 아주 차분한 소리를 반복적으로 듣는 겁니다.

지금 들으신 것 같은 치킨 먹는 바사삭하는 소리, 또 발을 씻고 마사지하는 소리, 약간 조용하고 기분 좋은, 평화로운 상태를 연상시키는 자극이 적은 소리죠.

이 유튜브 채널은 이런 섬세한 소리들을 따서 들려주는 게 전부인 채널인데요, 구독자가 40만 명에 이르고요. 이 정도로 유명한 채널들이 우리나라에만 여러 개가 있습니다.

ASMR이라고 하는 걸 기대하는 건데요, 청각 같은 감각, 오감을 자극해서 심리적으로 안정되는 경험을 추구한단 뜻입니다. 들어보신 분들 많을 '백색소음'이라는 게 바로 여기 들어갑니다.

이건 정말 효과가 있는지 과학적으로 증명이 끝난 상황은 아니지만, 바람 소리나 풀잎 소리 같은 걸 은은하게 내는 앱이나 기계들도 요즘 쏟아져 나오고 있고요. 역시 '과로 사회'라고까지 하는 스트레스 많은 사회 분위기에 맞물린 현상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권애리 기자ailee17@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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