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 공포에 과도한 '패닉' 지적도 .."위험 과장은 자제"

심동준 입력 2017. 8. 16.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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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주=뉴시스】박진희 기자 = 16일 오전 경기도 양주시 한 산란계 농장 축사에서 산란계들이 농산물품질관리원 검사요원들의 달걀 및 사료 수거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2017.08.16.pak7130@newsis.com

닭고기, 빵 등 유관제품으로 우려 확산
"농도 낮아 건강 문제 직결 어려울 듯"
"식용 닭, 사육 조건 달라 우려 적을 것"

【서울=뉴시스】심동준 이종희 장서우 기자 = '살충제 달걀' 파동이 불거진 이후 시민들 사이에서 달걀 자체와 닭고기는 물론 빵과 같은 2차 가공물까지 기피하는 등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시민들은 이미 사둔 제품을 폐기하거나 기존에 섭취한 달걀을 통해 심각한 건강 문제가 발생할지 모른다면서 공포에 떠는 모습이다.

서초구 교대역에서 만난 김정희(50·여)씨는 분개한 목소리로 "사둔 달걀을 환불하고 싶은데 영수증이 없어서 놓아두고 있다. 닭도 불안해서 안 사먹는다. 빵도 피하게 된다. 대신 생선을 먹거나 한다. 이미 그런 계란이 유통됐을 텐데 최대한 안 먹어야겠다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박서진(22·여)씨는 "빵을 좋아하는데 국내산 계란도 문제가 있다고 하니 걱정이 된다"며 "앞으로 덜 먹어야 할지를 고려해봐야겠다"고 했다.

영등포구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조창곤(72)씨는 "평소 달걀이 많이 팔리는데 문제가 일어나고는 찾는 손님이 없다. 누가 사려고 하겠나"라고 토로했다.

◇유해물질 피프로닐, 비펜트린 검출…"일상적 섭취로 건강문제 직결 어려워"

이번 사태는 일부 산란용 양계 농장에서 금지 물질인 피프로닐(fipronil)과 발암물질인 비펜트린(Bifenthrin)이 기준치 이상 검출되면서 불거졌다.

【양주=뉴시스】박진희 기자 = 16일 오전 경기도 양주시 한 산란계 농장 출하장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달걀을 선별하고 있다. 2017.08.16.pak7130@newsis.com

피프로닐은 식용 목적 가축에게 살포하는 것이 금지된 물질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중등도 위험 살충제로 분류하고 있으며 가축에 기생하는 벼룩이나 진드기 등 해충을 없애는 데 쓰인다. 비펜트린은 미국환경보호청(EPA)에서 발암물질로 분류한 것으로 닭에 기생하는 진드기(일본명 와구모)를 제거하는 살충제로 사용되며 허용 기준치(0.01mg/kg) 범위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과 보건당국 측에서는 일상적인 달걀 섭취로 인해 직접적이고 치명적인 건강 문제가 발생한다고 보기에는 문제가 된 달걀에 함유된 살충제 성분이 극소량이라고 강조한다. 몸무게 60kg인 성인은 하루에 피프로닐 0.54mg까지 섭취해도 문제가 없어 남양주 살충제 계란을 한꺼번에 248개를 먹어도 인체에 별 이상이 없다는 설명도 나온다. 시민들 가운데서도 과도하게 불안감을 야기하는 '괴담'을 경계하는 모습이 보였다.

직장인 김성관(53)씨는 "이번 달걀 파동을 제2의 가습기 사태로 연결 짓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건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며 "사람이 직접 살충제를 먹는 것이 아니라 닭에 뿌려진 성분이 달걀에서 아주 일부 검출됐다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박순자(68·여)씨는 "오늘 점심에도 계란을 먹었다"며 "식물에도 해충을 죽이려면 약을 쓰는데 그걸 매일 뿌리는 것이 아니다. 그 정도 유해성분이 없는 게 어디 있겠냐"고 반문했다.

당초 살충제 달걀 파동은 유럽에서 시작됐다. 논란이 일자 네덜란드 식품안전청(NVMA)은 피프로닐 복용이 메스꺼움이나 구토, 복통, 어지럼증 등을 일으킬 수는 있으나 원상회복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독일 식품 당국 또한 단기적인 오염 달걀 섭취가 직접 건강을 위협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국내 전문가들 또한 유럽 식품 당국과 비슷한 견해를 내놓고 있다. 피프로닐과 비펜트린이 인체에 유해한 물질인 것은 맞지만 식품에 포함돼 단기적이고 일시적으로 섭취하는 것이 곧바로 우려할 만한 건강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소량 섭취할 경우 앞에서 열거한 증상이 일어날 수 있지만 통상적인 상황에서 이런 부작용은 곧 사라지고 특별한 치료를 요하지 않으며, 섭취된 피프로닐은 대사 과정을 통해 대변과 소변으로 체내에서 다 빠져나간다고 한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피프로닐과 관련한 중독 사례가 있지만 이는 실수로 다량을 먹어서 발생하는 것"이라며 "통상적으로 작업장에서 뿌리다가 들이마시는 정도는 농도가 굉장히 낮다. 더욱이 계란에 소량 포함된 것으로 급성 증상을 우려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청주=뉴시스】인진연 기자 = 국산 계란에서 사용이 금지된 살충제 성분이 나와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16일 충북 청주의 한 대형마트 계란 판매대는 안내문 부착 후 다른 상품이 진열되어 있다. 2017.08.16. inphoto@newsis.com

이어 "장기간 노출로 인한 만성 증상과 관련해서 갑상선에 종양이 조금 생긴다는 동물 실험 결과가 있기는 하지만 이번 달걀에 들어있는 농도를 볼 때 한두 번 먹는 것으로 관계가 있을 것 같지 않다"면서 "비펜트린의 경우 상대적으로 독성이 측정된 것이기 때문에 위험 여부를 일률적으로 얘기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재홍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도 "기준치는 지속, 반복적으로 먹었을 때 안전성을 따져 설정하는 것"이라며 "가정에서 관리할 방법이 없기는 하나 현재 알려진 정도의 잔류 수준이라면 걱정하면서 먹을 정도는 아닌 듯하다"라고 말했다. 다만 "당장 위험한 수준은 아닐지라도 금지된 살충제를 사용한 농장에서 생산한 계란은 유통을 금지시키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닭고기에도 살충제가?…"사육 환경 달라 상대적으로 우려 적을 듯"

세간에서는 달걀뿐만 아니라 닭고기에도 살충제 성분이 들어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퍼지고 있다. 문제가 된 농장들에서 닭이 있는 상태에서 살충제를 뿌린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부 커뮤니티인 '82쿡'이나 '맘스홀릭 베이비' 등에서는 "왜 달걀 얘기만 나오고 닭 얘기는 없나. 닭은 먹어도 되는 건가" "닭과 계란 모두 샀는데 찝찝하다" "닭안심으로 이유식 만들었는데 먹여도 될까" 등의 우려 섞인 게시물이 작성돼 있다.

이와 관련, 식약처와 양계 업계에서는 달걀을 낳기 위한 '산란계'와 식용인 '육계'는 사육 조건과 생존 기간 등이 달라 상대적으로 살충제에 노출될 우려가 적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일부 농장에서 살충제가 사용됐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겠으나 달걀만큼 우려를 할 정도는 아니라는 얘기다.

정기상 한국육계협회 상무는 "산란계는 30㎝ 정도 크기의 케이지에서 꼼짝 못하고 사료 먹고 알을 낳으면서 1~2년을 있지만, 육계의 경우에는 보통 30일~31일 사이 출하를 한다"며 "한 달 키워 출하가 되면 소독을 하고 준비하는 기간이 또 한 달이다. 게다가 육계 농장은 케이지가 아니라 운동장 같은 형태다. 산란계와 육계 사육하는 농가가 애초부터 분리돼 있기도 하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국내산 달걀에서도 살충제가 검출되어 모든 달걀에 대해 출하가 정지된 15일 오후 화성시 양계농장에 국립농산물 품질관리원 검사요원이 유해물질 검사를 위해 달걀을 수거하고 있다. 2017.08.15. photo@newsis.com

식약처 관계자도 "산란계는 한 곳에 가만히 있는 방식으로 오랜 기간 사육되기 때문에 진드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육계는 넓은 곳에서 이리저리 다니면서 길러지며 나이가 들기 전에 식용으로 쓰이기 때문에 진드기나 이 같은 것이 발생하지 않는다. 굳이 금지된 살충제를 사용할 이유가 적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시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육계에 대해서도 검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하상도 중앙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육계를 대상으로는 아직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검사할 필요성은 있다고 보인다. 달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지만 문제는 검출되는 농도가 어느 수준이냐는 것이다. 기준을 정할 때 안전 마진을 두고 있기 때문에 직접적인 위해는 없을지 몰라도 우선 불법이고, 사용을 숨긴 부분은 면밀히 규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s.w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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