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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 계란]정부탓? 농가탓? 책임은 누가 지나

피용익 입력 2017. 08. 16. 17:23 수정 2017. 08. 16.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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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 계란' 사태는 결국 인재(人災)라는 점에서 무책임한 정부와 농가 모두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 4월 한국소비자연맹 주최 토론회에서 "산란계 농가 탐문조사에서 61%가 닭 진드기 때문에 살충제를 쓴 적이 있다"는 전문가 지적이 나왔지만, 정부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 또 확인된 농가 모럴 해저드농가의 모럴 해저드는 이번 사태를 통해 또 드러났다.

지난 2월 구제역이 11개월 만에 재발했을 때도 농가의 부실한 백신 접종 탓이 큰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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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살충제 계란’ 사태는 결국 인재(人災)라는 점에서 무책임한 정부와 농가 모두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정작 책임을 지는 사람은 없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 정부, 1년 넘게 무대응 일관

정부는 1년 넘게 살충제 계란 문제를 수수방관했다.

국내에서 처음 살충제 계란 문제가 제기된 것은 지난해 8월이다. 당시 정부는 전국 산란계 농장의 4%를 대상으로 검사하고선 “피프로닐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지난 4월 한국소비자연맹 주최 토론회에서 “산란계 농가 탐문조사에서 61%가 닭 진드기 때문에 살충제를 쓴 적이 있다”는 전문가 지적이 나왔지만, 정부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이달 초 유럽에서 살충제 계란 사태가 발생하자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국내산 달걀과 닭고기는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1년 전 샘플조사에 기반한 발언이었다.

국회 회의록 시스템에 따르면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살충제 계란 문제를 언급하며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이에 손문기 당시 식품의약안전품처장은 “계란 안전관리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며 “상위부서인 농림식품부의 실태조사는 상위부서인 농림식품부와 함께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후 식약처도 농식품부도 별다른 대책을 추진하지 않았다. 문제를 인식하고도 대응하지 않아 화를 키운 셈이다.

[이데일리 신태현 기자] 국내산 계란에 맹독성 살충제 ‘피프로닐’ 성분이 검출돼 전국적으로 계란 출하 및 대형마트 등의 유통이 일시 중지된 16일 오전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계란을 반품하고 있다.
◇ 또 확인된 농가 모럴 해저드

농가의 모럴 해저드는 이번 사태를 통해 또 드러났다.

경기도 남양주 농가에서 검출된 피프로닐은 가축의 벼룩이나 진드기를 없애는 살충제다. 다량 섭취할 경우 장기가 손상될 가능성이 있어 식용 목적의 가축에는 사용이 금지된 독성물질이다. 경기도 광주 농가에서 검출된 비펜트린은 미국 환경보호청이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국내에선 제한된 용량만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농장주들은 이런 독극물을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고선 오히려 “독성물질인줄 몰랐다” “수의사가 괜찮다고 했다”고 항변했다.

농가의 도덕적 해이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2월 구제역이 11개월 만에 재발했을 때도 농가의 부실한 백신 접종 탓이 큰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물론 정부의 관리가 미흡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농장주들이 ‘안 걸리면 그만이고 걸리면 재수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한 정부의 관리에는 구멍이 날 수밖에 없다. 턱없이 부족한 인력 탓이다.

◇ 고의성 없으면 처벌 수위 약해

가장 큰 문제는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살충제 계란이 없다고 호언했던 류영진 식약처장은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타를 받고서야 “유감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을 뿐이다.

주무부처인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은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리게 된 데 대해서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지만, 관련자 조치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살충제 계란을 생산한 농가가 받는 처벌도 미미하다. 모럴 해저드가 만연한 이유다.

축산물위생관리법 상 유독·유해 물질이 들어 있거나 우려가 있는 축산물을 판매하는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이 가능하다. 축산물의 기준·규격 위반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다만 고의성이 없을 경우 처벌 수위는 크게 낮아질 수 있다.

피용익 (yonik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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