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품으로".. 파업 코 앞에 둔 KBS-MBC

CBS노컷뉴스 김수정 기자 2017. 8. 21.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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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공영방송 KBS-MBC가 각각 고대영·김장겸 사장 퇴진과 방송 정상화를 내걸고 조만간 총파업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성재호, 이하 새노조)와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김연국, 이하 MBC본부)는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KBS 앞에서 열린 '돌아오라 마봉춘 고봉순 불금파티'에서 파업을 공식화했다.

새노조 성재호 본부장은 "총파업을 조만간 실행에 옮길 것"이라며 "파업으로 새로운 KBS를 만들어 국민 품으로 돌려드리겠다"고 밝혔다.

MBC본부 김연국 본부장은 "2012년 170일 파업 이후 5년 만에 저희는 다시 총파업에 나선다"며 "작은 언론자유의 침해가 있었을 때 묵인·방조하고 저항을 게을리 했던 우리를 철저히 바꾸는 파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 MBC : 오늘 예능·라디오 PD 총회… 총파업 투표 24일부터

두 방송사 가운데 좀 더 속도를 내는 곳은 MBC다.

MBC 예능·라디오 PD들은 오늘(21일) 저녁 총회를 열어 제작거부에 동참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11일부터 오후 뉴스 '뉴스M'과 마감 뉴스 '뉴스24'가 결방되고, '이브닝뉴스' 단축, 20일 '시사매거진 2580'까지 결방된 만큼, PD들이 제작거부 결의를 할 경우 방송 차질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MBC본부는 지난 18일 총파업 투표 공고를 냈다. MBC본부는 오는 24일 오전 9시부터 29일 오후 6시까지 오프라인과 모바일로 총파업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앞서 MBC 'PD수첩' 제작진은 세월호 유가족 눈물 장면 삭제 지시, 국정원·백남기 농민 사망 등의 아이템 불허 등 제작자율성 침해를 폭로하며 지난달 21일부터 제작거부를 시작했다.

이후 '시사매거진 2580' 등이 속해있는 MBC 시사제작국 기자·PD들이 일손을 내려놨고, 회사 정책 친화도 및 노조 경력 등을 기준으로 직원을 등급별로 분류한 'MBC 블랙리스트'가 나온 후 카메라기자 집단인 MBC영상기자회가 제작거부에 나섰다.

제작거부 흐름은 콘텐츠제작국 PD들, 보도국 취재기자들, 뉴미디어뉴스국 등 보도국 밖 기자들에게까지 차례차례 확산됐고 전국MBC기자회 역시 지난 14일부터 서울MBC로 기사 송고를 하지 않고 있다.

지난 17일과 18일에는 각각 편성PD들과 드라마PD들이 총회를 개최해 만장일치로 총파업 동참을 결의했다. 돌입 시점은 이번주 내로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변창립 아나운서에서부터 주말 '뉴스데스크' 앵커를 맡았던 박연경 아나운서까지 MBC본부 소속 27명의 아나운서들은 지난 18일 오전 8시부터 제작·출연거부를 시작, 현재 아나운서국에는 신동호 국장을 포함해 8명과 계약직 아나운서 11명이 남아 있다.

MBC 강다솜 아나운서는 지난 18일 새벽 본인이 진행하는 '잠 못 드는 밤 강다솜입니다' 방송에서 제작·출연거부 합류를 밝혔다.
강다솜 아나운서는 18일 새벽 MBC 표준FM '잠 못 드는 이유 강다솜입니다' 방송에서 "동료들이 힘겹게 싸우고 있는 것을 뻔히 아는데 그에 따라서 자정뉴스가 없어져서 5분 일찍 방송을 하게 되었는데 제가 너무 아무렇지 않게 방송을 한다는 것이 좀 괴로웠다"며 "상식이 통하는 날 부당한 일들이 벌어지지 않는 그런 날 더 떳떳한 모습으로 이곳으로 돌아올 수 있다면 좋겠다"고 제작거부 합류를 알렸다.

최근 퇴사한 김소영 아나운서의 동기인 이재은 아나운서 역시 18일 아침 MBC FM '세상을 여는 아침 이재은입니다' 방송에서 "그동안 너무너무 존경하고 사랑하는 우리 선배들이 그토록 사랑하는 회사를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그리고 저의 하나뿐인 동기가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게 너무 슬프고 마음이 아팠다"며 "좋은 친구 마봉춘으로 다시 돌아올게요, 여러분"이라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MBC 아나운서들은 내일(22일) 오전 10시 30분, 상암MBC 사옥 마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출연 방해·제지 등 업무 관련 부당 침해 사례를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MBC 사측은 경영·기획 부서에 있거나 '시사매거진 2580'에 소속된 경력기자들을 17일자로 보도국으로 인사이동시켰고, 18일 모든 부문의 경력사원 채용을 중단했다. 회사 로비 등에서 "김장겸은 물러나라"라고 외쳤던 김민식 PD에게는 출근정지 20일의 징계를 내렸다. 김 PD는 재심을 신청할 계획이다.

◇ KBS : 사장 퇴진 성명 줄이어… 기자들, 제작거부 결의

지난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열린 '돌아오라 마봉춘 고봉순 불금파티'. 이 자리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와 MBC본부는 각 본부장을 통해 파업을 공식화했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제공)
MBC에 비해 더디긴 하지만 KBS에서도 '행동'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우선, 고대영 사장 퇴진과 방송 정상화를 촉구하는 성명은 점점 확산 중이다.

1990년 4월 이전에 입사한 PD 67명은 'KBS 개혁을 막는 어떤 세력도 용납하지 않겠습니다'라는 성명을 내어 △고대영 체제 옹호하는 어떤 세력도 용납하지 않을 것 △명령 불복종·제작거부 등 가능한 모든 투쟁을 후배들과 함께할 것 △반개혁 세력을 가려내 응징할 것을 밝혔다.

새노조 소속 방송기술 네트워크(11명), 라디오(89명), 보도영상구역(24명) 조합원들도 잇따라 성명을 내어 행동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앞서 KBS기자협회(협회장 박종훈)는 지난 16일 총회를 열어 제작거부를 결의했다. 전체 투표자 수 283명 중 2명을 제외한 모든 인원이 찬성표를 던져 찬성률이 99.29%에 달했다. 구체적인 시점은 기자협회 비상대책위원회에서 결정할 예정이다.

새노조도 파업을 위한 준비 과정을 하나하나 밟아가고 있다. 새노조는 최근 교섭대표노조인 KBS노동조합(위원장 이현진, 이하 KBS노조)에 파업 동참을 제안했다. 이에 KBS노조가 확답을 주지 않고 '재논의'하겠다고 밝혀, 독자적으로 파업을 준비하고 있다는 게 새노조 관계자의 설명이다.

[CBS노컷뉴스 김수정 기자] eyesonyou@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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