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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서점 '소소한 책'에 위로 받는 2030 여성들

정원식 기자 입력 2017.08.21. 16:10 수정 2017.08.21.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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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동네서점은 자기 취향이 강한 20~30대 여성 독자들의 지지를 받으며 증가하고 있다. 사진은 김지원씨가 서점 탐방 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것들이다. 김지원씨 제공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하는 대학생 김지원씨(22)는 취미가 ‘동네책방 탐방’이다. 지난달에는 오로지 동네서점에 가기 위해 제주도를 다녀오기도 했다. 독특한 공간과 책들, 고유의 분위기까지 탐방한 동네책방들은 그의 인스타그램 사진으로 차곡차곡 쌓인다. 김씨는 “서점마다 취급하는 책과 느낌이 달라서 적어도 일주일에 한번은 일부러 찾아다닌다”며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는 또 다른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가 동네서점을 발견한 것은 2년 전 여름, 책 디자인에 끌려서다. 그러다 지난해 여름부터는 본격적인 탐방을 시작했다. “너무 힘든 일이 있었는데 책에서 위로를 많이 받았어요. 그런데 대형서점에 있는 책들보다는 동네서점의 독립출판물들이 더 위로가 됐어요.”

김씨는 동네서점 때문에 책을 좋아하게 됐다. “원래 책을 잘 안 읽어서 교보문고 같은 데도 거의 안 갔어요. 처음에는 공간과 책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서 동네서점에 갔다가 점점 책에 빠져들게 됐어요.”

■ 동네서점, 일주일에 하나씩 생긴다

동네서점의 열기가 출판계의 전반적 정체 속에서도 식지 않고 있다. 올 들어서는 한 주에 1개 꼴로 늘어나고 있다. 2014년 11월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가격경쟁률이 생긴 덕분이기도 하지만 색다른 것을 찾는 젊은층의 욕구와도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대형서점이나 온라인서점 대신 동네서점만 찾는 마니아층도 나타나고 있다.

동네서점은 몇 개나 될까. 계간 ‘동네서점’을 발행하는 앱 개발업체 퍼니플랜은 2015년 9월1일부터 지난 7월31일 사이에 동네서점 현황을 모니터링했다. 이에 따르면 이 기간 중 동네서점 277개가 새로 문을 열었다. 그중 20개(7.2%)가 문을 닫아 현재 동네서점은 257개다. 흥미로운 것은 늘어나는 속도다. 현재 운영 중인 257개 중 올해 개점한 동네서점은 31개. 올해 들어 일주일에 1개꼴로 문을 연 셈이다.

■ 20~30대 여성들이 주고객

동네서점을 찾는 사람들은 어떤 이들일까. 대형서점이나 온라인서점과 달리 동네서점은 고객 데이터를 수집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정확한 통계는 없다. 그러나 동네서점 관계자들은 “경험칙상 20~30대 여성이 압도적”이라고 말한다.

독립출판물을 주로 취급하는 서울 연희동 동네서점 유어마인드의 이로 대표는 “20~30대 여성이 많고 문화적 흐름이나 사회적 문제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 찾는다”며 “직업군으로는 디자인 전공자나 출판계 관계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출판사 편집자로 일하다 최근 출판사를 창업한 황예인씨(34)는 “편집자들은 원래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인 데다 동네서점은 서점 주인만의 개성이 강하게 반영된 컬렉션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자주 간다. 디자이너들은 동네서점에 진열된 책들 중 디자인이 예쁜 책들이 많아 참고 삼아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동네 특성이나 입지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다. 예컨대 맥주 파는 서점으로 유명한 서울 상암동 북바이북은 인근 미디어시티의 미디어, IT 업종 직장인들을 겨냥한 서점이다. 서울 혜화동 ‘마음책방 서가는’의 손님들은 10대부터 60대까지 비교적 폭넓은 연령대의 동네 주민들이 주고객이다.

■ 취향을 공유하는 이들의 피난처

출판 관계자들은 너도나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데 동네서점이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로 대표는 “소수의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피난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며 “그렇기 때문에 책 자체가 비주류가 될수록 서점은 점점 더 그 비주류만의 피난 공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출판시장의 주독자층인 20~30대 여성들이 동네서점을 주로 찾으면서 기존 출판사들과 동네서점의 협업도 늘어나고 있다. 민음사는 지난달 자사의 문고본인 ‘쏜살문고’ 시리즈 중 <무진기행>과 <인간실격>을 동네서점에서만 살 수 있는 ‘동네서점 에디션’으로 재발간했다. 문학동네는 지난달 김애란의 <바깥은 여름>, 무라카미 하루키의 <기사단장 죽이기>의 예약판매를 동네서점을 통해서도 진행했다.

계간 ‘동네서점’을 발행하는 남창우 대표는 “최근 한 출판사 데이터를 봤더니 20~30대 여성 독자의 비중이 줄고 있다. 반면 독립출판물 행사에는 20~30대 여성들이 줄을 선다”며 “출판사들이 이런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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