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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뉴스]'종교인 과세' 또 미루자?..미룬 지 이미 50년

박용필 기자 입력 2017. 08. 22. 16:39 수정 2017. 08. 24.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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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새 정부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이었던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은 21일 “종교 기관에 과세를 하더라도 세무조사는 면제해줘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세무조사를 하되, 세무서가 아니라 종단을 통해서 ‘셀프조사’를 하도록 해주자는 겁니다.

앞서 지난 9일 그는 종교인 과세를 2년 더 유예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습니다. 국정기획위 위원장 시절부터 주장하던 바를 결국 실행에 옮긴 것입니다. 지난 2015년 개정된 소득세법에 따라 종교인도 2018년 1월부터 납세를 하도록 돼 있는데, 이 시기를 2020년으로 2년 더 연기하자는 것이죠.

그는 이런 행보에 대해 표면적으로는 ‘종교인 과세 전 철저한 준비’ 차원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납세를 하지 않던 종교인들이 갑자기 납세를 할 준비도 없이 납세를 하게 되면 혼란이 생길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나 그의 이런 주장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듭니다. 종교인 과세 얘기가 이번 정부 들어 갑자기 나온 얘기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알려진 바로는 이미 1968년부터 종교인에 대한 과세의 필요성이 제기됐습니다. 그리고 무려 50년 가까이 이런 저런 이유로 계속 ‘유예’가 돼 현재까지 온 것이죠. 2015년 가까스로 법적 근거가 마련된 뒤에도 이미 2년의 유예 기간을 줬습니다. 그래도 ‘납세를 준비’하는데 시간이 더 필요할까요?

■1968년-첫 종교인 과세 시도

기록으로 확인되는 첫 종교인 과세 시도는 1968년 7월 2일 있었습니다. 당시 국세청장은 목사 신부 등 성직자에게도 갑종 근로소득세 부과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과세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1969년 4월16일자 경향신문 기사는 “지난해 9월 국세청이 세원 포착을 위해 조사를 시작했지만 크게 말썽이 생겨 잠정적으로 보류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당시 기사에 따르면 이때 종교인들 끼리도 납세를 해야한다, 또는 하지 말아야 한다, 주장이 갈렸는데요. 납세를 해야한다는 쪽은 “종교인도 국민의 한 사람인 만큼 세금을 내야한다” “납세가 유사 종교의 성행을 막을 것이다” “종교 단체도 법인이기 때문에 수익이 생기면 법인세를 내야한다”는 등의 이유를 들었습니다. 반면 납세를 반대하는 쪽은 “경제적 문제 때문에 종교인이 되지 않았고, 특정 종교인의 교리 상 소유권이 부여되지 않기 때문에 세금 부과는 불가하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19690416 경향신문 기사

■1987년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종교인 세금 내야”

1987년 종교인 과세 문제가 다시 이슈화됩니다. 그런데 그 문제를 먼저 꺼내든 건 정부가 아닌 기독교계 내부였습니다. 1987년 시민단체인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출범했는데. 고 장기려 박사(당시 부산 청십자병원 명예원장),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당시 서울대 교수)를 비롯한 38명의 기독교인들은 ‘기독교인은 자신들의 삶을 도덕적으로 만드는 게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힙니다. 그리고 교회 재정의 투명화와 성직자 세금 납부를 주장합니다.

■1992년 ‘월간 목회’ 성직자 납세 논쟁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을 주도한 손봉호 교수는 1992년 한명수 목사(당시 창훈대교회 담임)와 종교인 납세 문제를 두고 공방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당시 한 목사는 교회의 수입원은 헌금이고 헌금은 소득세를 납부한 신도들이 낸 돈이므로 이미 과세가 된 셈이라는 주장을 펼치며 ‘이중 과세’라 주장했습니다. 또 “성직자 면세 조치는 법리적으로 타당하다”는 주장을 폈습니다. 이에 손 교수는 “모범이 돼야할 성직자가 납세 의무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다른 이들의 재정적 부담을 크게하는 것은 잘못” 이라는 반론을 펼쳤습니다.

2014년 12월 25일 낮 서울 명동성당에서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이 예수성탄대축일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1994년 천주교 ‘자진납세’

1994년 천주교가 자발적으로 납세를 하기로 결정합니다. 이해 3월11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춘계정기총회에서 성직자의 소득세 납부 방침을 확정했습니다. 당시 기사들은 이에 따라 “교구 소속 1400여명의 신부들이 근로소득세를 내게 됐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미사예물 등 일부 소득원에 대해서는 납세대상에 포함시킬 수 없다는 의견이었습니다.

■2006년 5월 “종교인 비과세는 직무유기” 국세청장 고발

‘종교비판자유실현시민연대’라는 시민단체가 당시 국세청장을 고발합니다. “국세청이 종교인에게 세금을 징수하지 않고 있다며 이는 직무유기에 해당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종교비판자유실현시민연대’는 2006년 1월 결성한 뒤 첫 과제로 목사를 비롯한 성직자들에게도 세금을 제대로 물려야 한다고 주장해 당시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2006년 8월 “종교인 비과세는 직무유기” 고발, 무혐의 처리

그러나 이 고발 건은 무혐의 처리됩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2006년 8월 “종교인에 대한 과세 의무가 명문화돼 있지 않고‘건국 이후 성직자에게 세금을 물리지 않은 관행’ 등에 비춰 비과세를 국세청장의 고의적 직무 태만으로 볼 수 없다”며 해당 고발건을 무혐의 처리했습니다. 일부러 종교인들에 특혜를 주기 위해서 과세의무를 게을리 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였는데요. 그러나 “이번 무혐의 처분이 비과세 관행을 존중하는 것은 아니다”며, “종교인들에 대한 과세가 정당한지 여부는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국세청에서 어떤 식으로든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고 지적했습니다.

■2012년 3월 재정부 장관 “종교인 과세 검토”

2012년 다시 종교인 과세 문제가 화두가 됐습니다. 당시 박재완 재정부 장관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종교인 과세를 검토 중이라는 얘기를 한 것인데요.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원칙과 ‘국민 개세주의 관점에서 특별한 예외를 인정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취지의 발언을 했습니다. 이에 대해 당시 종교계도 원칙적으로 반대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는데요. 당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각 교단 내부 토론을 거쳐 목회자 세금 납부를 결의하겠다고 했고, 불교계는 원칙적으로 세금이 부과되면 받아들인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천주교는 앞서 소개한대로 1994년 이후부터 신부들이 세금을 이미 내고 있었습니다.

■2013년 8월 ‘종교인 과세’ 소득세법 개정안 발의

이같은 방침은 현실화 수순을 밟게 됩니다. 종교인 과세를 규정한 세법 개정안이 2013년 8월 발의됩니다. 종교인 과세를 세법상 명문화하는 첫 시도였습니다. 다만 세법상 근로소득이 아닌 강연료나 기고료와 같은 기타소득으로 과세하기로 합니다. 종교계의 반발을 의식한 조치였습니다. 당시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종교계가 세금을 내는 것은 동의하나 종교인을 근로소득자로 보는 것에 대해 부담이 있다고 해서 기타소득으로 분류했다”며 “종교인 소득의 과세문제에 대해 오랫동안 명확한 지침이 마련되지 않았고, 과세를 위한 준비 필요성도 염두에 뒀다”고 밝혔습니다.

■2013년 12월 국회 상임위 통과 불발

그러나 해당 법안은 이해 국회 상임위의 문턱 조차 넘지 못했습니다. 2013년 12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는 종교인 과세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았습니다. 이듬해 2월 임시국회에서 다루기로 합니다.

■2014년 2월 반발에 수정 또 수정

정부는 2014년 2월 종교인들에게 수정안을 제시했습니다. 기타소득에 종교인 소득 항목을 신설하고, 종교인 소득 정의도‘개인의 생활비에 사용할 목적으로 지급받는 금품’으로 좁게 해석하기로 합니다. 이에 따라 종교인이 세금으로 내야 할 돈이 현저히 적어졌습니다. 원천징수 방식을 폐지하고 개인이 직접 1년에 한 번 소득신고를 하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는 “임시국회에서 소득세법을 따로 떼어 처리하는 건 맞지 않다”며 법개정을 4월 임시국회로 미룹니다. 역시 처리되지 못합니다.

■2014년 11월 “개신교 강력 반발”에 정기 국회 처리 실패

그리고 2014년에도 결국 종교인 과세는 물건너 갈 거라는 얘기가 나옵니다. 국회 기획재정위 관계자는 당시 “개신교계 반대가 극심해 올해도 종교인 과세 도입은 사실상 물건너 갔다”고 밝힙니다. 이 관계자는 “천주교와 불교 등은 원칙적으로 찬성이지만, 보수성향의 주요 개신교단이 반대하고 있어 밀어붙이기 쉽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습니다. 2014년은 선거가 없는 해라 종교인 과세 실현의 적기라는 평이 많았지만 결국 골든 타임은 그대로 지나가게 됩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왼쪽)와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 2013년 10월/ 경향신문 자료사진

■2015년 12월 ‘종교인 과세’ 소득세법 개정안 통과···단 시행은 2년 유예

우여곡절 끝에 결국 종교인 과세를 규정한 소득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합니다. 그러나 종교인에 대한 과세는 이뤄지지 못합니다. 단서 조항으로 시행을 2년 유예하는 내용이 포함됐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종교인들에 대한 과세는 2018년 1월1일로 미뤄지게 됩니다.

한국납세자연명, 종교자유정책연구원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5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입주해 있는 서울 통의동 금유감독원 연수원앞에서 종교인 과세유예 철회를 위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2017년 6월 “종교인 과세 예정대로” VS “2년 더 연기해야”

지난 5월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습니다. ‘특권 없는 사회’를 모토로 한 정부인 만큼 이번에야 말로 종교인 과세가 실현될 거라는 기대가 어느 때보다 커졌습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후보자 신분이던 2017년 6월, 인사청문회에서 ‘종교인 과세를 예정대로 시행할 것“이라는 뜻을 밝힙니다. 그러나 당시 국정기획위 위원장이었던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이 다시 2년을 연기하자는 주장을 하면서 논란이 예고됩니다.

■2017년 8월9일 ‘종교인 과세 2년 더 연기’ 법안 발의

그리고 결국 ‘종교인 과세를 2년 더 유예하자’는 법안이 발의됩니다. 2017년 8월9일 발의된 이 법안에는 야당 지도부 인사 상당수가 이름을 올렸습니다. 자유한국당에서는 김선동 원내수석부대표를 비롯해 15명, 국민의당에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등 4명, 바른정당에선 이혜훈 대표가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러나 대표발의자는 국정기획위 위원장이었던 여당의 김진표 의원이었습니다. 김 의원 외에도 여당 의원 7명이 법안에 서명했습니다.

■2017년 8월 21일 “종교 기관 세무조사 면제해야”

그리고 지난 21일, 김진표 의원은 종교인 과세가 설사 시행되더라도 세무조사는 면제해줘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합니다.

<박용필 기자 phi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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