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염색 안 해? 나가!"..갑질의 나라였던 롯데월드

최기성 입력 2017.08.23. 07:20 수정 2017.08.23.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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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YTN은 오늘부터 연속으로 우리 기업에 여전히 남아 있는 이른바 '갑질 문화'에 대해 짚어보는 시간을 갖습니다.

오늘은 그 첫 순서로 국내 최대 놀이공원 가운데 하나인 롯데월드에서 흰머리를 염색하지 않는다며 임원이 직원에게 폭언했다는 논란을 보도합니다.

견디다 못한 직원은 쫓겨나듯 회사를 그만뒀지만, 정작 해당 임원은 이후에도 승승장구하며 또 다른 롯데 계열사 대표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김영수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롯데월드에서 조리사로 일하던 강동석 씨는 지난 2012년 대표이사로부터 황당한 지시를 받았습니다.

20년 동안 별 탈 없이 지내던 흰 머리를 갑자기 염색하라며 폭언을 퍼부은 겁니다.

[이동우 / 롯데월드 前 대표이사 (지난 2012년 3월) : 머리 흰 게 자랑이야? 대기업 다니는 사람이 대기업 다니는 사람답게 행동해야지. 뭐하는 거야 지금 당신. 안 그만두면 어떻게 못 하겠지. 대기발령 낼 거야 당신.]

강 씨는 당시 휴대전화 통화연결음을 기업 홍보용으로 바꾸라는 지시를 따르지 않자, 흰머리를 트집 잡았다고 주장합니다.

[강동석 / 롯데월드 前 직원 : 머리를 염색하라는 지시, 20여 년 다니면서 전혀 그런 지시 받은 일 없었습니다.]

실제로 대표이사는 말을 안들을 경우 회사를 나가라며 노골적으로 압박을 가했고,

[이동우 / 롯데월드 前 대표이사(지난 2012년 3월) : 애는 셋이지? 당신 인사카드 아니야? 판단해요. 세 가지입니다. 통화연결음, 사유서, 염색. 아니면 그만두고.]

전직 롯데월드 직원들은 대표이사의 상습적인 막말에 시달린 건 강 씨뿐만이 아니었다고 증언합니다.

심지어 수십 명이 모인 회의 시간에도 욕설과 폭언을 감수해야 했다고 말합니다.

[A 씨 / 롯데월드 前 직원 : XX, XX 은 기본이에요. 대회의장에 팀장과 임원이 앉은 자리에서 할 수 없는 얘기를 다 한 거죠.]

[B 씨 / 롯데월드 직원 : 나이 많은 사람한테도 반말 찍찍하고 갑질의 원조죠. 갑질의 원조. 강한 사람한테 약하고 약한 사람한테 강하고.]

대표이사의 강압에 강 씨는 결국, 머리를 염색하고 여러 차례 사진까지 찍어 보고하는 굴욕을 겪었습니다.

그런데도 롯데월드 측은 7개월 뒤 강 씨가 염색 대신 스프레이를 썼다며 정직처분을 내렸습니다.

떠밀리듯 사직서를 낸 강 씨는 인권위를 거쳐 법원에까지 부당함을 호소했지만, 5년간의 법정 투쟁을 겪고도 끝내 회사로 돌아갈 수는 없었습니다.

[강동석 / 롯데월드 前 직원 : (아들이) 그러더랍니다. 울면서. 자기 이제 학교 어떻게 다니느냐고….]

회사를 떠난 뒤 여전히 정신적인 고통과 생활고에 시달리는 강 씨와 달리, 강 씨에게 폭언을 퍼부었던 롯데월드 이동우 대표는 지난 2015년 롯데 하이마트로 자리를 옮긴 뒤, 올해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이동우 대표는 오래전 일로 이미 인권위와 법원의 판단이 있었지만 당시 상처를 줬다면 죄송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YTN 김영수[yskim24@ytn.co.kr]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