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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깊이보기]의사들이 '문재인 케어'에 반발하는 이유는

홍진수 기자 입력 2017.08.23. 16:54 수정 2017.08.23.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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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 9일 문재인 대통령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이른바 ‘문재인 케어’를 발표한 이후 개원의를 중심으로 한 의사들의 반발이 거세다. 정부안에 적극적으로 반대를 하고 있지 않는 의사협회 추무진 회장의 탄핵을 요구한데 이어 26일에는 서울 광화문에서 집회도 준비 중이다.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저지와 의료제도 정상화를 위한 비상연석회의(연석회의)’ 최대집 공동의장(전국의사총연합 상임대표)는 23일 “현재까지 6개 단체 1만2000명이 참여하고 있다”며 “최종 목표는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를 무효화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는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의 핵심이다. 초음파 검사, 디스크 수술 등 의료행위 800여개와, 수술 재료ㆍ치과 충전재 등 치료재료 3000여개 등 3800개가 전환 대상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현재 63%에 머물고 있는 건강보험 보장율을 5년 뒤 7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의사들이 반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재정적 타격’이다. 연석회의는 “아무런 사전 대책 없는, 즉 의료 수가의 원가보전 선행 없는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는 대한민국 의료 체계를 붕괴시킬 것”이라고 주장한다. 쉽게 말하면 영세한 동네병원들은 ‘망한다’는 의미다.

일리가 없는 주장은 아니다. 실제로 한국의 건강보험 시스템은 의사들의 ‘손해’를 전제로 돌아가고 있기도 하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급여 항목의 수가(의료서비스 등의 가격)가 원가의 60~70%에 불과한 경우도 많다.

대신 의사들은 가격을 자율적으로 책정할 수 있는 비급여 항목에서 이 손해를 보전해왔다. 비급여가 전면 급여화된다는 것은, 그 가격을 의사 마음대로 정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건강보험 급여’의 영역으로 들어가는 순간 가격 결정권은 정부에게 넘어간다.

정부도 이를 의식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적정 수가 보장’을 약속했다. 현재 원가의 60~70%에 불과한 의료 수가를 현실화 시켜주겠다는 것이다. 지난 18일에는 김강립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이 의사협회를 방문해 “의료계와 함께 차관주재 공동협의체를 운영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의사들은 정부의 말을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다. 의사협회 김주현 대변인은 “2000년 의약분업 때도 정부가 수가 인상을 약속했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그때의 트라우마가 의사들에게 남아있다”고 말했다.

‘연석회의’는 또 “전면적인 비급여의 급여화는 의료소비심리를 부추겨 의료전달체계를 붕괴시키고 건보재정 부실화를 초래하며 이는 결국 필수 의료 서비스의 질과 공급량을 위협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비급여의 급여화로 환자들의 의료비 부담이 낮아지면 이른바 ‘의료쇼핑’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다.

이 역시 근거 있는 주장이다. 정부는 2006년 건보 보장성 강화의 일환으로 6세 미만 아동에 대해 입원 본인부담금을 면제하는 정책을 시행했다가, 2008년 이를 폐지한 전력이 있다. 입원이 필요없는 아동환자들도 대부분 입원을 하면서 건보 재정부담이 커졌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연석회의’의 주장이 전체 의사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을 수 있지는 아직 미정이다. 병원협회는 물론 당장 의사협회도 적극적으로 ‘문재인 케어’ 반대에 나서지 않고 있다. 의사협회는 26일 연석회의 주최 집회에도 참여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또 ‘문재인 케어’에 대해 논의하는 임시 대의원 총회도 다음달 16일에나 열기로 했다. 의사협회 관계자는 “속도가 문제일 뿐, 이번 정책의 전체 방향에는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정의학과 전문의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김종명 의료팀장은 “‘적정수가’를 책정해 비급여의 급여화로 인한 손해를 보전해준다면 의사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의료쇼핑’은 급여화가 아니라 의료전달체계의 문제인만큼 별도로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홍진수 기자 soo43@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