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지북앤필름, 라이너노트 책방 주인을 만나다

2017. 8. 25. 14:3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아무도 책을 읽지 않는 시대”라는 자조는 옛말일지도 모른다. 서울부터 제주까지 고유한 독립 서점이 카페처럼 생겨나고 있다. 올해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엔 무려 20만 명의 관람객이 찾았다. TV에선 좋은 책을 읽고 토론하는 장을 넘어 자기만의 책을 만드는 법을 알려준다. 다시 ‘책’의 시대가 오는 걸까? 코스모가 지금 서울 사람들의 ‘독서 생활’을 탐구했다.

1 흥미로운 독립 출판물을 다양하게 갖춘 해방촌 스토리지북앤필름. 2 스토리지북앤필름의 강영규 대표. 3 비교적 긴 역사를 가진 독립 서점답게 다채로운 책을 소개한다. 

 스토리지북앤필름 

이 서점의 히스토리가 궁금해요. 2008년에 필름 카메라를 파는 공간으로 시작했어요. 책방이 된 건 2012년쯤? 그땐 독립 출판물을 다루는 데가 유어마인드랑 북소사이어티 정도였어요. 몇 군데 더 있어도 되겠다는 생각에 책방을 열게 됐죠. 

다양한 워크숍으로 유명해요. 어떻게 운영하고 있어요? 거의 매일 워크숍이 열려요. 제가 직접 진행하는 워크숍은 ‘4주 동안 나만의 책 만들기’예요. 자기 콘텐츠가 있는 사람들이 와야 그 기간에 책을 만들 수 있어요. 아무것도 없는데 무턱대고 ‘책을 만들고 싶다’고 신청하면 안 돼요. 

누가 책을 만들고 싶어 해요?1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해요. 중년들도 의외로 많고요. 그들과 정말 다양하고 재미있는 기획으로 책을 만들어요. 예를 들어 <602동 1904호>라는 책은 “엄마와 아빠의 손길들을 기록합니다”라는 콘셉트로 자기 집 베란다에 있는 식물들을 이미지화해 매거진의 형태로 만들었어요. 만든 책을 여기에 입고하면 과정이 마무리되죠.

사람들이 왜 독립 서점을 찾을까요?서점 주인들이 각자 자신만의 큐레이션과 취향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 책이나 그런 큐레이션은 교보나 영풍문고에선 접할 수 없으니까. 그리고 책 구매자가 나중에 독립 서점에서 산 책을 더 의미 있게 봐요. “이 책 그 서점에서 산 책인데!”라고 생각하는 거죠. 

독립 서점에 쌓인 출판물을 보면 ‘이게 책이야?’라는 생각을 하게 돼요. 책에 대한 정의가 바뀌어야 되는 시대일까요? 별로인 드라마나 영화, 음악이 있는 거처럼 구린 책도 있겠죠. 그건 너무 상대적이에요. 함량 미달인 책이라기보단, 취향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봐요. 인디 음악처럼 인디 프레스도 다양성을 존중받아야죠. 

앞으로 뭘 해보고 싶어요?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그러니까 우리나라 사람들의 책에 대한 인식이 좀 더 유연해진다면 손으로만 만든 책을 파는 공간을 열어보고 싶어요.

1 음악과 관련된 책들을 큐레이션해 소개하는 연남동 라이너노트. 2 라이너노트를 기획한 문화 콘텐츠 그룹 페이지터너의 김미리새 이사. 3 평소 접하지 않은 음악, 뮤지션과 관련된 책들을 만날 수 있다. 퇴근길 책한잔 

 라이너노트 이런 책방을 연 이유가 뭐예요? 개인적인 이유로 백수 생활을 하다가, 이렇게 노느니 내 방 같은 공간을 만들자, 해서 출발한 거예요. 책을 좋아하니까 책을 들여다 놓고, 술을 좋아하니까 술도 들여놓고. 저는 사실 이 공간을 ‘서점’으로 정의한 건 아니에요. 책방이라고 하기엔 서가도 너무 헐렁하고, 빈 공간도 너무 많잖아요.  

그럼 여기에서 뭘 해요? 제가 하고 싶은 걸 해요. 제 취향의 영화를 틀고, 친한 무명 인디 밴드들을 불러서 공연도 하고. 그럼 저랑 같은 비주류적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와서 얘기하고 놀아요. 뾰족한 취향의 공동체가 만들어진 거죠. 취향을 공유하는 공간이에요. 술 마시는 책방이 우리나라엔 흔하지 않은데. 유럽에서 많이 봤어요. 거기 사람들은 헌책방에 앉아서 와인을 마시죠. 근데 ‘아, 저걸 해봐야지!’ 하고 연 건 아니에요. 

책은 어떤 걸 가져다 놔요?독립 출판물. 제 취향과 좀 달라도 웬만하면 거르지 않고 가져다 놔요. 장르 자체를 소개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요. 70%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죠. 그리고 나머지 30%는 기성 도서예요. 제가 읽었는데 좋았던 책을 벽면 서가에 진열해놔요. 이런 독립 서점이 많이 생겨나고 있는 이유가 뭘까요?20년 전 홍대의 인디 신을 생각하면 될 거 같아요. 음악성이 별로 없는 인디 뮤지션들이 학예회 수준의 공연을 하기 시작한 때예요. 클럽이 하나둘씩 생기면서 밴드들이 그 안에서 활발하게 공연을 하고, 팬들이 생기고, 판이 커졌죠. 그 흐름이 지금은 장기하나 십센치, 심지어 혁오 같은 걸출한 뮤지션을 배출했잖아요. 그게 이 독립 출판물의 세계로 온 것 같아요. 기성 출판물보다 많이 팔릴 순 없지만, 대안이나 하나의 장르로 자리를 잡으려면 이렇게 재미있는 책방이 많이 생겨야죠.  

이 책방에서 앞으로 해보고 싶은 게 있다면 뭐예요?이곳을 찾은 사람들과 얘기를 하다 보면 그 얘기들이 쌓여요. 청년 정책이라든가, 결혼 문제라든가, 요즘 담론이 많이 생산되는 여성 문제 같은 것. 그걸 밖으로 좀 꺼내보고 싶어요. 다큐멘터리든 팟캐스트든 책이든. 우리끼리만 공유하기엔 너무 아까울 정도로 흥미로운 얘기들이거든요. 

에디터 류진 사진 서승희

Copyright © 코스모폴리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