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션에서 디지털콘텐트 기획자로..구태훈의 변신

손경호 기자 2017. 8. 30.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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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우림 활동 중단, 글로벌 크리에이터를 위한 파트너될 것"

(지디넷코리아=손경호 기자)중국 왕홍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한국뚱뚱의 방송에 국내 신인 EDM 밴드 루나 파이럿츠가 출연했다. 이 밴드는 현지 인기 포크가수 송동야가 부른 동샤오지에라는 노래를 리메이크해 연주했다. 중국판 유튜브로 불리는 미아오파이를 통해 소개된 방송은 두 달여만에 300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다.

중국판 유튜브에서 한국인 크리에이터(한국뚱뚱)가 운영하는 채널에서 한국 밴드가 중국 대표 인기곡을 연주했다는 사실이 수많은 중국 시청자들에게 회자됐다.

방송이 인기를 끌자 중국 내 음원스트리밍 회사인 QQ뮤직, 바이두뮤직 등에서도 음원이 나오면 우리쪽과 같이 작업해보자는 얘기까지 나왔다.

잘 만들어진 디지털콘텐트가 국내를 넘어 다른 나라에서까지 어떤 수준의 파급력을 낼 수 있는지 보여준 최근 사례다.

자우림 멤버에서 디지털콘텐트 기획자로 변신한 구태훈 프로듀서. 그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시장에서 주목받을만한 크리에이터를 발굴하고, 이들과 협업한다는 생각이다.

28일 홍대 인근에 위치한 크리에이터 복합 공간 철록헌에서 자우림 리더이자 드러머, 밴드 레이블 대표, 디지털 광고회사 등을 거치며 이제는 뮤지션이라는 말보다 '구 대표'로 더 잘 알려진 구태훈 프로듀서를 만났다.

그가 자우림 활동을 잠시 접으면서까지 주목한 것은 '크리에이터'다. 글로벌 시장으로 까지 진출할 수 있는 크리에이터를 발굴해 이들과 협업하면서 콘텐트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다.

이에 따라 그가 최근 새롭게 단 타이틀은 디지털콘텐트 기획자다. 브랜드건축가 김정민 대표, 한국뚱뚱, 방송연출 전문가와 힘을 합쳐 만든 미지(miji)라는 회사에서 구 프로듀서의 역할이다. 이 회사는 국내 뿐 아니라 중국 등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시장에 내세울만한 크리에이터들을 발굴하고, 이들과 협업해 만든 디지털콘텐트를 글로벌 플랫폼에 유통하며 같이 성장해 나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아날로그서 디지털로 다시 모바일로

20년 동안 자우림 멤버로 활동해 온 그는 그동안 어떤 변화에 주목해 새로운 도전에 나서게 된 것일까?

그는 음악을 만드는 대중음악가이기도 하지만 레이블사 대표로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이들을 내세워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그의 눈으로 보기에 "이전까지는 아티스트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이 아날로그 감성, 앨범CD, 오프라인에서의 공연 등 오리지널리티(독창성)를 중요하게 생각했었다"고 말했다. 이후에는 "8년 전쯤부터 MP3가 나오기 시작한 이후 디지털 시대를 지나 모바일로 주도권이 넘어오면서 오리지널리티가 중요한 만큼 이를 잘 공유하는게 포인트가 된다"는 사실을 체감했다.

이런 와중에 올해 초 김정민 대표와 함께 한 음원 작업이 디지털콘텐츠 기획자로 나서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김 대표는 구태훈 프로듀서에게 찾아가 한국뚱뚱의 방송채널을 위한 음원을 부탁했다. 방송시그널음악과 뮤직비디오용 음원을 달라는 것이다. 안면이 있는 사이이기는 했지만 갑작스러운 부탁이었다. 구 프로듀서는 이전에 작업했던 좋은 소스들이 있어서 음원을 만들어 줬다.

중국판 유튜브인 미아오파이에서 한국뚱뚱 방송에 출연한 국내 신인 EDM 밴드 루나 파이럿츠가 현지 인기 포크송 가수 송동야의 노래 동샤오지에를 리메이크해서 부르는 장면. 이 영상은 300만 조회수를 넘었다.(자료=미아오파이 화면 캡처)

그렇게 관심을 갖게 되면서 한국뚱뚱의 방송을 모니터링 하다보니 콘텐트를 소비하는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됐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시장에서 동영상 플랫폼을 활용한 디지털콘텐트 시장의 파급력에 주목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미지를 차리게 된다.

한국뚱뚱의 방송은 중국에서 평균 300만명 이상이 시청할 정도로 젊은층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같은 인기는 곧 크리에이터의 수익으로도 직결된다. 한국뚱뚱의 경우 중국 바이두, 터우타오, 텐센트 등과도 콘텐트 제공계약을 맺고 있으며 이후 그녀가 가진 캐릭터를 활용해 여러가지 수익화 방안을 찾는다는 생각이다.

구 프로듀서는 4년여 전에는 디지털광고회사를 운영하기도 했다. 당시에는 TV를 위주로 돌아가던 광고시장이 인터넷이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네이버, 다음과 같은 검색포털 시장으로 넘어가기 시작하던 시기였다. 이후에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이 등장하면서 스마트폰 화면에서 이뤄지는 모바일 마케팅이 의미있는 지표들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디지털콘텐트 기획자로 변신하게 된 것이 하루 이틀 고민해서 이뤄진 일은 아닌 셈이다.

구태훈 프로듀서는 앞으로 글로벌 시장에 나갈 수 있는 크리에이터들에게 필요한 음원, 캐릭터, 방송세트 등을 지원하는 디지털콘텐트 기획자로 이들과 함께할 생각이다.

■크리에이터와 협업하는 '미지'가 뭐길래

미지는 크리에이터를 마치 아이돌 가수처럼 키워내는 연예기획사가 하는 매니지먼트와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크리에이터들과 수평적인 협업 관계를 지향한다. 공동으로 잘 만든 콘텐트를 개발하는 파트너로서 역할을 맡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할만한 크리에이터인가를 두고 까다로운 기준에 따라 협업하기로 결정된 크리에이터들은 필요에 따라 구태훈 프로듀서는 물론 중국, 아시아 등 대상 커머스 분야에서는 김정민 대표와 함께, 중국 대상 콘텐트에 대한 논의는 한국뚱뚱과 논의하며 콘텐트를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미지가 운영하는 오프라인 복합 공간인 철록헌은 크리에이터들을 위한 스튜디오이자 공연장이며 놀이터로서 역할을 하도록 한다는 생각이다.

구 프로듀서는 "잘 모르는 분들도 있지만 전공이 공간연출과라 크리에이터들이 요청하면 콘셉트에 맞춰 캐릭터를 만들어 주거나 방송시그널 음원 작업, 스튜디오 무대 디자인 등에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지가 운영 중인 크리에이터 전용 공간 철록헌.

■크리에이터들에게도 '웰메이드'가 필요하다

1인 미디어로 누구나 크리에이터들이 개인방송을 할 수 있게 된 시기에 이런 작업들이 필요한 이유는 뭘까?

그는 "크리에이터가 초반에 성장해 가는 과정에서 처음 어떻게 세팅을 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캐릭터의 성격, 공간에 대한 무대가 있어야 이미지, 색감 등 요소의 비중이 커진다"고 강조했다. 방송도 무대가 있어야 콘텐트로서 가치가 올라가는 것처럼 단순한 1인 미디어가 아니라 하나의 새로운 방송채널로서 '격'을 갖춰야 한다는 뜻이다.

구 프로듀서는 인터뷰 도중 재밌을 것 같다는 말을 종종 했다.

그는 "디지털콘텐트를 어떻게 글로벌로 확장해 나갈 것이냐가 미지의 화두이자 개인적인 화두"라고 말했다.

미지라는 이름은 '미지의 세계'에서 따온 말이다. 구 프로듀서는 "정말로 미지의 세계로 가는 느낌"이라며 "디지털이나 모바일 분야는 계획한 대로 잘 안 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한다.

미지의 세계에서 디지털콘텐트 기획자로 나선 그가 아날로그, 디지털에서 모바일로 옮겨가는 변화 속에서 크리에이터를 위한 프로듀서로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기대된다.

손경호 기자(sontech@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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