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장롱 면허가 자율주행차 타보니..

최희정 2017. 9. 3.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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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최희정 기자 = "핸들에서 손이 자유로워집니다. 전화도 받을 수 있고요."

【서울=뉴시스】최희정 기자 = 지난 8월 30일 경기도 화성시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 내 주행시험장에서 자율주행차 시연회가 열렸다. 사진은 민경찬 교통안전공단 연구원이 자율주행차 안에서 기자에게 기술을 설명하고 있는 모습. 2017.09.02. dazzling@newsis.com

자율주행차 운전석에 앉아 있던 민경찬 교통안전공단 책임연구원은 옆에 있는 버튼을 누른 뒤 하던 설명을 이어나갔다. 그는 더는 핸들을 잡지 않았다.

기자가 탄 자율주행차는 스스로 시속 80㎞를 유지하며 달렸다. 일반 자동차를 타고 고속도로 위를 달릴 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기계가 운전하는데도 안정감이 들었다.

앞서가던 일반 자동차가 속도를 줄이면 자율주행차도 속도를 줄여 안전거리를 유지했다. 급정거하면 자율주행차 역시 급정거해 충돌을 피했다.

민경찬 연구원은 "지금 (자율주행차) 센서에는 엄청나게 많은 신호가 들어온다"며 "센서 시스템이 차 형태다, 사람 형태다 분석해서 알려준다. 앞차와 충돌 위험이 생기면 감지되고 있다고 알려준다"고 설명했다.

자율주행차가 달린 구간(5㎞)은 막히는 고속도로 상황을 연출해 9가지 시나리오로 구성됐다. 시연회는 지난달 30일 경기 화성시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 내 주행시험장에서 이뤄졌다. 자율주행차 실험도시 케이시티(K-City) 착공식 이후 진행된 행사다.

정체 구간을 지나 차선 변경을 위해 운전자가 좌측 깜빡이를 켜자 경고음이 '뚜뚜' 울렸다. 자율주행차가 좌측에 충돌 가능성 있는 차가 있음을 감지한 것.

차는 속도를 조절하면서 달리다 안전하게 옆으로 이동했다.

시승에 쓰인 자율주행차는 전후방의 장애물을 감지할 수 있는 레이더와 라이다, 카메라 등의 고성능 센서와 위치·경로 판단을 위한 정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탑재했다. 서울대와 교통안전공단 등이 공동으로 개발했다.

【서울=뉴시스】최희정 기자 = 지난 8월 30일 경기도 화성시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 내 주행시험장에서 자율주행차 시연회가 열렸다. 사진은 자율주행차 시승 전 뒷좌석에 앉아있던 기자가 차 내부를 찍은 모습. 2017.09.02. dazzling@newsis.com

민 연구원은 "자율차 센서 중 라이다는 빛을 쏜다. 카메라는 이미지 프로세스 영상을 처리한다. 레이더는 전파를 쏜다"면서 "레이더는 악천후에서 강하지만, 알루미늄 캔이나 맨홀 뚜껑이 있으면 물체 크기 구분이 쉽지 않다. 카메라는 물체형태를 식별하나 비가 많이 오면 인식률이 떨어진다. 그 때문에 측정 원리가 다른 여러 가지 센서를 함께 운용한다"고 말했다.

◇운전 못 하는데 자율주행차 몰아도 될까?

여기까지 놓고 보면 운전을 잘 못하는 '장롱면허' 운전자들도 자율주행차를 몰아도 될 것 같다.

하지만 기자가 탄 차는 자율주행차 0~5단계 중 3단계.

자율주행시스템이 운전하다가도 필요시 운전자가 차량을 제어해야 하는 '조건부 자율주행' 수준이다. 오는 2020년까지 국토교통부가 상용화를 목표로 하는 단계도 '레벨 3'이다.

홍윤석 교통안전공단 자율주행자동차센터장은 "레벨 5는 핸들과 운전석이 없지만, 레벨 3는 운전자가 운전해야 해서 면허증이 있어야 한다"며 "레벨 4까지는 운전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레벨 3에서는 차가 고속도로를 벗어나면 운전자가 이를 제어해야 한다.

민 연구원은 "레벨 3은 사람이 운전해야 하는 상황이 있어 시·공간적 한계가 있다"며 "정밀 GPS나 정밀 도로 지도가 구축된 환경, 고속도로에서만 자율주행이 가능하고 국도에서는 직접 운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최희정 기자 = 지난 8월 30일 경기도 화성시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 내 주행시험장에서 자율주행차 시연회가 열렸다. 사진은 자율주행차 운전석에 앉은 민경찬 교통안전공단 연구원이 앞서가는 흰색 차량을 가리키는 모습. 2017.09.02. dazzling@newsis.com

이어 "시내를 주행할 때는 (정밀)지도 시스템, 보행자 감지, 신호등 인지 등도 해야 한다. 필요한 기술들이 뭉쳐져야 한다"며 "고속도로가 끝나는 시점에서는 운전자가 수동으로 전환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자율주행차를 타고 가다 수동운전을 할 때는 핸들과 가속 페달, 어느 것이라도 조작하게 되면 자동모드가 정지된다고 한다. 그러다 자율주행을 하고 싶으면 다시 운전자 석 옆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된다.

◇아직 운전자 개입 필요한데…자율주행차, 뭐가 좋지?

고속도로 구간이 끝났는데도 운전자가 핸들을 잡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운전자가 깜박 조는 경우처럼 말이다.

이에 대해 민 연구원은 "레벨 3은 자는 것 까진 안 되고, 핸들 프리가 되는 정도다. 그런데 고속도로가 끝나는 지점에서 운전자가 반응하지 않으면, 차가 촉각 신호나 경고음으로 알려준다"며 "운전자가 반응을 안 하면 차가 서서히 가다 갓길에 안전하게 정차한다"고 했다.

고속도로에서 갑자기 확 서면 위험하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아직 자율주행차 국제안전기준이 정립되지 않아 우리나라는 미국, 일본 등이 참여한 '자동차 기준 국제조화 회의(UNECE WP.29)'에서 이를 논의하고 있다.

이날 시승한 자율주행차로는 집에서 마트를 간다거나, 서울 시내 등 도심 안을 주행하는 것이 어렵다고 해 아쉬웠다.

하지만 고속도로 위에서는 운전을 잠시 차에게 맡기고 인터넷을 하거나 통화를 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서울=뉴시스】30일 경기 화성시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 열린 자율주행자동차 시험장 K-city 착공식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자율주행차량을 시승하고 있다. 2017.08.30. (사진=국토교통부 제공) photo@newsis.com

홍윤석 자율주행자동차센터장은 향후 자율주행차 시대가 오면 하루 한 시간이라는 '자기 시간'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그는 "2013년 모건스탠리 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 전체 경제 효과가 1조3000억 달러"라며 " 이중 3분의 1(약 5070억 달러)이 '생산성 향상' 즉, 자율차 덕분에 시간이 남게 된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또 다른 3분의 1(약 4880억 달러)은 사고감 소로 인한 이득"이라며 "교통혼잡이 줄어들고, 과격한 운전을 하지 않아 연비가 좋아지는 점 등도 있다"고 부연했다.

출퇴근 시간, 차에 운전을 맡겨버리고 차 안에서 메일을 확인하거나 업무를 보는 내 모습이 그려졌다.

dazzli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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