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군복무' 11만명 청원, 친박단체 조직적 가세

이유진 기자 2017. 9. 6.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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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문재인 흔들려면 이만한 게 없다더라”
ㆍ단톡방 등 통해 서명 독려

친박단체 회원인 ㄱ씨(56)는 지난 4일 회원들이 모여 있는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청와대 온라인 청원 게시판 주소와 함께 글 하나를 전달받았다.

글을 받은 즉시 이 청원에 서명했다는 ㄱ씨는 “여자고 남자고 할 것 없이 주변 사람들은 다 여기에 서명했다”며 “문재인 흔들기엔 이만한 게 없다고 하더라”고 했다.

ㄱ씨가 전달받은 글은 “청와대 청원 중 ‘여성 군복무 청원’입니다”로 시작된다. 이 글에는 “문재인이 대다수 20~30대 여성에게 지지를 받는다는 점에서 이 문제(여성 군복무)의 이슈화는 정치적으로 최고의 공격이요, 군복무 단축에 따라 약화된 국방력 강화를 위해선 필수적인 최고의 방어라 생각한다. 많은 도움 바란다”고 쓰여 있다.

또 “여자도 군대 보내자가 목표가 아니라 이슈화만 시켜도 군복무 기간 축소 취소 or(또는) 문재인 지지율 폭락 둘 중 하나는 여론에 힘을 실어볼 수 있으리라 본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서 진행되는 ‘여성 징병제 관련 청원’에 친박단체들도 가세하고 있는 것으로 6일 나타났다. ‘여성도 군대에 일반병으로 가야 한다’는 내용을 주제로 하는 이 청원은 지난달 30일부터 시작돼 이날 오전 9시 기준 11만명이 서명해 ‘베스트 청원’에 오른 상태다.

청원인은 “주적 북한과 대적하는 현 상황상 불가피하게 징병제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데 그 의무는 남성에게만 부과되고 있다”며 “현역 및 예비역에 대한 보상 또한 없다시피 하다. 여성들도 남성들과 같이 일반병으로 의무복무하고, 의무를 이행한 국민이라면 남녀 차별 없이 동일하게 혜택을 주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또 “군 가산점도 여성과 장애인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해 폐지시켜버렸는데 그럼 여성들이 장애인들과 동급이라는 걸 스스로 인정하는 건가”라며 “신체 차이로 징병에 차별을 둔다면 여성들은 남녀 간 취업 차별에 할 말이 없다. 하루빨리 정부 차원에서 (여성의 국방 의무 이행에 관한) 계획을 세워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청원에는 “남자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억울하게 군대도 끌려갔다 왔다. 예비군 때문에 알바도 잘려봤다” “여성들만 공부하고 놀 수 있는 여성특권을 아직도 받으면서 왜 다른 사람들에게 남성특권이 있다며 달라고 하는 건지 이해가 안 간다” 등의 댓글이 달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일부 친박단체 회원들이 ‘정치적 목적’으로 가세하고 있는 것이다. 청원에 서명했다는 친박단체 회원 주부 김모씨(52)는 “청와대 베스트 청원이 되면 정부에선 답변을 해줄 수밖에 없다”면서 “어떻게 답을 하든 문재인 정부가 욕먹을 수밖에 없다. 문재인을 상대하려면 우리도 머리를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모바일 단체 대화방에 올라온 글을 보고 청원에 동참했다는 김씨는 “나도 딸이 있지만 나라 구한다는 심정으로 서명했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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