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만 연락하라"..동반자살의 추악한 이면

입력 2017. 9. 7. 20:07 수정 2017. 9. 7.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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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예방을 국정과제로 내세운 정부는 보건복지부 내에 전담부서를 설치하는 등 각종 예방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온라인에선 동반자살을 모집하는 글이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최근 동반자살 모집 글 중에 "여성만 연락하라"며 조건을 붙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최근 6개월간 트위터에 '동반자살' 해시태그(#)를 달고 게재된 글을 살펴보니 여성만 모집한다는 글은 23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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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자살 예방을 국정과제로 내세운 정부는 보건복지부 내에 전담부서를 설치하는 등 각종 예방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온라인에선 동반자살을 모집하는 글이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고 있다.

중앙자살예방센터와 경찰청이 온라인 자살 유해정보를 모니터링한 결과 올해 1만2108건의 신고가 접수됐다고 7일 밝혔다. 지난해 9111건보다 32.9% 증가했다. 자살을 부추기거나 방법을 안내하는 글, 독극물 등 자살 도구를 판매한다는 글이 주를 이뤘다.

함께 목숨을 끊을 사람을 찾는다는 ‘동반자살 모집’ 글도 급증했다. 지난해엔 1321건으로 전체 자살 유해정보의 14.5%를 차지했지만 올해엔 2413건으로 배 가까이 늘었다. 전체 자살 유해정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9.9%로 껑충 뛰었다. 이들은 주로 메시지를 보낸 이들에게 다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아이디를 알려준 뒤 구체적인 자살 방법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목숨을 끊겠다며 낯선 사람을 찾는 심리에는 깊은 망설임이 숨어있다고 지적한다. 자살 전에는 ‘누군가 나를 말려줬으면 좋겠다’는 생존 욕구와 ‘차라리 누군가의 손에 내 목숨을 맡기고 싶다’는 체념적, 의존적 생각이 공존한다는 것이다. 스스로 목숨을 끊을 엄두가 나지 않을수록 타인을 찾게 된다는 얘기다.

주목할 점은 최근 동반자살 모집 글 중에 “여성만 연락하라”며 조건을 붙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최근 6개월간 트위터에 ‘동반자살’ 해시태그(#)를 달고 게재된 글을 살펴보니 여성만 모집한다는 글은 23건이었다. 작성자들은 “남자끼리 자살하려니 허전해 여자가 있으면 분위기가 좋을 것 같다”라거나 “남자 2명, 여자 1명이 모였는데 성비를 맞추고 싶다”는 등의 이유를 댔다.

하지만 자살 예방 당국은 자살 시도를 앞둔 여성의 절박한 심정을 이용해 성욕을 채우려는 의도가 숨어있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최근 구속된 ‘자살 브로커’ 송모 씨(55)도 여성을 주로 모집해 강제추행을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7월엔 부산 북구의 한 20대 남성이 “같이 자살할 여성을 구한다. 잘 곳이 없으면 재워줄 테니 같이 밥 먹고 대화하자”며 여성을 유인하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여성이 같은 여성을 모집하는 사례도 있다. 6월 서울 관악구에서 “여자 분만 받는다”는 글을 올린 여고생은 자살예방센터와 경찰 조사 결과 과거 동반자살 모집에 응했다가 한 남성으로부터 모텔에서 성추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진술했다.

홍창형 아주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동반자살은 마지막 순간 마음을 돌릴 수 있는 사람까지 죽음으로 몰고 가는 ‘자살로 포장된 타살’”이라며 “동반자살을 계획하고 추진하려는 사람들을 강력히 제재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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