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 산책 부부 덮친 멧돼지 사냥개들.. "주인은 도망쳐"

입력 2017. 9. 11. 03:02 수정 2017. 9. 11.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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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견이 또 사람을 공격했다.

주인이 한밤중 공원에서 훈련시킨다며 입마개도 하지 않은 맹견 4마리의 목줄을 푼 것이다.

주인 강모 씨(56)는 "밤에 산책로에 사람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며 "사냥개는 주인이 말리면 더 무는 습관이 있어 거리를 두고 (공격을 못 하도록) 유도했다"고 했다.

이번에 사람을 공격한 4마리는 당시 얻었던 대형견의 잡종 새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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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마리 훈련시킨다며 한밤 풀어놔
5분간 물어뜯긴 40대 부부 중상
개주인 "거리 두고 공격 못하게 유도"
고창 경찰, 50대男 중과실치상 입건

[동아일보]

8일 전북 고창군 고창읍 고창고인돌 산책로에서 거닐던 부부를 습격한 사냥개 4마리가 견사에 갇혀 있다. 고창경찰서 제공
맹견이 또 사람을 공격했다. 주인이 한밤중 공원에서 훈련시킨다며 입마개도 하지 않은 맹견 4마리의 목줄을 푼 것이다. 모두 멧돼지를 잡기 위해 길러진 사냥용 개였다.

8일 오후 10시 20분경 전북 고창군 고창읍 세계문화유산 고창고인돌 산책로. 고모 씨(46)와 이모 씨(45·여) 부부가 지인 2명과 함께 산책로를 걷고 있었다. 갑자기 ‘으르렁’ 소리가 들리더니 검은 물체들이 고 씨 부부를 향해 달려왔다. 길이 1m, 무게 25kg 남짓한 개 4마리였다. 개들은 차례로 고 씨 부부를 덮쳤다.

한 마리는 이 씨의 왼쪽 팔, 어깨, 허벅지를 5분 동안 7차례나 물었다. 이 씨는 개에게 물린 채 근처 논으로 3m가량 끌려갔다. 다른 한 마리는 부인을 구하려던 남편의 엉덩이를 3차례 물었다. 근처에 있던 부부의 지인들이 함께 사투를 벌인 끝에 가까스로 개들을 떼어냈다. 이 씨는 살점이 떨어지는 등 상처를 입고 병원에서 3시간 가까이 봉합수술을 받았다. 상처가 워낙 커 성형수술을 받아야 한다.

고 씨는 경찰에서 “목줄도 없이 공원에 사냥개를 풀어놓은 걸 이해할 수 없다”며 “주인은 개들이 우리를 습격하자 도망갔다”고 했다. 주인 강모 씨(56)는 “밤에 산책로에 사람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며 “사냥개는 주인이 말리면 더 무는 습관이 있어 거리를 두고 (공격을 못 하도록) 유도했다”고 했다. 현장에 있던 강 씨의 부인은 사건 당시 “우리 개는 물지 않는다. 밤에 공원에 사람이 있을 줄 몰랐다”고 밝혔다.

10일 전북 고창경찰서에 따르면 강 씨는 2015년 지인으로부터 대형견 한 마리를 얻었다. 이번에 사람을 공격한 4마리는 당시 얻었던 대형견의 잡종 새끼다. 강 씨는 새끼를 멧돼지 사냥에 쓰기 위해 2년가량 훈련을 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중과실치상 혐의 등으로 강 씨를 입건했으며 당시 구호조치에 나서지 않은 이유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강 씨는 사건 후 혈중 알코올 농도 0.057% 상태에서 개를 차량에 싣고 3km가량 떨어진 농장까지 운전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강 씨가 음주운전 시비에 휘말릴 것을 우려해 구호조치에 나서지 않았을 가능성도 확인할 계획이다. 강 씨는 처음 산책로에 갈 때는 부인이 운전했다고 주장했다.

최근 맹견의 ‘습격’은 계속 늘고 있다. 지난달 14일 부산에서 대형견 한 마리가 이웃 주민을 공격해 상처를 입혔고 6월에는 전북 군산시와 서울 도봉구에서 대형견이 아이와 행인을 공격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반려견 물림 사고’는 2011년 245건에서 계속 증가해 지난해 1019건에 이른다.

고창=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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