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정부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명단 보니..김규리·박미선·이준기도 올라

김향미 기자 2017. 9. 12.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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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배우 김규리, 방송인 박미선, 김제동씨(왼쪽부터). 경향신문 자료사진

12일 국가정보원이 이명박(MB) 정부 시절 만든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전체 명단이 공개됐다. 앞서 전날 국정원 개혁위원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MB 정부 시절 ‘좌파 연예인 대응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총 82명의 문화예술인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해왔다고 밝히고, 명단에 오른 15명의 실명을 공개했다. 연합뉴스가 자체 입수한 82명의 전체 명단이 공개되면서 문화예술계에서는 “짐작했다”는 반응과 함께 불쾌한 심정을 드러냈다.

MB 정부 국정원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를 보면 문화계(6명)에서는 앞서 공개된 조정래 소설가, 진중권 동양대 교수 외에도 참여정부에서 문화관광부 장관을 지낸 배우 김명곤씨와 민중미술 화가 신학철씨, 탁현민 현 청와대 선임행정관 등 6명이 포함됐다. 배우(8명) 중에서는 이미 발표된 문성근, 명계남, 김규리(김민선)씨 외에 권해효, 문소리, 이준기, 유준상, 김가연씨 등이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다.

방송인(8명) 중에서는 김미화, 김구라, 김제동씨 외에도 노정렬, 오종록, 박미선, 배칠수, 황현희씨의 이름이 올라 있었다. 가요계(8명)에서는 윤도현, 신해철, 김장훈씨 외에도 안치환, 윤민석, 양희은, 이하늘, 이수씨의 이름이 포함돼 있다.

영화계에서는 모두 52명이 ‘블랙리스트’에 올라 가장 많은 인원을 차지한다. 국정원은 이창동, 여균동, 박찬욱, 봉준호, 김동원, 박광현, 장준환씨를 블랙리스트에 포함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영화계 블랙리스트에는 양윤모, 김경형, 정윤철, 오지혜, 변영주, 윤인호, 박진표, 김대승, 김지운, 권칠인, 권병길, 황철민, 공미연, 김태용, 류승완, 신동일, 이윤빈, 조성봉, 최진성, 최태규, 김조광수, 김동현, 김선화, 김태완, 김화범, 남태우, 맹수진, 민병훈, 박광수, 손영득, 송덕호, 안현주, 유창서, 원승환, 이지연, 이지형, 이송희일, 이찬현, 장현희, 장형윤, 조영각, 최송길, 최유진, 최은정, 함주리씨 등이다. 국정원은 참여정부 시절인 2006년 5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노동당 지지를 선언했던 영화감독 명단을 뒤져 대거 블랙리스트에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명단에 오른 이송희일 영화감독은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MB 정부 때도 블랙리스트가 있을 것이라고) 당연히 짐작했다”면서 “우스운 지점은 이 명단이라는 게 MB 정부 시절 극우사이트에서 농담처럼 돌던 명단과 같다. 진보정당을 지지했다는 이유만으로 블랙리스트를 구성했다는 것에 화도 나지만 극우사이트에서 돌던 명단을 국정원에서 그대로 받았다는 것이 유치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광우병 촛불집회 이후 정부지원 사업의 심사위원에서는 계속 배제됐고, 지원사업의 대상으로 선발되는 일도 없었다”면서 “MB 정부부터 박근혜 정부에 이르기까지 9년간 독립영화계는 여러 불이익을 받았고 여전히 그 후유증이 남아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국정원 개혁위원회에 따르면 TF의 활동 기간은 2009년 10월부터 2011년 5월까지로, 실제 이 TF의 활동에 따라 방송인 김미화씨는 2010년 MBC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진행자에서 교체됐다. 김미화씨는 “그동안 KBS는 왜 그랬을까, MBC는 왜 그랬을까라는 의문이 있었다. (이런 명단이 공개되면서) 퍼즐 맞추기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블랙리스트가 사실로 밝혀지는 것에 그치면 안될 것 같다”면서 “단죄가 돼야 한다. 블랙리스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래야 다른 문화예술인들이 정권에 따라서 (블랙리스트에 올라 불이익을 받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법적 대응이 가능한지 검토해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김미화 “이런 일 반복되지 않도록 단죄해야”

방송인 김미화씨. 경향신문 자료사진

배우 문성근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알 수 있었던 일이 확인된 것”이라고 말했는데, 그는 앞서 지난 7월 드라마 <조작>(SBS) 제작발표회에서 “8년간 (드라마를) 못했다. 나는 하고 싶었지만 못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배우 김규리씨는 이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MB 정부 국정원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명단과 관련한 기사를 게재하면서 “이 몇자에 나의 꽃다운 30대가 훌쩍 가버렸네. 10년이란 소중한 시간이”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내가 그동안 낸 소중한 세금들이 나를 죽이는데 사용되었다니”라며 분노를 전했다. 김규리씨는 2008년 미국산 소고기 수입과 관련해 SNS에 “광우병에 걸린 소고기를 먹느니 청산가리를 먹는 것이 낫겠다”는 글을 올린 바 있다.

가수 이승환씨는 앞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 좀 넣어라 이놈들아!!!”라는 글과 함께 관련 기사의 링크를 공유해 게재했다. 이어 “폴포폴(폴링 포 폴) 연습 중, MB 국정원 퇴출 리스트에도 없는 스트레스를 먹는 걸로 풀고 있다”라는 글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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