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학교 통학에 2시간.. 하루하루가 전쟁"
2300명, 1시간 넘는 거리 통학
김상곤 "5년간 18곳 신설하겠다"
"특수학교 수가 적어 2~3시간 통학 버스를 타야 합니다. 기저귀가 소변과 대변으로 뒤범벅돼 엉덩이 피부가 곪은 아이가 허다합니다."
뇌병변 장애 고1 아이를 둔 장모씨는 13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특수학교(한국우진학교)에서 열린 교육부 주최 간담회에서 "통학할 때마다 '사투'를 벌이는 장애 아이들을 보는 부모 심정은 처참하기 이를 데 없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교육부는 이날 서울 강서구 공진초등학교 부지에 들어설 특수학교 설립을 두고 장애인 학부모와 지역 주민 간 갈등이 커지자, 현장 의견을 듣겠다며 우진학교에서 간담회를 열었다. 장애인 학부모들은 저마다 겪은 고충을 털어놓으며 눈물을 쏟았다. 자폐성 장애 딸을 둔 김성지씨는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남들보다 어렵게 학교를 다녀야 한다는 현실에 울분이 치민다"고 했다. 절절한 사연이 쏟아지자 참석자들도 같이 눈물을 훔쳤다. 이정욱 중증중복뇌병변장애인부모회 공동대표는 "장애 아이 중엔 어쩔 수 없이 집과 가까운 일반학교에서 수업을 받다가 '학습 방해 대상'으로 찍혀 상처받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특수교육 대상자인 장애 학생들은 전국적으로 8만9353명 있지만 이 중 2만5798명(29%)만 장애인 특수교육을 전담하는 특수학교에 다닌다. 장애 학생 수에 비해 특수학교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재 특수학교는 국·공립, 사립을 합쳐 전국에 174개뿐이다. 이 때문에 통학 시간만 편도 1시간 이상 걸리는 장애 학생이 총 2362명이나 된다. 박용연 전국특수학교학부모협의회 대표는 "중증 뇌병변 장애아 중엔 통학 버스에서 소변 처리를 하는 과정에서 인권 침해를 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특수학교의 '과밀 학급'도 문제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특수학교 4550학급 가운데 773학급(17%)은 학생 수가 학급 법정 정원(유치원 4명, 초·중등 6명, 고등 7명)을 초과한다. 대전은 40%가 과밀 학급이다. 교육부는 통학 시간을 줄이고 과밀 정도를 낮추기 위해 앞으로 5년 동안 전국에 특수학교 18개를 신설하고, 특수교사도 늘린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교육부 계획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지역 주민들이 특수학교가 설립되면 주변 집값이 떨어진다는 등 이유로 반발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서울에선 지난 1일 학급을 증설 개교한 서울효정학교를 제외하곤 2002년 이후 15년 동안 설립된 곳이 없다. 강서구뿐 아니라 서울시교육청이 신설 추진 중인 서초구, 중랑구 역시 주민들이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고 있다. 이한우 교육부 특수교육정책과장은 "지금까지 특수학교를 건립하면서 단 한 번도 주민들의 반발 없이 세워진 곳은 없었다"고 말했다.
특수학교 설립에 반대하는 지역 주민도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문제가 된 공진초등학교 부지에 조성될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서울 강서구 주민들은 "정작 특수학교가 없는 이웃 양천구엔 짓지 않고 이미 장애인 시설이 타구보다 많은 강서구에 또 세우려 하냐"고 주장한다. 한 강서구 주민은 "강서구 특수학교에 다니는 학생들 중 일부는 양천구에 사는 학생들"이라면서 "'님비'라고 몰아세우기 전에 특수학교가 없는 구에 적절히 배분하지 않는 교육 당국을 탓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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