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파이낸셜뉴스

檢, 철도노조 파업 참가자 95명 이례적 공소취소.."기계적 상소 지양 개혁안 실천"

조상희 입력 2017. 09. 14. 10:02

기사 도구 모음

음성 기사 옵션 조절 레이어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검찰이 2013~2014년 철도노조 파업에 참가한 노조원들에 대해 일괄적으로 공소(公訴·검찰의 형사재판 청구)를 취소했다. 파업 주도 혐의자들의 무죄 확정 판결에 따라 더 이상 공소유지가 무의미하다는 이유에서다. 사회적 이목을 끌었던 주요 사건에 대해 하급심에서 무죄가 선고돼도 통상 상소(항소 및 상고)하던 종전 관행에 비춰 1심 재판을 도중에 포기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기계적 상소 지양 등 검찰권 남용을 근절하겠다는 문무일 검찰총장의 개혁 로드맵이 본격 실천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檢, 철도노조원 95명 1심 재판 포기
대검찰청 공안부(권익환 검사장)는 14일 "2013년과 2014년 철도노조 파업 사건과 관련해 전국 13개 법원에서 업무방해죄로 1심 재판을 받는 철도노조원 95명에 대해 공소를 일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검 결정에 따라 사건을 담당한 서울서부지검 등 전국 13개 검찰청은 13일과 14일 이틀에 걸쳐 서울서부지법 등 1심 재판이 진행 중인 법원에 공소취소장을 제출했다.

형사소송법은 1심 재판부가 판결을 선고하기 전까지 검찰이 공소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한다. 공소가 취소되면 법원은 공소기각 결정을 하게 되고 검찰의 공소 제기(기소)가 없었던 것으로 보는 결정으로 당사자의 재판 기록이 아예 남지 않는다.

검찰 관계자는 “파업 주도자에 대해 대법원의 무죄 판결이 확정돼 같은 파업에 참가한 노조원들도 무죄 선고가 예상되고 공소유지를 계속할 경우 다수 피고인들의 법률상 지위가 장기간 불안정한 상태에 놓이는 점을 고려해 전향적으로 일괄 공소를 취소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사건 외에도 파업 관련 업무방해로 수사 계속 중인 사건들은 향후 사업장 별로 파업의 적법성 요건 등을 엄밀히 판단해 신중히 처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2013년 파업을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김명환 전 철도노조 위원장에게 올 2월 무죄를 확정했다. 대법원은 "파업 목적이 정당하지 않지만 파업을 예측할 수 없을 정도의 중대한 불법이 없었다"며 "사측의 파업 예측 및 대비 가능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후 서울서부지법 등 전국 6개 법원도 대법원과 같은 취지로 2013년 파업 노조원 86명과 2014년 파업 노조원 32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항소를 포기해 무죄가 확정됐다.

■인권옹호기관 변모 의지
검찰 안팎에서는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외에 검찰이 스스로 재판을 포기한 사례가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이번 공소취소를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조치가 공안사건이었다는 점을 들어 진보정권의 집권이 영향을 미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지만 무죄가 예상되는 사건은 무의미하게 재판을 끌지 않겠다는 문 총장의 뜻이 반영된 조치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8일부터 '재심 무죄 및 관련 국가 상대 손해배상사건 상고권 적정행사 방안'을 마련해 시행에 들어갔다. 수사 과정에서 가혹 행위가 드러나 1·2심에서 모두 무죄가 선고된 재심 사건, 특별히 새로운 증거가 없어 번복 가능성이 희박한 민·형사 사건 등에 대한 상고를 포기하거나 신중히 결정하는 것이 골자다. 실제 검찰은 최근 옛 국군보안사령부 소속 수사관들로부터 고문을 받고 간첩 혐의로 옥살이를 했으나 재심을 신청해 1·2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나종인씨(79) 사건에 대해 상고를 포기했다.

문 총장은 이달 초 간부회의에서도 “검찰 본연의 업무에 역량을 집중해 국민에게 가장 필요한 일, 의미있는 일을 우선적으로 해달라”고 당부했다. 무의미하게 기계적으로 상급 법원의 판단을 구하던 낡은 관행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일괄 공소취소는 취임 직후부터 줄곧 검찰을 인권옹호기관이라고 강조해 온 문 총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어느 때보다 검찰을 향한 불신과 변화를 요구하는 여론이 높아진 상황에서 문 총장의 내부로부터 개혁 작업은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 저작권자 ⓒ .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