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경향신문

[사설]원전보다 단가 크게 낮아진 재생에너지의 경쟁력

입력 2017. 09. 14. 20:41

기사 도구 모음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경향신문] 영국과 미국에서 각각 신재생에너지의 단가가 빠른 속도로 낮아졌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특히 영국에서는 원전의 단가에 크게 밑도는 수준으로 급격히 떨어졌다. 영국 정부는 지난 11일 실시된 입찰에서 지금 한창 건설 중인 신규 원전의 공급가격보다 훨씬 낮은 수준의 해상풍력 건설 사업 11건을 승인했다. 그중 2022~2023년부터 운영할 해상풍력발전 사업의 경우 ㎿h(메가와트시)당 58파운드(약 8만7000원) 이하로 전력을 공급하기로 했다. 이는 영국 정부가 지난해부터 건설 중인 신규 원전(힝클리 포인트 C)의 공급가격(92.50파운드)의 60% 수준에 불과하다.

이 획기적인 입찰 결과 소식에 영국 사회가 들썩이고 있다. 해상풍력의 경우 약정공급가격이 2012년 이후 5년도 채 안되는 사이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신재생에너지의 기술발전과 단가하락 속도는 이처럼 상상을 초월한다. 당장 노후화한 원전을 차세대 신규 원전으로 대체하려는 영국 정부의 정책은 재검토될 수밖에 없다. 이번에 낙찰된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생산할 전력은 2025년 완공 목표인 힝클리 포인트 C 신규 원전의 발전량(영국 전력공급량의 7% 규모)과 비슷하다. 영국 내 전문가들도 “가장 강력한 가격경쟁력을 갖춘 기술발전 덕분에 더는 거스를 수 없는 신재생에너지 시대가 도래했다”고 인정하고 있다. 영국뿐이 아니다. 미국 에너지부는 13일 “미국 내 전력망 공급용 태양에너지의 가격이 지난해보다 30% 줄었다”면서 “낮아진 인건비와 부품가격의 하락으로 비용감소 목표를 3년 앞당겨 달성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무리 반환경적인 정책을 펴도 신재생에너지의 도도한 흐름을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대목이다.

원전을 값싼 에너지원으로 신줏단지 모시듯 하는 국내 친원전론자들은 영국·미국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좁은 국토에 풍력·수력과 같은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다는 것이 비현실적이라고 부르짖는 이들이 있다. 그렇다면 이 좁은 국토에, 그것도 인구 380만명이 사는 밀집지역에 무려 10기의 원전이 들어선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그 좁은 땅에서 10만년이나 보관해야 할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장을 어디서 찾는다는 말인가. 신재생에너지를 거부할 수 있는 이유는 사라졌다. 그만큼 원전 집착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시대착오적인 일이 되어가고 있다.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