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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해역, 이대로면 물고기 씨 마를 것"

글·사진 박병률 기자 입력 2017. 09. 14.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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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한국서 수자원 보호 나서는 오션아웃컴스 딕 존스 대표
ㆍ25년 역사 국제기구 산하 NGO …최대 수출지역에 관심 당연
ㆍ중국선 ‘어획량 지키기 프로젝트’ 시작…준수 땐 바이어 연결

수산전문 글로벌 NGO인 ‘오션아웃컴스’ 딕 존스 대표가 지난 13일 정부세종청사 인근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새로운 수산전문 비정부기구(NGO)인 ‘오션아웃컴스(OCEAN OUTCOMES·이하 O2)가 한국에서 수산자원보호를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O2는 미국과 캐나다 연안에서 연어 어업의 붕괴를 막기 위해 활동했던 25년 역사의 국제기구인 와일드새먼센터(Wild Salmon Center)가 2015년 세운 3년차 NGO다. 이들의 주 활동 지역은 한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등 북태평양 해역이다.

O2의 딕 존스 대표(50)가 지난 13일 정부세종청사 해양수산부를 찾아 연안 및 원양어업 관계자를 면담하며 한국활동을 시작했다.

“한·중·일은 좁은 해역이라 남획을 하면 쉽게 어종이 고갈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가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어 어족자원을 관리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국제적인 NGO가 개입해 지속가능한 어업을 목적으로 논의한다면 진전이 있을 것으로 봅니다. 한·중도 꽃게, 오징어를 놓고 분쟁이 심한데 당연히 저희가 역할을 하겠습니다.”

딕 존스 대표는 이날 세종시 정부청사 인근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향후 활동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O2는 3가지를 강조한다. ‘물고기, 음식, 이웃’이다. 건강한 생태계를 유지해 이로운 먹거리를 공급하고 이를 통해 풍요로운 공동체를 만들어 내자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환경보호 일변도의 기존 NGO와 차별화된다. 딕 존스 대표는 “특정 어젠다, 예를 들어 서구기준을 내세워 아시아 등 다른 나라가 일방적으로 준수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각국의 현실과 어업에 대한 전통을 존중하고 현장을 이해할 때 실제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딕 존스 대표는 어릴 때 미국 뉴잉글랜드 부근에서 대구어업 가공업을 하는 가정에서 자라났다. 1990년대 대구 어장이 붕괴하면서 가족사업과 주변 이웃들의 공동체가 몰락하는 것을 보며 지속가능한 어업의 중요성에 눈을 떴다. 미국에서 설립된 O2가 한·중·일과 러시아 등 북태평양 해역에 관심을 갖는 것은 이 지역이 전 세계에서 생산, 가공, 소비, 수출을 가장 많이 하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그는 “한·중·일과 러시아는 미국 수산물 수입의 80%를 담당하는 등 글로벌 수산업 분야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며 “북태평양 해역의 어족자원고갈은 전 세계의 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이 지역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O2는 우선 한·중·일의 연안어업을 들여다볼 예정이다. 한·중은 매년 가을 꽃게를 놓고, 한·일은 매년 여름 고등어를 놓고 분쟁을 벌이고 있다. 서로 많이 잡기 경쟁을 벌이면서 어족자원이 급격히 고갈되어가고 있지만 국가적 이익이 걸려 누구도 중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O2의 생각이다.

딕 존스 대표는 “꽃게와 오징어의 어획량 한계를 정하고 그 이상을 어획하지 못하도록 선장들에게 교육하는 프로젝트를 중국에서 시작했다”며 “이를 준수할 경우 미국, 유럽 등에서 구매할 바이어를 연결시켜줌으로써 어민들에게도 인센티브를 부여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도 이런 글로벌 프로젝트에 참여한다면 동북아 수산자원 보호라는 명분 아래 한·중·일이 협력할 여지가 생길 것”이라며 “여러 이해당사자가 협력해야 하기 때문에 비정부기구가 논의 테이블을 만들어주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O2가 동북아 해역의 어족자원 유지에 적극 나서는 것은 어족자원은 일단 고갈이 되면 되살리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어족자원 고갈은 어민들의 생활공동체도 망가뜨린다. 그는 “뉴펀들랜드는 ‘대구 곶’(Cape Code)이라 불릴 정도로 대구 황금어장이었지만 1970년대 후반부터 어선의 대형화와 고도화를 통해 남획이 이뤄지면서 1990년대에 이르러 대구씨가 마르게 됐다”며 “지난 30년 동안 대구를 되살리기 위해 지속적으로 투자를 했지만 어획량은 당시의 100분의 1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연안어획량 감소는 한국도 겪고 있는 고통이다. 지난해 국내 연안어업 어획량은 91만t으로 44년 만에 가장 적었다. 올 상반기 국민생선인 고등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생산량이 42% 감소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밥상에 오르는 어류의 가격을 걱정하지 바다에서 어류가 줄어드는 것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며 “수산자원 고갈의 가능성을 알면서도 어민들의 반발 등을 고려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기는 쉽지 않은 점에서 결국 NGO들이 그 역할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글·사진 박병률 기자 m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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