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대구 '핵무장옵션' 발언, 광주 가서도 꼭 하기를

박세열 기자 2017. 9. 15.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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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안철수 대표, 김대중의 '마지막 연설' 읽어봤나?

[박세열 기자]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행보가 거침없다. 15일 대구를 찾아서 현장최고위원회의를 연 후 기자들과 만난 안 대표는 전술핵 재배치 및 핵무기 개발 반대 입장을 밝힌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옵션을 다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검토할 때"라고 했다. 

전술핵 재배치 및 핵무기 개발까지도 우리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안 대표가 이같은 발언을 대구에서 할 수 있다면, 다음에는 광주를 찾아서도 같은 발언을 꼭 했으면 한다. 기왕이면 김대중컨벤션센터 같은 장소를 추천한다. 진심이다. 

안 대표의 한국 정치판에서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진짜 역할은 무엇인가. 지역구의 절대 다수가 호남인 40석의 의석으로 최근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준 표결에서 '실력행사'를 한 안 대표는 "20대 국회는 국민의당한테 있다"고 기염을 토했다. 논란이 되자 김동철 원내대표는 "김이수 후보자는 평생 올곧은 법조인의 길을 걸어오신 분이며 견해의 차이가 있을 뿐 그에게는 어떠한 잘못도 없다"고 했다. 김이수 재판관에게 어떠한 잘못도 없지만 국민의당은 그에 대한 인준안 부결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말의 안개가 걷히고 나니 남은 것은 ABM(Anything But Moon, 문재인이 하는 것은 다 안돼). '반문'이 당의 정체성이 된 초라한 몰골 뿐이다. 

그러더니 급기야 한반도 비핵화까지도 팽개칠 수 있다는 발언까지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를 고수하니, 나는 한반도 비핵화를 팽개치겠다'는 의미로까지 오인하고 싶지 않다. 차라리 이것이 정략적인 발언이길 바라기 때문이다. 

한반도 비핵화는 절대 가치다. 안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의 '비핵화' 입장에 반박을 할 게 아니라 북한에 핵개발을 중단하고 대화의 장으로 나오라고 촉구했어야 했다. 북한이 핵무기를 만든다고 해서 우리도 핵무기 보유를 옵션에서 제외하지 말아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안 대표는 2016년 초 국민의당을 창당할 때 호남을 찾아 평화 통일 추구라는 '김대중 정신'을 계승한다고 선언했고, 그해 4월 총선, 그리고 올해 대선 유세 과정에서 호남을 찾을 때마다 '김대중 정신'을 외쳤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평화 통일론 어디에 '핵무기 보유' 옵션이 있는 것인지 묻고싶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감당할 수 없는 호전성을 강화하고 있는 극우 정당과 보수 정당, 그리고 '비핵화'를 견지하는 소수 민주당 사이에서 '균형자' 역할을 하려면 국민의당이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는 자명하다. 극우 세력의 '호전성'에 휩쓸려 부화뇌동하는 것이 한반도 평화로 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면 틀렸다. 

안 대표는 또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유엔제재 결의안이 통과된 직후 또 다시 미사일을 쏘아대는 지금이 (대북 지원에) 적기인지 판단하고 전략적으로 사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해 반대한 것이다. 대북 인도적 지원은 '이명박근혜 정권'이 단절시켜 놓은 '대북 채널'을 복원하는 최소한의 과정으로 생각할 수 있다. 장담할 수 없지만,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테이블이 열릴 경우도 다각적으로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안 대표에게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마지막 연설을 다시 한번 상시키셔주고 싶다. 2009년 6월 11일, 6·15 남북공동선언 9주년 기념행사 연설에 불편한 몸을 이끌고 온 김 전 대통령은 열변을 토했다. 

"(김정일을 향해) 이것(북핵)을 극단적인 것까지 끌고 나간 것은 절대로 지지할 수 없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6자 회담에 하루 빨리 참가해서,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해 한반도 비핵화를 해야 합니다. 한반도 비핵화는 절대적인 것입니다... (북한은) 그런 억울한 점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핵을 만들어서는 안 됩니다. 핵을 만들면 누구에게 쓰느냐, 거기에는 우리 남한 사람도 포함돼 있습니다. 1300년 통일국가, 5000년 역사를 가진 우리가 우리끼리 (동족)상잔하고 전멸시키는 전쟁을 해서 되겠습니까.
(...)
(국민과 이명박 정부를 향해) 우리 국민들은 핵실험과 미사일 반대입니다. 그렇지만 반대는 어디까지나 6자회담에서, 미국과의 회담에서 반대해야지, 절대로 전쟁의 길로 나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말씀드립니다. 우리는 통일을 할 때 100년, 1000년 걸려도 전쟁으로 해서 하는 통일은 안 됩니다. 행동하는 양심으로 자유, 서민경제 지키고, 평화로운 남북관계 지키는 이 일에 모두 들고 일어나서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나라. 희망 있는 나라를 만듭시다"

다시 말하지만 비핵화는 절대 가치다. 딴지를 거는 논리, 즉 '북한이 이미 핵을 가졌는데, 핵을 갖지 말라고 촉구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논리가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논리다. 

그렇다면 국민에 심판받아 집권도 못해놓고 '비핵화'를 견지하겠다는 집권여당에 '핵무장'을 촉구하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정치는 명분과 말이 중요하다. 국민의당이 확고한 '비핵화' 의지를 갖는다는 것 자체가 상징성을 갖는다. 그런데 국민의당은 지금 자유한국당, 바른정당의 '극우 선동'에 부화뇌동하고 있다. 

안철수 대표는 균형자가 돼야 한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안보 위기'를 맹목적으로 부추길 때 안 대표는 '비핵화 원칙'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여당의 손을 들어줘야 한다. '가치'보다 '정파'나 개인의 정치적 이익이 우선일 수 없다. "어떠한 잘못도 없다"는 김이수 재판관의 헌재소장 인준을, 단지 '결정권'을 보여주기 위해 부결시키는, 그리하여 '색깔론'과 '반인권'을 내세운 자유한국당 같은 곳에 정치적 이득을 안겨주는 행위 같은 게 '균형자'이고 '결정자'의 행위일 리가 없다. 그런 것은 '김대중 정신'이 아니다. 

"한반도 비핵화는 절대적인 것"이라는 '김대중 정신'을 팽개치려면 지금 고백하시라. 대구에서 정치적 이득을 얻기 위해 '비핵화'를 포기할 것이라면 그렇게 하시라. 

그래야 진짜 '결정권'을 가진 유권자들도 국민의당을 어떻게 처분할지 결정을 내릴 것 아니겠는가. 


박세열 기자 (ilys123@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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