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혐오 비즈니스] 혐오 쏟아내며 돈 버는 유튜브

박재현 입력 2017.09.16. 04:42 수정 2017.09.19.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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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갓건배 ‘키 작은 남자’ 혐오 발언이

살해 협박까지 이어져 논란 커지자

조회수 평소보다 10배 이상 폭증

크리에이터들 일주일 새 수천만원 챙겨

#2

“조회수 올리자” 자극적 콘텐츠 봇물

영상 제작자ㆍ유통 플랫폼 ‘검은 공생’

시청자가 BJ에 메시지 보내며 후원금

서로 즉시 반응하며 폭력성 높여

#3

사업자들은 방관하거나 되레 조장

유튜브, 욕설ㆍ폭력 시청연령 제한없고

아프리카TV는 성폭행 흉내 BJ에 상

“혐오로 수익 못 내게 시장구조 바꿔야”

“솔직히 남자가 키 작으면 저게 남자인가 싶고. 어디 아픈 애인가 싶고. 옛날 6ㆍ25전쟁 났을 때 다리 잘린 애인가 싶고. 그래서 (키가) 166㎝인가 싶고.”

지난 8월 8일 유튜브에 올라온 크리에이터 갓건배의 키 작은 남자 혐오 발언은 남혐-여혐 논쟁을 일으킨 끝에 살해협박 사건으로 비화했다. 다음날 그간 실명과 얼굴이 공개되지 않았던 갓건배의 얼굴이라며 한 여성의 얼굴을 남성 크리에이터 신태일이 공개했고, 크리에이터 김윤태는 “(후원금) 20만원 모이면 바로 (갓건배를) 찾아가서 죽이고, 10만원 모이면 자고 일어나서 (죽이러) 가겠다”며 실제로 그의 집을 찾아 나섰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김윤태를 잡아 범죄가 실행되지는 않았지만, 범칙금 5만원으로 끝나며 다시 논란을 일으켰다.

혐오 발언에서 시작해 목숨 위협으로 확대된 이 사건이 남긴 것은 또 있다. 사건 당사자들이 큰 수익을 얻었다는 것이다. 신태일은 갓건배 얼굴을 공개한 9일 하루 영상 조회수가 150만회로 평소(50만회)의 3배로 뛰고 논란이 이어지는 동안 300만(11일)~496만(13일)회를 기록했다. 유튜브가 영상 크리에이터에게 주는 광고수익이 조회수 당 평균 1.2원이라는 엠씨엔협회(1인 방송인들의 협회) 보고서를 토대로 계산하면 신태일은 일주일 새 약 2,250만원의 광고수익을 얻은 셈이다. 갓건배 역시 남는 장사를 했다. 혐오 발언 다음날인 9일 영상 조회수는 88만회로 평소(9만회)의 10배 가까이 폭증했고, 살해협박이 가시화된 10일 132만회로 뛰었다. 16일까지 그가 벌어들인 광고수익은 약 800만원 정도로 추정된다. 최고 50만원에 달하는 시청자 후원금 수입도 있었다. 한 크리에이터는 “갓건배와 신태일 둘 다 윈윈이었다”고 평했다. 범죄의 경계를 넘나드는 혐오가 돈으로 되돌아오는, 인터넷 방송의 ‘혐오 비즈니스’ 현장이다.

혐오 콘텐츠가 돈이 되는 곳

광고수익의 55%를 나눠 주는 유튜브의 정책은 분명 영상 창작을 활발하게 하는 원천이다. 영상의 장르, 길이, 구독자 수 등에 따라 광고수익이 8배까지 차이가 나기는 하지만, 구독자 20만명에 한달 영상 총 조회수가 850만회에 이르는 크리에이터라면 유튜브에서 대략 월 1,200만원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 아프리카TV의 별풍선, 유튜브의 슈퍼챗 등 시청자가 직접 주는 후원금도 있다. 구독자가 10만명 이상 되면 월 100만~150만원에 제품 홍보 계약을 맺는 스폰서가 붙기도 한다. 수익 모델은 이토록 효율적이고, 유해 콘텐츠를 걸러 내는 장치는 더할 나위 없이 방만한 환경에서 조회수를 따먹기 위한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콘텐츠가 영상의 바다를 휩쓴다.

아프리카TV의 BJ(Broadcasting Jockey) 철구는 혐오와 폭력, 엽기 방송으로 악명 높다. 8월 20일에는 조직폭력배였다는 출연자를 초청해 술을 마신 상태에서 욕설을 하고 밀가루와 방향제를 다른 출연자 얼굴에 뿌리는 등 난장판 방송을 진행했다. 아프리카TV 유저커뮤니케이션팀의 방송감시담당이 ‘고성방가와 폭력성을 조장하는 행위 및 자학하는 행동은 자제 바란다’는 메시지를 방송 화면에 띄웠지만, 생방송은 아무런 제재 없이 끝까지 진행됐다. 시청자 관심은 폭발했다. 철구는 이 영상을 4건으로 나눠 유튜브 계정에도 업로드했고 총 265만여회 조회를 기록했다. 8월 한 달간 철구는 유튜브에 총 182개 영상을 올렸는데 이 중 163개가 욕설과 폭력적 행위를 포함한 영상들이고, 약 1,170만회 재생됐다. 흡연, 음주 장면도 포함돼 있지만 경고문구나 연령제한은 없었다. 실제로 철구는 초등학생들이 가장 즐겨 보는 BJ로 꼽힌다.

조회수를 높이기 위한 자극적인 콘텐츠 중에서도, 만만한 타깃을 겨냥한 혐오는 가장 ‘장사 잘 되는’ 아이템쯤으로 치부되고 있다. 유튜브 크리에이터 김윤태는 2월 자신의 신상정보를 털어 유출한 한 지적 장애인을 방송에 출연시켜 “장애인아. 너 하나 잘못 낳아 너네 부모가 손가락질 받으면서…” 등의 막말을 생중계했다가 벌금 200만원의 약식기소 처분을 받았다. 갓건배 사건에서 돈을 번 것은 갓건배와 신태일에만 그치지 않는다. 갓건배를 비난한 남성 BJ들을 명예훼손죄로 고소한 퀸두사의 영상이 135만9,000회, 향초TV의 ‘갓건배 인생 망했네’ 영상이 130만회, 랭킹여행이 올린 ‘갓건배 빡종 신상 털렸다’ 영상이 68만6,000회 조회되는 등 평소보다 100배 정도의 관심을 받으며 수십만~수백만 원의 수익 이삭을 주워갔다.

아프리카TV BJ 철구가 8월 20일 조직폭력배를 출연시킨 방송에서 출연자들끼리 방향제와 밀가루를 뿌리며 폭력적인 기행을 벌이고 있다. 유튜브 영상 캡처

혐오가 사이다로 불리는 곳

욕하면서 보는 막장 드라마처럼, 일부 대중은 혐오와 폭력의 1인 방송에서 대리만족을 느낀다. 아프리카TV를 1주일에 3회 이상 시청하는 이모(23)씨는 “똑같은 게임 방송이라도 막말하는 BJ쪽으로 눈이 간다. 막말을 듣고 있으면 스트레스가 풀리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BJ 커맨더지코의 방송을 즐겨 본다는 김모(30)씨는 “남성 역차별이라는 말이 내 생각에는 맞는 것 같지만 현실에서는 말하기 힘들다. 그런데 (지코의 방송은) 그런 것들을 시원하게 말해 주는 대리만족 서비스 아니냐”고 털어놓았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1인 방송은) 혐오ㆍ엽기 콘텐츠를 보고 싶은 인간의 내밀한 본능을 이용한 시장”이라고 진단했다.

쌍방향 통신이 활발한 인터넷 1인 방송은 밀착된 혐오의 교감을 가능케 한다. 유튜브 슈퍼챗은 시청자가 메시지를 적어 후원금과 함께 보내는 것인데, 그러면 생방송 화면 가운데에 메시지가 뜨면서 방송 진행자가 이에 반응하는 식이다. 아프리카TV의 별풍선에 채팅 기능을 강화한 것이다. 아프리카TV 시청자인 조모(21)씨는 “별풍선을 많이 쏘면 BJ가 아이디를 불러주면서 90도로 절하고 감사하다고 치켜세우는데 여기서 짜릿함을 느끼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혐오 콘텐츠는 시청자와 크리에이터가 함께 만든 생태계”라고 말했다.

“(갓건배) 살해 의사는 없었고 방송 흥행을 위한 것”이라는 크리에이터 김윤태의 해명처럼 방송에서의 혐오와 폭력을 연출이라고 변명하는 이들도 있지만, 시청자에게 미치는 효과는 예단할 수 없다. 왁싱을 성적으로 부각시킨 1인 방송을 보고, 왁싱숍을 찾아가 여주인을 살해한 사건이 그렇다. 초등학생들이 인터넷 영상을 보고 각종 엽기 게임을 따라 하는 것도 잘 알려진 일이다.

“돈 버는데 자정노력 하겠나”

그런데도 유튜브, 아프리카TV 등 영상 플랫폼 사업자들은 콘텐츠 정화에는 손을 놓고 있다. 유튜브는 노출 수위가 심한 성인 영상물에 대해서만 성인 인증을 받아 시청하도록 할 뿐, 욕설과 폭력 등에 시청 연령을 제한하는 경우는 드물다. 유해 콘텐츠 영상에 대해 삭제 및 계정 정지 처분을 내리는 자정 시스템이 있기는 하지만 실효성이 별로 없다. 계정이 정지돼도 곧 다른 계정을 만들어 똑같은 방송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8월 갓건배는 계정 정지 처분을 받은 후 갓건배2, 갓건배 스트리밍 등의 계정을 새로 만들었다. 김윤태의 유튜브 계정은 10개가 넘는다. 유튜브 관계자는 “새로운 이메일 주소로 가입한 경우 제보가 없으면 알기 어렵다. 하지만 모니터링을 통해 발견하면 계정을 삭제하고, 삭제된 계정에 쌓아둔 수익도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불사신으로 통하는 철구의 사례는 방송 플랫폼 사업자가 유해 콘텐츠를 방치하거나 조장하는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철구는 2012년 성폭행 흉내 퍼포먼스 논란으로 아프리카TV에서 영구정지 처분을 받았지만 이듬해 8ㆍ15 영구정지 BJ 복귀 이벤트를 통해 복귀했다. 2014년 생방송 중 중학생에게 간장을 부어 다시 영구정지 처분을 받았지만 같은 해 BJ 특별사면으로 돌아왔다. 근래에도 5ㆍ18 민주화 운동을 폭동으로 비유한 “(별풍선) 518개, 폭동개 감사합니다” 발언, 방송 중 흡연 등으로 3~7일 방송정지 처분을 받았지만, 잠깐 방송을 쉬었다가 재개하는 식이다.

아프리카TV 관계자는 “평생 문제아 낙인을 찍는 것보다 계도하고 교육해 본인의 재능을 긍정적으로 펼칠 수 있게 지원하는 게 플랫폼의 역할이라고 판단했다”고 궤변에 가까운 해명을 했다. 실제로는 즐겨찾기 등록자 138만5,000명, 최대 동시 시청자가 13만명에 이르는 철구를 방송에서 배제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주변의 시각이다. 아프리카TV는 끊임없이 문제를 일으켜 온 철구에게 2016년 BJ 대상을 수여했다. 같은 해 광고와 별풍선 수익 등을 토대로 한 아프리카TV의 매출액은 798억원을 기록, 전년(628억원)보다 27%나 증가했다. 최진봉 교수는 “시청자들이 몰려 광고수익이나 후원이 들어오면 이를 방송인과 플랫폼이 나눠 갖기 때문에 플랫폼 사업자가 알아서 자정 활동을 하거나 규제하기를 바라는 건 순진한 생각”이라고 말했다.

혐오와 폭력이 소비 되는 1인 방송 시장. 1인 방송 시청자들은 자연스럽게 이들의 혐오와 폭력을 경험 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혐오 수익 안 나는 시장 만들어야”

인터넷 1인 방송은 방송법이 아닌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로 규제되는데, 관리감독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의 역할도 극히 제한적이다. 방심위가 유해 콘텐츠를 생산하는 BJ에 대해 계정이용정지 등 제재를 하도록 플랫폼 사업자에게 권고하면, 사업자는 3~7일 방송정지와 같은 가벼운 처분으로 넘어가기 일쑤다. 제재 권고를 아예 이행하지 않는 경우가 아니라면 이런 플랫폼 사업자를 규제할 근거도 없다.

유튜브는 해외사업자여서 완전한 사각지대에 있다. 방심위 관계자는 “유튜브 콘텐츠에 대해서도 심의를 하지만 국내 기업이 아니라 행정처분은 내리기 어렵고 자율규제 요청을 한다. 명백한 음란물이 아니면 삭제나 정지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혐오 방송의 규제와 더불어 영상 시장 구조 전체를 새로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진응 입법조사처 과학방송통신팀 입법조사관은 “미국 같은 경우 가장 많은 수익을 내는 크리에이터들의 영상은 생활, 미용 등 건전한 내용이 주를 이루는데 한국에서는 ‘혐오ㆍ폭력적인 방송이 수익을 낸다’라는 잘못된 문화가 정착돼 있다”며 “처벌적 규제만으로는 어렵고, 혐오 콘텐츠는 수익이 나지 않도록 시장구조를 바꾸어야 혐오와 폭력이 빈발하는 콘텐츠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최진봉 교수는 “1인 방송 콘텐츠를 유통시키는 도매상 역할인 플랫폼 사업자에게 더 큰 책임을 지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방송인과 플랫폼이 함께 책임을 지는 시스템이 정착돼야 시장 자율 정화가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박재현 기자 remake@hankookilbo.com(mailto:remake@hankookilbo.com)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mailto: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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