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MB국정원, KBS·MBC 간부사찰·퇴출..'방송장악' 총지휘

입력 2017.09.18. 05:06 수정 2017.09.18. 09:36

이명박 정부의 국가정보원이 <한국방송> (KBS)과 <문화방송> (MBC) 간부와 기자들을 사찰하고, 이를 근거로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인과 프로그램 등을 퇴출하는 공작을 벌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노조 탄압의 구체적인 방법과 로드맵까지 짜는 등 이명박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 시도를 국정원이 총괄 기획했다는 점도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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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방송장악' 문건 입수
국장급 간부 전원교체·'건전성향 '인사 전진배치 등 주문
좌편향·프로그램 리스트 작성..피디·작가까지 교체 강조
어용 노조위원장 지원 등 노조파괴 방안까지 상세히 제시
상당수 내용 방송사 사찰 정황..문건은 모두 원세훈 보고

[한겨레]

총파업 중인 전국언론노조 문화방송본부는 지난 14일 오전 이명박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이 만든 문화방송 장악 시도 문건에 따라 출연자 퇴출 등이 실행됐다고 폭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은 폭로 내용을 듣고 있는 조합원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이명박 정부의 국가정보원이 <한국방송>(KBS)과 <문화방송>(MBC) 간부와 기자들을 사찰하고, 이를 근거로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인과 프로그램 등을 퇴출하는 공작을 벌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노조 탄압의 구체적인 방법과 로드맵까지 짜는 등 이명박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 시도를 국정원이 총괄 기획했다는 점도 확인됐다.

17일 <한겨레>가 입수한 국정원의 ‘문화방송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2010년 3월 작성) 문건을 보면, 국정원은 좌편향 인물과 문제 프로그램 퇴출→노조 무력화→민영화로 이어지는 3단계 문화방송 장악 시나리오를 짰다. 김재철 당시 신임사장 취임을 계기로 노조 핵심 인물과 최문순 전 사장 인맥을 모두 퇴출하고, 제작·보도·편성본부 국장급 간부 전원 교체, ‘건전 성향’ 인사의 전진 배치 등에 들어간다는 내용이다. 국정원은 ‘인적 쇄신’을 명분으로 퇴출할 각 지방 문화방송 사장과 간부의 성향, 과거 행적 등을 담은 명단을 작성했으며, ‘노조와 야권에 빌붙은 국장급 간부 교체’, ‘일선 기자와 피디(PD)도 정치투쟁, ‘편파방송’ 전력자에 대한 문책인사 확대 시행’ 등을 주문했다. 그러면서 기자와 피디 발탁의 최우선 기준으로 ‘국가관’을 제시하기도 했다. <피디수첩>이나 <시선집중> 등 ‘좌편향’으로 규정한 프로그램 명단을 제시하며 담당 피디는 물론 진행자, 프리랜서 작가, 외부 출연자까지 전면 교체하라는 내용도 담고 있다.

국정원은 노조 탄압 공작에도 공을 들였다. 노조의 보도·인사권 관여를 막으려 단체협약을 개정하라고 했고, 파업·업무방해 행위는 엄중 징계는 물론 적극적인 사법처리로 영구 퇴출을 추진하라고 했다. 현 노조 파괴 및 ‘건전’ 노조위원장 당선 지원과 향후 상급 노조인 언론노조와 결별하는 시나리오도 작성했다. 보고서 마지막엔 ‘인수자 공모’ 등 문화방송 장악의 최종 목표가 민영화라는 점도 분명히 하고 있다.

한국방송의 경우 문화방송보다 한 단계 더 깊이 들어간 대책이 세워졌다. 2010년 6월 국정원이 작성한 ‘한국방송 조직개편 이후 인적 쇄신 추진방안’을 보면, 이명박 정부 뜻에 따라 선임된 김인규 사장 취임 뒤 △좌편향 △무능·무소신 △비리 연루 여부를 기준으로 인사 대상자를 색출하라고 했다. 백아무개 비서실장 등 5명의 간부에 대해 ‘인사에 개입하고 내부 정보를 야권에 흘렸다’는 이유 등을 들어 ‘특별관리’를 권고하기도 했다. 또 ‘사원행동’ 가담자, 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 조합원, 편파방송 전력자 배제도 강조했다. 국정원이 작성한 문서에는 개별 간부의 성향뿐 아니라 개인 신상과 관련된 정보가 상당수 포함돼 집중적인 사찰이 있었다는 점도 알 수 있다.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는 이런 방송 장악 문건이 모두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보고된 사실을 확인하고, 이 문건 전체를 검찰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파괴와 관련 간부 및 기자 퇴출 등 문건의 상당수 내용이 현실화한 만큼, 검찰은 당시 누구 주도로 어떤 과정을 거쳐 이런 계획이 실행됐는지 등을 조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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