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헌책을 3만원 주고 샀다, 그런데 이런 횡재가

정병진 입력 2017.09.29. 16:39

'모든 책은 헌책이다'는 말이 있다.

책은 세상에 나온 즉시 헌책으로 변해가는 법이니, 너무 '새 책'만 찾지 말고 헌책도 소중히 여기라는 이야기일 게다.

김남주 시인과는 동갑이고 각별한 사이였던 같은데 김 시인이 그에게 헌정한 책이 왜 헌책방을 떠돌다 내게 흘러왔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쉽게도 이처럼 헌책들도 새 책보다 훨씬 가격이 높은 경우가 부쩍 느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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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친필 사인 있는 두 권의 책을 헌책방에서 얻다

[오마이뉴스 정병진 기자]

▲ 저자 사인이 돼 있는 두 권의 책 배철현 교수와 김남주 시인의 책
ⓒ 정병진
'모든 책은 헌책이다'는 말이 있다. 책은 세상에 나온 즉시 헌책으로 변해가는 법이니, 너무 '새 책'만 찾지 말고 헌책도 소중히 여기라는 이야기일 게다.

형편이 넉넉지 않은 나로서는 가능한 한 헌책을 구입하는 편이다. 신간 중에 속히 읽어야할 책이거나 고가의 책들은 공공도서관에 신청해 빌려 본다. 서가에 두고 밑줄 그어가며 봐야할 전공 도서만 구입하려 한다.

다행히 대부분 헌책은 가격도 쌀 뿐더러 새 책이나 다름없이 상태가 좋은 책도 많다. 더욱이 요즘은 책의 수명이 짧아 1쇄가 나온 뒤 2쇄에 들어가지 않는 책들이 수두룩하다. 그런 책은 제때 사지 않으면 헌책방을 뒤져 구하지 않는 한 구입할 방법이 없다. 헌책방을 애용하는 이유 중 하나다.

헌책을 구입하다보면 뜻밖에도 횡재를 하는 경우가 있다. 드물긴 하나 때로 저자의 친필 사인이 있는 책이 손에 들어온다. 오래 전 구입한 <김남주 옥중연서-산이라면 넘어주고 강이라면 건너주고>와 최근에 산 배철현 교수의 <창세기, 샤갈이 그림으로 말하다>가 그 좋은 사례다. 두 권 모두 절판된 책이라 지금은 새 책으로 구할 수 없다.

▲ 김남주 시인의 사인 <김남주 옥중연서> 속 표지에 쓴 김남주 시인의 사인
ⓒ 정병진
두 책을 구입해 살펴보니 책 표지 안쪽에 저자 친필 사인이 적혀 있었다. 김남주 시인은 오래 전 어느 집회 현장에서 시 낭송을 하는 모습을 멀찌감치 서서 본 적 있다. 아마 출소하신 지 얼마 안 지났을 때였을 거다. 그게 그를 직접 본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이야기 한 번 나눠본 적 없지만 그의 시들을 좋아한다. 한데 그의 옥중연서를 엮은 책에 친필 사인이 들어 있을 줄이야.

홍인표씨가 누군가 알아봤더니 광주교도소 등지에서 교정공무원 생활을 하며, 틈틈이 소설을 써 <하얀집의 왕>, <탈옥기>, <출소>, <오월의 도시> 등 여러 작품을 발표한 원로 작가였다. 김남주 시인과는 동갑이고 각별한 사이였던 같은데 김 시인이 그에게 헌정한 책이 왜 헌책방을 떠돌다 내게 흘러왔는지는 잘 모르겠다.

▲ 배철현 교수의 사인 저자인 배철현 교수의 사인
ⓒ 정병진
배철현 교수의 책은 헌책임에도 정가인 1만5000원보다 배나 높은 3만 원에 큰 맘 먹고 샀다. 인터넷 헌책방에서 이 책은 최고 5만 원까지 판매 되는 중이다. 그만큼 소장 가치가 높은 희귀본이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아쉽게도 이처럼 헌책들도 새 책보다 훨씬 가격이 높은 경우가 부쩍 느는 추세다. 대부분 절판된 희귀 도서다.

배 교수의 <창세기, 샤갈이 그림으로 말하다>를 구해서 받아보니 책도 깨끗했고 저자 친필 사인까지 있어 반가웠다. 저자가 아무개에게 정성껏 사인해 선물한 책으로 보이는데 그걸 받은 이는 불필요했는지, 아니면 다 읽고 헌책방에 넘긴 건지, 또 다른 이유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아무튼 그 덕분에 나는 저자 사인 책을 얻어 기쁘다.

진주 상인이 희귀한 진주를 찾아다니듯 헌책 사냥을 즐겨 보시기 바란다. 그러다 보면 나처럼 생각지 못한 보석 같은 책을 발견할 날이 올 거다. 틀림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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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에도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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