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탈루냐 독립투표 강행, 스페인 경찰 진압..337명 부상

김성탁 2017. 10. 1.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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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정부가 불법으로 규정한 카탈루냐 자치정부의 독립 주민투표가 1일(현지시간) 일부 투표소에서 실시됐다. 투표소를 폐쇄하려는 정부 경찰과 투표소를 지키려는 주민들 간 유혈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카날루냐 자치정부 측은 "스페인 경찰의 진압 탓에 카날루냐 주민 337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스페인 정부는 투표가 원천 무효라고 못 박았으나 자치정부 수반은 48시간 이내에 독립을 선포할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투표가 끝나도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 정부는 경찰력을 투입해 ‘D-데이’인 1일을 앞두고 전체 투표소 2315곳 중 2000곳가량을 봉쇄했다고 밝혔다. 투개표에 필요한 기술 시스템도 해체해 투표 진행 자체가 “완전히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투표소의 기능이 마비되자 카를레스푸지데몬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은 당초 지정된 장소에서 투표하도록 했던 방침을 갑자기 바꿔 아무 학교에서나 투표해도 된다고 발표했다. 본인이 직접 출력한 투표용지를 사용해도 효력을 인정하겠다고도 했다. 중앙 정부가 투표함과 투표용지를 압수한 데 대한 대응이었다. 자치 정부는 유권자들의 투표소별 중복 투표 여부는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 등을 이용해 확인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바르셀로나 등 카탈루냐 지역의 학교 160여 곳은 전날 밤부터 주민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밤샘 점거를 하며 경찰의 폐쇄에 맞섰다. 일부 주민들은 트랙터를 출입구에 세워놓거나 아예 학교 문을 떼어내 봉쇄를 하지 못하게 하기도 했다.

1일 오전 3시쯤부터는 경찰이 막지 못한 학교 등에 수천 명이 몰려와 투표용지를 들고 줄지어서 장사진을 이뤘다. 경찰에 압수됐던 투표함을 빼내 와 설치하는 주민들에게 지지의 함성이 쏟아지기도 했다.
카탈루냐 독립을 주장하며 바르셀로나에 모인 주민들 [AP=연합뉴스]
하지만 알폰소 다스티스 스페인 외무장관은 영국 스카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정식 투표소도 없고 정식 투표용지도 없으며 결과의 확실성을 담보해줄 기관도 없다"며 “일부 장소에서 가짜 투표가 진행될 수 있어 독립 주민투표가 실시됐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중앙 정부는 이날 바르셀로나 항구를 통해 경찰 차량 수백대를 실어나르며 투표 저지에 나섰다. 경찰 수천명은 주민들이 점거한 투표소의 문을 부수고 진입해 주민들을 끌어냈다. 시위진압 복장을 한 경찰은 북동부 도시 지로나 등에서 투표를 하려고 학교에 있던 주민들과 일부 몸싸움을 빚기도 했다.

스페인 정부는 투표소를 폐쇄하고 불법 투표를 주도한 이들을 검거하되 폭력을 사용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강경 분리 독립 지지자들과의 충돌이 우려되고 있다.

투표를 앞둔 지난달 30일 수도 마드리드와 바를셀로나의 카탈루냐 자치정부 청사 앞에선 독립 투표에 반대하는 주민 수천 명이 시위를 벌이며 “푸지데몬 수반을 감옥으로 보내라"고 외쳤다. 앞서 바르셀로나에선 카탈루냐 주민 750만명 중 100만 여명이 참여해 독립에 찬성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카탈루냐 지도. 짙은 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카탈루냐, 옅게 칠해진 부분이 스페인이다.
별도 왕국이었던 카탈루냐는 1714년 스페인에 병합됐다. 스페인 주류인 카스티야인들과 문화와 역사, 언어가 달라 병합 이후 300여 년간 지속적으로 분리 독립을 요구해 왔다. 하지만 이번 투표의 직접적인 원인은 경제 문제다. 카탈루냐는 인구는 스페인의 6%에 불과하지만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경제적 비중이 크다. 부유한 이 지역 주민들은 자신들이 많이 낸 세금 혜택이 다른 지역으로 돌아간다는 불만을 표출해왔다.

유럽 국가들은 이번 주민투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분리 독립을 요구하는 지역이 속한 나라가 많기 때문이다. AP통신은 이번 투표에서 독립을 찬성하는 쪽이 크게 우세할 경우 유럽 내 다른 지역을 부추기는 계기가 돼 유럽연합(EU)의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영국의 스코틀랜드, 벨기에 북부 플랑드르 지방, 오는 22일 자치권 강화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를 할 예정인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나주와 베네토주 등이 해당한다.

카를로스 바스타레체 주영 스페인 대사는 “유럽은 지금 카탈루냐 자치정부의 저속도 저비용 쿠데타를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카탈루냐가 성공한다면 지방 정부가 법치를 거부해도 된다는 사례가 돼 다른 유럽 국가들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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