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탈루냐 독립투표 강행, 스페인 경찰 진압..337명 부상
스페인 정부가 불법으로 규정한 카탈루냐 자치정부의 독립 주민투표가 1일(현지시간) 일부 투표소에서 실시됐다. 투표소를 폐쇄하려는 정부 경찰과 투표소를 지키려는 주민들 간 유혈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카날루냐 자치정부 측은 "스페인 경찰의 진압 탓에 카날루냐 주민 337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스페인 정부는 투표가 원천 무효라고 못 박았으나 자치정부 수반은 48시간 이내에 독립을 선포할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투표가 끝나도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 정부는 경찰력을 투입해 ‘D-데이’인 1일을 앞두고 전체 투표소 2315곳 중 2000곳가량을 봉쇄했다고 밝혔다. 투개표에 필요한 기술 시스템도 해체해 투표 진행 자체가 “완전히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투표소의 기능이 마비되자 카를레스푸지데몬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은 당초 지정된 장소에서 투표하도록 했던 방침을 갑자기 바꿔 아무 학교에서나 투표해도 된다고 발표했다. 본인이 직접 출력한 투표용지를 사용해도 효력을 인정하겠다고도 했다. 중앙 정부가 투표함과 투표용지를 압수한 데 대한 대응이었다. 자치 정부는 유권자들의 투표소별 중복 투표 여부는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 등을 이용해 확인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바르셀로나 등 카탈루냐 지역의 학교 160여 곳은 전날 밤부터 주민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밤샘 점거를 하며 경찰의 폐쇄에 맞섰다. 일부 주민들은 트랙터를 출입구에 세워놓거나 아예 학교 문을 떼어내 봉쇄를 하지 못하게 하기도 했다.
중앙 정부는 이날 바르셀로나 항구를 통해 경찰 차량 수백대를 실어나르며 투표 저지에 나섰다. 경찰 수천명은 주민들이 점거한 투표소의 문을 부수고 진입해 주민들을 끌어냈다. 시위진압 복장을 한 경찰은 북동부 도시 지로나 등에서 투표를 하려고 학교에 있던 주민들과 일부 몸싸움을 빚기도 했다.
스페인 정부는 투표소를 폐쇄하고 불법 투표를 주도한 이들을 검거하되 폭력을 사용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강경 분리 독립 지지자들과의 충돌이 우려되고 있다.
유럽 국가들은 이번 주민투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분리 독립을 요구하는 지역이 속한 나라가 많기 때문이다. AP통신은 이번 투표에서 독립을 찬성하는 쪽이 크게 우세할 경우 유럽 내 다른 지역을 부추기는 계기가 돼 유럽연합(EU)의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영국의 스코틀랜드, 벨기에 북부 플랑드르 지방, 오는 22일 자치권 강화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를 할 예정인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나주와 베네토주 등이 해당한다.
카를로스 바스타레체 주영 스페인 대사는 “유럽은 지금 카탈루냐 자치정부의 저속도 저비용 쿠데타를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카탈루냐가 성공한다면 지방 정부가 법치를 거부해도 된다는 사례가 돼 다른 유럽 국가들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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