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를 떠나 당연히 해야 할 일"..'야간 숙직' 동참한 女공무원들

채혜선 2017. 10. 11.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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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직원 숙직 신청자 수 꾸준히 상승 추세
숙직 요일 및 인원 수 확대 검토 중
당직자가 민원 전화를 받는 모습. [사진 양천구 제공]
서울 양천구 여성 공무원들이 지난해 4월부터 남성 직원만이 서던 야간 숙직에 동참하고 있다. 양천구의 여성 직원 숙직제는 최근 구청 내 여성 직원 비율이 높아지면서 남성 직원들의 숙직이 빈번하게 돌아오는 등 남성 직원들의 고충이 늘어나자 양성평등 차원에서 김수영 양천구청장이 제안해 도입하게 됐다.

11일 양천구에 따르면 숙직 근무에는 여성 직원 58명이 참여하고 있다. 당직은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근무하는 '숙직'과 주말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하는 '일직'으로 나뉜다. 양천구청 여성 당직 대상자 277명 중 219명은 일직에, 58명은 당직을 서고 있다. 비율로 보면 일직에 참여하는 여성 직원은 80%, 숙직에 참여하는 직원은 20% 정도다. 남성 당직 대상자는 305명으로, 이들은 일·숙직을 선다.

숙직제에 동참한 여성 직원은 매주 목요일마다 2명씩 남성 직원 3명과 숙직 근무를 한다. 목요일을 제외한 나머지 요일에는 남성 직원 5명이 숙직을 선다. 숙직자들은 당직실에서 근무하며 야간에 발생하는 민원을 처리한다.

양천구 당직실 근무 모습. [사진 양천구 제공]
숙직을 선 다음 날은 비번 날이다. 숙직을 서는 여성들은 실질적으로 금·토·일요일을 쉴 수 있다.

여성 직원 숙직제가 도입되던 당시 내부에서는 걱정하는 눈길도 많았다. '여성 직원과 함께 숙직을 서는 남성 직원이 어려운 일만 하게 되는 것은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야간 민원 전화에 여성 직원이 상냥하고 부드럽게 응대하고 있고, 현장 출동을 할 때는 2인 1조로 남녀 구별 없이 동등하게 업무를 처리하자 시행 초기 우려는 말끔히 사라졌다.

일각에서는 '여성이 숙직을 서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서울시 25개 모든 자치구 중 여성 숙직제가 도입된 구는 4~5곳 정도에 불과하다.

양천구 당직실 외관. [사진 양천구 제공]
양천구 여성 직원들은 여성 숙직제를 놓고 남녀 문제를 떠나 직원으로서 당연히 해야할 일이라는 반응이다. 그 동안에는 야간 현장 출장에서 혹여나 위험한 일이 생길 지 몰라 남자 직원만 현장에 나갔다. 그러나 최근 남녀를 나누는 일이 무의미해지고 있다는 추세를 반영, 여성 직원들은 숙직에서도 남자 직원처럼 똑같이 현장에 출동하고 있다.

양천구는 여성 숙직 신청자가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를 반영해 향후 여건에 따라 인원 수와 숙직 요일 확대를 검토 중이다.

정선희 양천구 주무관은 "초기 우려와 달리 여성 숙직제가 내부적으로 잘 정착된 것 같다"며 "여성 직원들이 야간 근무를 하는데 어려움은 없다"고 말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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