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탐색] "축구·야구도 스크린으로?" 진화한 스포츠 트렌드의 명과 암

안승진 입력 2017. 10. 14. 15:01 수정 2017. 10. 16.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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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구력이 부족하다. 공에 좀 더 신경을 써봐"지난 10일 오후 서울 강남의 종합 스포츠 게임센터를 찾은 윤승용(44)씨는 두 아들의 피칭(야구에서 투수가 타자를 향하여 공을 던지는 일) 동작을 바로잡았다.

몇 년 전 스크린 골프나 야구 등이 유행했던 모습에서 나아가 요즘에는 축구, 양궁, 사격, 경마, 테니스, 컬링, 볼링 등 상당수의 스포츠가 스크린 안으로 들어왔다.

바쁜 일상 속 여럿이 모이기 힘든 현대인들은 2~3명 소수 단위로 모여 종합 스포츠 게임센터를 찾아 운동을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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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서울 강남의 한 종합 스포츠 게임센터에서 실내 야구를 즐기고 있는 윤모군.


“제구력이 부족하다. 공에 좀 더 신경을 써봐”

지난 10일 오후 서울 강남의 종합 스포츠 게임센터를 찾은 윤승용(44)씨는 두 아들의 피칭(야구에서 투수가 타자를 향하여 공을 던지는 일) 동작을 바로잡았다. 리틀 야구단 활동을 한다는 아들 윤모(9)군은 어린나이에도 불구하고 100km에 가까운 구속을 뽐내고 있었다. 윤군은 “실제 야구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재미있다”며 스크린 야구를 신기해했다. 윤씨는 “야구를 좋아하지만 실제 야구장에서 즐기기에는 시간과 여유가 없어 스크린 야구장을 종종 찾는다”며 "아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흡족해했다.

운동장에서나 즐길 수 있었던 스포츠가 최근 실내 스크린 속에 담기고 있다. 몇 년 전 스크린 골프나 야구 등이 유행했던 모습에서 나아가 요즘에는 축구, 양궁, 사격, 경마, 테니스, 컬링, 볼링 등 상당수의 스포츠가 스크린 안으로 들어왔다. 바쁜 일상 속 여럿이 모이기 힘든 현대인들은 2~3명 소수 단위로 모여 종합 스포츠 게임센터를 찾아 운동을 즐기고 있다.

서울 강남의 한 스크린 축구 시설에서 축구를 즐기고 있는 대학생.


대학생 홍은기(22)씨는 시험기간 잠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친구들과 함께 종합 스포츠 게임센터를 찾았다. 스크린 축구기계에 ‘페널티킥 모드’를 주문하자 화면에 축구경기에 대한 설명이 나타났다. 축구공을 지정된 표시에 가져다 놓자 공을 차라는 카운트가 등장했다. 홍씨가 화면 속 골키퍼를 피해 있는 힘껏 공을 차자 이내 슛의 성공여부가 표시됐다. 이후 축구공의 속도, 성공률, 스코어, 랭킹(순위) 등 홍씨 데이터가 화면에 집계돼 실력을 가늠해볼 수도 있었다.

홍씨는 “(게임에 사용되는 공이) 실제 축구공보다 가벼워 비교적 잘 차진다”며 “축구는 22명이 모여야 하고 실력이 안 되면 주변에 폐를 끼치게 돼 미안한데, 스크린 축구는 이런 부담이 없어 좋다”고 전했다. 이어 “다음번에는 여자친구랑 같이 와도 재미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홍씨 옆에서는 한 남자가 여자에게 운동 동작을 알려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미세먼지나 날씨에 영향을 받지 않고 친구들끼리 즉흥적으로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스크린 스포츠는 젊은층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강남에 위치한 한 종합 스포츠 게임센터의 점원은 “주변에 회사가 많은데 퇴근 후 20~30대가 이곳을 즐겨 찾는다”면서 “워크숍인 것처럼 보였는데 직원들이 이곳에서 운동을 하고 돌아간 이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내 스포츠는 시간·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장비까지 모두 대여 가능해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종합 스포츠 게임센터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실내스포츠. 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경마, 축구, 컬링, 사격.


이런 인기를 반영하듯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주변에만 8곳 이상의 실내 스크린 스포츠 시설을 찾을 수 있었다. 일부 스포츠 게임센터는 월 정액제로 회원을 모집했고, 이미 대형 프렌차이즈로 전국 여러 곳에 지점을 둔 업체도 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실내 스크린 운동의 증가가 마냥 긍정적이진 않다는 의견도 나왔다. 스포츠에 대한 관심을 이끌 순 있을지 모르나 제대로 된 운동이라기보다 단순한 놀이·오락에 가깝다는 것이다.

정희준 동아대 체육학과 교수는 “스크린 체육은 일종의 변종 스포츠”라며 단순한 동작으로 단발성으로 즐기는 실내스포츠의 한계를 지적했다.

정 교수는 “스포츠는 ‘놀이-플레이-스포츠’ 진화했다”며 “단발성으로 즐기는 것이 놀이라면, 여기에 제대로 된 모양새와 룰을 갖추면 플레이가 되고, 이게 조직화하면 스포츠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크린 체육은 놀이라고 할 수 있다. 밖에서 뛰어다니면서 체력을 기르는 스포츠와는 엄연한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

글·사진=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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