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벡스코는 지금 '대박 중'..굴뚝없는 산업 성공 스토리

입력 2017. 10. 18.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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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컨벤션센터 불모지 부산에 2001년 둥지
부산시가 바다와 문화가 있는 지형 믿고 과감하게 설립
2년4개월 만에 흑자 내고 한 해 1조4000억원 생산유발
굴뚝 없는 산업인 마이스산업 대표적 성공 사례
벡스코는 부산의 미래 성장동력 핵심으로 부상
부산시 2024년 제2벡스코 추진

[한겨레]

2001년 준공된 부산 해운대구 우동의 벡스코. 2개의 전시관과 오디토리움으로 이뤄져 있다. 벡스코 제공
2001년 준공된 부산 해운대구 우동의 벡스코. 2개의 전시관과 오디토리움으로 이뤄져 있다. 벡스코 제공

지난 25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 센텀시티 안 벡스코가 인파로 북적였다. 이날부터 28일까지 나흘 동안 열리는 ‘2017 ITU(국제전기통신연합) 텔레콤 월드’에 참가하려는 사람들이다. 국제전기통신연합 회원국의 장관급 대표단 300여명과 국외 언론인 200여명 등 100개국 4만여명의 참가자들은 8개 국어 동시통역이 가능한 시설을 겸비한 벡스코의 환경에 만족한 표정이었다. 25일 오전 11시께 열린 개막식에서 서병수 부산시장은 “글로벌 스마트시티로 도약하고 있는 부산이 국제전기통신연합 행사를 세 번째 유치했다. 부산 여정이 편안하고 즐겁기 바란다”고 말했다. 나흘 동안 4만여명의 참가자가 체류하면서 부산 해운대구의 특급·비즈니스호텔 17곳은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5300여개의 방이 대부분 다 나간 것이다. 한 호텔 지배인은 “벡스코에서 대형 행사가 열리면 투숙률이 100%에 가깝다. 벡스코가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고 말했다.

25일 벡스코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17 ITU(국제전기통신연합) 텔레콤 월드’ 개막식에 3000여명이 참가했다. 김광수 기자

■ 지방의 불모지 전시컨벤션산업 벡스코(BEXCO)는 부산전시컨벤션센터의 줄임말이다. 부침을 겪은 부산의 산업구조 변화 속에서 탄생했다. 부산의 3대 주력업종인 신발·섬유·목재업이 1990년대부터 저임금을 무기로 하는 후발 국가와의 경쟁에서 밀려 쇠퇴하면서 전시컨벤션산업이 부산의 새로운 성장동력의 하나로 급부상한 것이다.

벡스코가 자리를 잡는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1990년대 초반 부산시가 지방에선 불모지였던 전시컨벤션산업에 눈을 돌리자 회의론이 많았다. 전시컨벤션산업은 국내외 행사를 유치하거나 주최 쪽에 장소를 빌려주는 것인데 인구가 적은 지방은 수요가 없기 때문이다.

부산시는 승부를 걸었다. 김해국제공항과 바다를 끼고 있는 대륙의 관문인 지형적 특성을 이용하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굴뚝 산업이 아니라 3차 서비스산업이야말로 부산의 미래 먹을거리라고 생각했다.

첫 번째 고비가 왔다. 1979년 개장한 코엑스에 이어 정부가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에 제2 국제종합전시장 설립을 비슷한 시기에 추진한 것이다. 경기도로 굳어지자 부산시는 뒤집기를 시도했다. 국방부 소유의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옛 수영비행장 터(당시 시가 830억원)를 무상 제공하고 건립비의 25%를 부담하겠다고 정부에 제안했다. 정부는 1993년 9월 제2 국제종합전시장의 위치를 부산으로 발표했다.

경기도에 지원하려던 국비 100억원을 확보한 뒤에는 국방부가 옛 수영비행장을 이전하려 하지 않아 애를 먹었다. 끈질기게 국방부 문을 두드려 1995년 9월 수영비행장 이전 협약서를 체결했다. 국방부와 협상을 시작하고 5년 만이었다.

부산시는 애초 종합전시장만 건립하려다 전문 회의시설인 컨벤션센터를 추가로 짓기로 방향을 바꾸고 민간사업자를 유치했다. 그런데 얼마 뒤 외환위기가 닥쳤다. 1600억원의 사업비 가운데 430억원을 투자하기로 한 현대건설이 멈칫거렸다.

우여곡절을 겪은 뒤 벡스코는 1998년 10월 착공에 들어가 2001년 5월 국비 500억원과 시비 670억원 등 1600억원을 들여 실내 전시면적 2만6508㎡ 규모로 개장했다. 2012년엔 국비 909억원과 시비 1005억원 등 1914억원을 들여 제2전시장(전시면적 1만9872㎡)과 4002석 규모의 오디토리움을 추가로 건립했다. 벡스코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의 킨텍스에 이어 국내에서 전시면적 기준 두 번째로 큰 전시컨벤션센터가 됐다.

각국에서 온 방문객들이 벡스코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17 ITU(국제전기통신연합) 텔레콤 월드’에 참가하려고 등록을 하고 있다. 김광수 기자
벡스코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17 ITU(국제전기통신연합) 텔레콤 월드’ 전시관에서 관람객들이 둘러보고 있다. 김광수 기자

■ 성공 신화 써내려가는 벡스코 벡스코는 새로운 기록을 해마다 써내려가고 있다. 개장 첫해인 2001년 개장 넉 달 만에 200만명을 돌파하더니 2003년 무려 500만명을 돌파했다. 2012년부터 해마다 300여만~400여만명씩 방문하고 있다. 전시장 가동률도 2001년 35%였으나 2012년 제2 전시장이 개장했는데도 47~56%를 기록하고 있다. 전시장 가동률은 60~65%에 이르면 포화상태다.

벡스코의 경영 실적도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사회 공공재 성격인 전시컨벤션센터는 지나친 영리를 추구할 수 없는 특성 때문에 개장하고 보통 5~10년이 지나야 흑자로 돌아서는 것이 업계의 불문율이다. 벡스코는 개장 2년 4개월 만인 2003년 사상 최다인 571만명의 방문객을 유치하며 흑자를 처음 달성했다. 지난해는 342억원의 매출에 1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벡스코가 비교적 짧은 기간에 자리를 잡은 것은 굵직한 대형 행사 유치에 성공한 때문이다. 2년마다 짝수해에 열리는 부산국제모터쇼는 2회부터 7회까지 2014년까지 6회 연속 100만명 이상이 입장하며 부산을 대표하는 국제적 전문 전시회로 자리 잡았다.

벡스코의 위상을 단번에 세계 무대로 올린 것은 2002년 한일 월드컵 조 추첨 행사였다. 서울과 제주를 물리치고 부산이 선정됐는데 2001년 12월1일 저녁 7시부터 2시간 동안 세계 60여개국에 생중계되면서 15억명이 시청했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메인 미디어센터에 이어 200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면서 벡스코의 국제적 위상은 더 높아졌다. 2014년엔 정보통신올림픽으로 불리는 2014 부산 ITU(국제전기통신연합) 전권회의와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등을 잇달아 유치하면서 세계 국제회의 통계를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국제협회연합(UIA) 기준 아시아 4위, 세계 9위를 달성했다. 이후 벡스코는 연간 1000건 이상의 행사를 유치·개최하며 세계적인 전시·컨벤션센터의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벡스코는 2009년 6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국제환경·에너지전시회를 열며 국외로도 외연을 넓히고 나섰다. 베트남 현지에서 연 전시회는 지난 5월 호찌민으로 장소를 옮겼다. 23~25일엔 중국 산둥성에서 부산우수상품전을 열었다.

♣■ H4마이스산업에 눈 돌리는 부산시 부산시는 벡스코를 회의(Meeting)·포상관광(Incentives)·컨벤션(Convention)·전시(Exhibition)의 머리글자를 딴 마이스(MICE)산업의 핵심으로 육성하려 한다. 전시컨벤션센터 방문객들이 잠자고 먹고 즐기도록 해서 지역소비가 일어나게 하겠다는 것이다.

벡스코가 2015년 창립 20돌을 맞아 부산대 산학협렵단과 신한카드 빅데이터센터와 공동으로 조사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설득력이 있다. 설문조사 방식이 아니라 빅데이터를 활용해 2011~2014년 벡스코에서 4년 동안 개최된 행사 방문객 15만여명의 카드 사용액을 분석했더니 2014년 벡스코 방문객의 소비규모는 4338억원이었다. 지역별 소비금액 비중도 부산 외 거주자의 소비규모가 1726억원으로 부산시 거주자의 소비규모 1609억원보다 많았다. 외국인 소비규모도 2012년 197억원에서 2014년 273억원으로 38.6% 증가했다. 2014년 벡스코 행사를 통해 창출된 총생산유발효과는 1조4728억원으로 추정됐다.

함정오 벡스코 대표이사는 “전시컨벤션센터가 지역경제에 기여를 하려면 체류형 관광이 가능해야 한다. 부산은 바다가 가까이 있고 세계 최대 백화점과 영화의 전당 등이 센텀시티 안에 있어서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벡스코가 개선해야 할 점도 있다. 무엇보다 전시공간이 부족하다. 적정 가동률 60~65%에 육박해 1년 전에 예약을 하려고 해도 전시장을 빌리지 못할 수도 있다. 이를 위해 벡스코는 2024년까지 부산 강서구에 전시면적 10만㎡ 규모의 제2 벡스코 건립을 추진한다.

벡스코는 2030년까지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마이스 플랫폼을 꿈꾸고 있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부산의 가치가 아직 외국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는데 벡스코 회의 참가자들이 자국으로 돌아가서 부산을 알리면 부산이 마이스산업의 메카가 될 수가 있다. 벡스코를 중심으로 하는 마이스산업은 부산의 미래 성장동력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부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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