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 풀린듯' 금리 급등..1400兆 가계부채 어쩌나(종합)

김정남 입력 2017. 10. 21. 10:47 수정 2017. 10. 21.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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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물 중심으로 채권금리 급등세..시장은 '멘붕'
12월 인상설에..미국 국채금리 고공행진도 부담
'트럼프 탠트럼' 때처럼..일각서 "당국 조치 필요"
"가계부채 직결된 주담대 금리도 오름 폭 커질 듯"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지난 20일 오전 11시 즈음 서울 시내의 한 증권사. 채권시장을 담당하는 애널리스트 A씨는 한국은행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시장이 왜 이렇게 갑자기 밀리는(하락하는) 겁니까.” 한은 관계자의 물음에 A씨는 짐짓 놀랐다.

당시 채권시장은 갑자기 약세(채권금리 상승) 폭을 키우던 찰나였다. 오전 10시40분 남짓께만 해도 강보합권에서 거래되던 10년 국채선물(LKTBF)은 불과 30분 만에 30틱가량 급락했다. 이후 정오 때 66틱까지 낙폭이 확대됐다. 틱은 선물계약의 매입과 매도 주문시 내는 호가단위를 뜻한다. 틱이 내리는 건 그만큼 선물가격이 약세라는 의미다.

3년 국채선물(KTBF)은 아예 장 초반부터 약세를 보였다.

한은 인사들은 평소에도 시장 참가자들, 전문가들과 이런저런 의견을 나누곤 한다. 하지만 A씨는 “한은에서 시장을 이 정도로 실시간 체크하며 연락이 온 건 처음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은의 강성 매파(통화긴축 선호) 신호에 금리가 급등하자, 한은도 긴장 속에 상황을 주시하는 것 같았다는 게 A씨의 말이다.

또다른 한은 관계자는 “미국 세제개편안의 의회 통과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인식에 (장중 달러 가치가 오르고 미국 금리가 상승하자) 시장이 유독 민감하게 반응한 것 같다”고 말했다.

◇3년 국고채, 3년 만에 최고치 급등

‘고삐 풀린듯’ 금리가 급등하면서 정책당국과 금융시장이 긴장하고 있다.

21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지난 20일 서울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거래일 대비 8.2bp(1bp=0.01%포인트) 상승한 2.088%에 거래를 마쳤다.

3년물 금리가 2.1%에 가까워진 건 2015년 초 이후 근 2년10개월 만에 처음이다. 2015년 1월5일 당시 2.118%에 마감했다. 당시 한은 기준금리는 2.00%. 현재 1.25%와 비교해 0.75%포인트나 높았다.

국고채 5년물 금리도 8.9bp 상승한 2.299%를 나타냈다. 이 역시 2015년 1월2일(2.322%)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3년 가까이 보지 못했던 레벨이다. 10년물 금리도 4.2bp 급등한 2.471%를 나타냈다.

통화안정증권(통안채) 1년물 금리 역시 7.1bp 급등했고, 2년물 금리는 8.8bp 급격하게 올랐다.

채권금리가 급등했다는 것은 채권가격이 급락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금리가 계속 오르는 것은 가격이 아무리 싸져도 팔리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시장 참가자들은 전날 장 초반부터 단기물을 중심으로 손절매를 했다. 말그대로 ‘패닉’ ‘멘붕’이었다고 한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한은이 다음달과 내년 2분기, 두 번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 금리가 급등 중인 것도 이에 기름을 붓고 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 국채 2년물 금리는 현재 연중 최고 수준이다. 지난 20일(현지시간) 1.5722%에 마감했는데, 이는 전거래일 대비 2.54bp 상승한 것이다. 올해 내내 1.2~1.4%에서 움직였다가 어느덧 1.6%대에 가까워지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오는 12월 기준금리 인상 전망이 그만큼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 역시 국내 채권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채권시장 한 관계자는 “단기물 가격은 한 번 급락하기 시작하면 회복이 어렵다”면서 “상황이 계속 이렇다면 당국에서 조치를 취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정부와 한은은 지난해 연말 ‘트럼프 탠트럼(트럼프 발작·금리 급등)’이 나타나자 시장 개입에 나섰던 적이 있다. 한은은 국고채 직매입 조치를 하고 통안채 발행을 축소하면서 시장에 숨통을 틔워줬다. 정부도 국고채 발행 규모를 줄이며 힘을 보탰다.

당국 고위관계자는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면서 “(시장 안정화 조치 여부는) 노코멘트”라고 말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점에서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통화정책방향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주담대 금리도 오름 폭 커질 듯 ”

시장금리 급등은 실물경제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당장 140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부터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는 주로 은행채 금리와 연동돼 있다. 여기에 은행이 각자 정하는 가산금리가 더해져 산정된다. 지난해 말 트럼프 탠트럼 당시 우려됐던 주담대 금리 ‘5% 시대’가 금방 찾아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특히 변동금리 대출자들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는 곧 부동산 경기 하락으로도 이어지고, 실물경제 전반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김규정 NH투자증권 전문위원은 “주담대 금리 오름 폭이 생각보다 커질 수 있다”면서 “대출을 많이 받아 주택을 구입한 경우 이자 부담이 커져 집 처분을 놓고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남 (jung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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