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이노베이션+혁신기업 M&A'로 미래차 기술격차 좁혀야

맹준호 기자 2017. 10. 22.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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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인 코리아 M&A에 달렸다]
<3>개방성이 미래자동차 경쟁력
BMW, 모빌아이와 제휴..도요타도 기업·대학과 손잡아
'대기업-기술벤처 공동연구' 미래차 개발 대세로 자리매김
한국 車산업은 '독자기술 확보' 등 국산화에만 역량 쏟아
폐쇄적인 개발환경 바꿔 커넥티드카 등 핵심기술 확보를
[서울경제] 자율주행차를 중심으로 한 미래자동차 기술 개발에 업종을 망라한 전 세계 주요 기업들이 뛰어들면서 기술표준 선점을 위한 기업 간 제휴와 연합의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불과 30년 전만 해도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자동차 산업의 미래를 결정지을 기술을 앞장서 개발할 것이라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기계 산업의 총아인 자동차는 기계적인 우수성이 가장 중요했다.

그러나 앞으로의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닌 ‘움직이는 데이터 센터’가 돼야 한다. 때문에 ICT 기업과의 공동 연구는 필수다. 안타깝게도 한국 자동차 산업의 미래차 기술 연구는 늦어도 한참 늦었다. 기술 개발 환경의 개방성을 확대해 개발 속도를 높이는 한편 해외 유망 기술 벤처에 대한 인수합병(M&A)을 적극 추진해 핵심기술을 단숨에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픈이노베이션 방식, 이미 대세=미래차 개발을 위해 자동차·전자·통신·인터넷 등 각 분야의 대기업과 기술 벤처가 함께 노력하는 방식은 이미 미래차 연구의 핵심 방식으로 자리잡았다. 스스로 운전하는 자율주행차와 다른 차량은 물론 도로·신호체계 등 차량 이동을 위한 사회 인프라와 통신하는 커넥티드카는 ICT 분야의 도움이 없으면 완성할 수 없다. 사람에 비유하면 뇌와 신경망은 ICT 기업이, 근육·뼈대·심장·혈관 등은 자동차 기업이 담당하는 것이다.

때문에 미래차를 위한 이종산업 간 공동 연구는 상당히 진행된 상태다. 구글은 오는 2020년 실용화를 목표로 LG전자·보쉬·현대자동차·아우디·GM·혼다 등과 협력·제휴하고 있다.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분야 세계 1위인 이스라엘의 모빌아이는 이미 세계 주요 자동차 업체와 손잡고 자동차의 미래상을 제시해나가고 있다. 암논 샤슈아 모빌아이 창업자는 지난 17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을 만나 자율주행 분야에서 협력을 더욱 강화하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다른 기업들의 인공지능(AI) 기술, 카메라 및 초음파 기술 등을 융합해 미국 네바다주에서 세계 최초로 자율주행차 운행 면허를 받았다. BMW는 2015년 중국 바이두와 중국 도로에 맞는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한 데 이어 모빌아이·인텔과 파트너십을 맺고 연구를 전개하고 있다.

공유경제 기업인 우버(Uber)도 뛰어들었다. 우버는 미국 카네기멜런대 로봇센터와 제휴해 자율주행 기술을 연구하고 있는데 이들은 기존 차에 자율주행 키트를 장착하는 형태의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다른 업종의 기업들이 미래차 기술 개발에서 오히려 주도적 역할을 하게 되자 일본 도요타는 오픈이노베이션 프로젝트인 ‘도요타 넥스트’를 추진하고 나섰다. 자동차 관련 기술과 아이디어가 있다면 개인·기업·대학 등 누구나 도요타의 우산 아래에서 연구에 참여하고 성과를 나눌 수 있다. 외부 역량을 적극 수용하되 개발을 위한 ‘빅 텐트’는 도요타가 직접 치겠다는 구상이다.

◇한국 車 산업, M&A로 기술 격차 좁혀야=문제는 한국 자동차 산업이다. 현대·기아차는 일본으로부터 기술을 배워 빠른 시간 내 세계 5위권 자동차 업체로 도약했지만 ICT, 크게는 AI와 결합한 미래차에 대한 그림을 그리는 데는 한발 늦었다. 특히 한국 자동차 산업은 일본으로부터의 기술 독립을 이룬 뒤에는 ‘기술 자체 개발’과 ‘국산화’에만 역량을 쏟았다. 과거에는 무엇이든 자체 개발하는 것이 유리했지만 미래차 분야에서는 이 같은 방식으로는 답을 찾기 어렵다.

후발주자들이 선도기업과의 격차를 좁힐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M&A이다. 현재 중국 기업들이 미래차 분야 기술을 가진 벤처기업을 인수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최근 한국 자동차 산업에서도 ‘자체 개발’ 문화에서 벗어나 기술 기업 M&A를 검토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정 부회장은 얼마 전 “앞으로는 자동차 회사와 ICT 기업과의 M&A가 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역량을 키우고 문화를 바꾸는 것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집중하는 중”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는 폐쇄적인 한국 자동차 산업의 기술 개발 환경을 바꿔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4월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통해 커넥티드카 기술을 선점한다는 전략을 공개했다. 아울러 혁신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M&A가 추진된다면 미래차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힐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황영배 전자부품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좋은 기술을 선점하는 기업이 가격 경쟁력이나 브랜드 가치 측면에서 우위를 갖고 미래 자동차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맹준호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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