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데이터로밍 요금 낮추는 통신사들.. 지금껏 못한 이유는?

이창균 입력 2017. 10. 23. 19:24 수정 2017. 10. 24.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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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24일부터 종량 요금 87% 인하키로
SKT와 LGU+도 추가 요금 인하 움직임
"해외 사업자와의 협의 쉽지 않아 늦어져"
일각선 "매출 감소 미미해 카드로 꺼내"
해외로 나간 소비자 입장에선 ‘비싸게만 느껴지는’ 데이터 로밍 가격 인하에 시동이 걸렸다. 데이터로밍 과금 방식은 종량제(기본요금 없이 사용량에 따라 요금 부과)와 정액제(요금제)로 나뉘는데 종량 요금 할인에 초점을 뒀다. KT는 24일부터 미국∙중국∙일본 등 176개국에서 데이터로밍 종량 요금을 내리고 상한선도 개편한다고 23일 발표했다.
여행객들로 북적이는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통신사들이 해외 데이터로밍 요금 인하에 나서고 있어 많은 여행객들이 요금 부담을 조금은 덜 수 있을 전망이다. [중앙포토]
우선 종량 요금이 기존 패킷(0.5KB)당 2.2원에서 0.275원으로 87%가 낮아진다. 부가서비스를 쓰지 않는 조건에서다. 임채환 KT 무선서비스담당은 “현재 국내 표준 요금제의 데이터 이용 요금이 패킷당 0.275원”이라며 “해외에서도 국내와 같은 값에 데이터를 쓸 수 있도록 값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달에 5만5000원이던 종량제 상한선(그 이상의 데이터를 쓰면 자동 차단)은 폐지되고, 대신 하루 상한선 1만1000원과 월 상한선 11만원이 신설된다. 해외에서 1만1000원어치 데이터를 다 쓰더라도 당일 추가 요금을 내는 대신 200kbps(초당 KB) 이하의 속도로는 계속 데이터 이용이 가능해진다. 또 종일 데이터를 쓰고 일 단위로 계산하는 정액제 요금제 하나가 추가로 생겼다. 신설되는 ‘데이터로밍 하루종일 투게더’를 쓰면, 기존 하루 1만1000원(데이터로밍 하루종일제)을 내는 신청자에 얹어서 최대 3명이 추가로 한 명당 하루 5500원을 내고 데이터로밍을 온종일 이용할 수 있다. 그렇게 4명까지 묶일 수 있다.

앞서 다른 통신사들도 데이터로밍 종량제 인하, 또는 인하 개념의 요금제 신설에 나선 바 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패킷당 4.55원이었던 종량제 요금을 2.2원으로 56% 낮췄다. 지난달엔 ‘T로밍 함께 쓰기’ 요금제를 새로 내놨다. 최대 5명이 세계 65개국에서 데이터 3GB를 월 5만5000원에, 6GB를 월 7만7000원에 10일간 공유할 수 있다.

LG유플러스도 지난 7~8월 휴가철 성수기에 미국∙중국∙일본 3개국에서 기존 대비 반값의 데이터로밍 요금제를 프로모션 차원에서 제공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추가 인하 방안도 적극 검토 중”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KT의 이번 개편안 발표를 계기로 3사 모두에서 데이터로밍 요금 할인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3사뿐인 국내 통신업계 구조상 요금 할인을 특정 사업자만 하고 다른 곳들이 안 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다만 일각에선 “이렇게 얼마든지 가능했던 데이터로밍 요금 할인인데 통신사들이 지금껏 왜 하지 못했느냐”며 의문을 제기한다. 일단 표면적으로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 수많은 통신사업자들과 일일이 조율해서 가격을 정해야 하는 애로점 때문이라는 게 이통사 측의 설명이다. 로밍의 특성상 국내 이통사가 해외 사업자에게 국내 이용자가 쓴 요금을 정산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성준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에선 통신 관련 요금을 정할 때 사업자가 정부 인가를 받으면 되지만, 해외 로밍 요금은 사업자들 간 계약에 따라 결정된다”고 말했다. KT의 경우 176개국 사업자들과 협의하다 보니 개편안이 오래 걸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좀 더 들여다보면 다른 해석도 나온다. 매출 타격을 우려해 주저하던 통신사들이 종량제 데이터로밍 요금을 내려도 ‘크게 무리 없겠다’는 계산을 끝냈다는 시각이다. 익명을 요구한 이통업계 관계자는 “데이터로밍 이용자의 95% 이상은 요금 폭탄을 맞을 가능성이 큰 종량제가 아닌 정액제를 쓴다”며 “종량제 가격을 대폭 인하해도 통신사 입장에선 매출 타격이 의외로 크지 않아 해볼 만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했다. 사회적으로 통신비 인하 요구 목소리가 높아진 상황에서 타격은 적되 홍보 효과는 큰 데이터로밍 종량제를 ‘카드’로 꺼내들었다는 얘기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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