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공장'로봇의 역습'.."600명이 하던 일 10여명이.."

2017. 10. 2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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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 생산비 절감위해 자동화 확대
인건비·재료비 크게 절감 이익률 개선
신발업계 리드타임 3~4주로 단축 가능

아디다스도 獨 자동화공장 운영 성공
‘스피드 팩토리’ 애틀란타에도 들어설 듯
ILO, 동남아권 일자리 56% 대체 전망

세계적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 등이 생산비 절감 등을 위해 자동화(로봇) 공정을 늘려가고 있다. 이에 아시아를 중심으로 비숙련ㆍ저임금 근로자들의 실직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전했다. 

나이키는 지난 25일(현지시간) ‘투자자의 날’ 행사에서 글로벌 제조업체 ‘플렉스(Flex)’와 2015년부터 이어온 파트너십 내용을 소개했다. 이어 라틴아메리카 등지에서 플렉스의 자동화 공정을 늘려가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에릭 스프런크 최고운영책임자(COO)는 플렉스의 자동화 공정을 활용하면 2018 회계연도엔 북미지역에서만 신발 300만 켤레를 생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나이키화 25% 이상을 리드타임(상품 완성까지 걸리는 시간)이 짧고 유행에 민감한 ‘반응형 모델’(responsive model)로 생산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FT는 자동화 공정이 확산되면 나이키가 누릴 경제적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했다. 시티뱅크 애널리스트들은 플렉스 제조 공정을 활용해 ‘에어맥스 2017’ 운동화를 생산할 경우, 인건비와 재료비가 각각 50%, 20%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마진율은 12.5% 포인트 올라 55.5% 수준이 될 전망이다. 또 플렉스 공정으로 북미 신발 판매량의 30%를 생산할 경우, 나이키는 인건비 및 재료비를 4억 달러(약 4500억 원) 가량 절약할 수 있다. 


나이키가 자동화 공정에 속도를 내는 건 비용 때문 만은 아니다. 유행에 민감한 소비자층에 양질의 상품을 신속하게 제공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패스트 패션(최신 유행을 반영해 빠르게 제작ㆍ유통하는 의류) 시대가 도래했지만, 스포츠 브랜드는 기능성 운동화 등의 제작 공정이 더 복잡해지면서 리드타임이 오히려 길어지고 있다. 전통적 공정에서 신발 하나를 만들려면 10가지 크기의 200개 조각을 손으로 일일이 잘라 이어붙여야 했다. 플렉스 공정에선 레이저가 재료를 절단하고 로봇이 이를 접착시킨다. 통상 몇 개월 수준인 신발업계 리드타임을 플렉스는 3~4주로 단축시킬 수 있다. 

경쟁 브랜드 아디다스도 독일에서 자동화 공장 ‘스피드 팩토리(Speedfactory)’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직원 600명이 하던 일을 단 10여 명이 담당한다. 리드타임 축소 등을 목표로 미국 애틀란타에도 조만간 두 번째 자동화 공장이 들어설 전망이다. 비숙련ㆍ저임금 노동인력을 다수 보유한 국가들은 로봇에 일터를 뺏기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10~20년 뒤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베트남 등에서 일자리 56%가 자동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노동집약적 산업인 의류 및 신발 제조 분야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나이키는 제품 대부분이 아시아 지역에서 생산된다. 신발 제조 라인의 근로자 75% 이상이 베트남, 인도네시아, 중국에 집중돼 있다. 신발 제조 인력은 15개 국가, 49만3000명 수준이다. 그룹 내 다른 제품까지 포함하면 나이키 전체 인력 규모는 42개 국에 걸쳐 102만 명에 달한다.

나이키 측은 최근 매출 상승세를 이어간다면 현재 인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했다. 스프런크 COO는 “공정 자동화가 노동 기반에 영향을 미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다른 많은 공정에 여전히 제조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실직자가 발생할 것으로 생각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ILO 최근 보고서 역시 로봇을 유지ㆍ관리하는 등 공정 자동화에 따른 인력이 요구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ILO 보고서는 “새로운 일자리는 생기겠지만 훈련된 인력 만이 이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이혜미 기자/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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