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죽음의 땅, 풍계리.. 항문 없는 기형아 낳고 나무도 안 자라"

김명성 기자 2017. 11. 6.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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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차례 핵실험' 北 길주군 출신 탈북자 21명 증언 들어보니..]
- 北 "방사능 누출 없다"지만..
탈북민 "우물이 모두 마르고 두통 등 원인 모를 '귀신병' 고통
黨진상품이던 산천어 씨 마르고 송이버섯은 진상품 목록서 빠져"
- 길주 주민들 평양 출입도 금지
"풍계리 흙·물 소지한 주민들 열차서 잡혀 정치범 수용소로"

북한이 여섯 차례 핵실험을 실시한 함경북도 길주군 일대가 '죽음의 땅'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길주군 출신 탈북자들은 "나무를 심으면 80%가 죽고, 우물이 말랐다. 기형아 출생도 생겼다"고 증언했다. 북한은 핵실험을 할 때마다 "방사능 누출이 전혀 없었고 주변 생태에 어떤 영향도 주지 않았다"고 했지만 실제 주민들의 증언은 이와 많이 다른 것이다.

탈북민이 참여한 북한 연구 단체 샌드연구소(구 통일비전연구회·대표 최경희)가 작년 7월부터 올 9월까지 길주군 출신 탈북민 21명을 심층 면담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풍계리와 인근 주민들은 여섯 차례 핵실험으로 다양한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길주군 출신 탈북자 A씨는 "길주군의 산부인과 병원에서 항문과 성기가 없는 기형아가 출생했다는 얘기를 길주의 친척으로부터 들었다"고 말했다. 탈북자들은 "길주는 핵실험 장소인 풍계리 만탑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한데 모이는 바가지 모양의 지형이기 때문에 길주군 주민들은 모두 풍계리에서 내려오는 물을 먹는다"며 "방사능오염이 걱정된다"고 했다. 이 지역 탈북자 B씨는 "길주에 남은 가족과 통화했는데, 6차 핵실험 직후 풍계리 우물이 다 말랐다는 얘길 들었다"고 했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력학부 교수는 "풍계리 지반 붕괴로 위가 함몰했기 때문에 밑에는 완전히 금이 갔을 것이고, 지하에 큰 공동이 생겨서 지하수가 모두 밑으로 빠졌을 가능성이 있다" 며 "토양까지 방사능에 오염되는 문제가 생겼을 것"이라고 했다.

길주 출신 탈북민들은 북한이 핵실험을 실시할 때 일반 주민들에게는 제대로 알리지 않는다고 증언했다. 풍계리에서 2차 핵실험까지 경험했다는 C씨(2010년 탈북)는 "1차(2006년 10월), 2차 핵실험(2009년 5월) 당시 풍계리에 있는 군관 가족만 갱도에 대피시켰다"며 "일반 주민들에게는 전혀 알리지 않았다"고 했다. 풍계리에는 핵실험장을 관리하는 군인들과 군 소속 농장에 소속된 농민 일부가 거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C씨는 "핵실험 전에 (핵물질을 주입하지 않고 기폭장치 성능을 실험하는) 고폭 실험을 두 번 정도 하는데 주민들을 동원해 구덩이를 깊게 파고 폭발 실험을 한다"며 "풍계리에서 강물에 팔다리가 다 잘려나간 시체가 둥둥 떠내려 오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고도 했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은 "외국의 경우에도 고폭 실험을 하면서 인명 피해가 발생한 사례가 있다"면서 "인명을 경시하는 북한에서 고폭 실험을 하면서 얼마나 안전을 고려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북한의 잦은 핵실험으로 길주 지역 특산품이던 산천어와 송이버섯이 사라졌다는 증언도 나왔다. 길주 출신 탈북민 D씨는 "1980년대부터 길주의 특산품인 산천어와 송이버섯이 (중앙당 고위 간부들에게 진상하는) '9호 물자'로 평양으로 올라갔는데 2006년 핵실험 이후 이들이 진상품 목록에서 빠졌다"며 "최근 핵실험으로 산천어 씨가 말랐다는 얘길 들었다"고 했다. 길주군 산림 공무원 출신 탈북민 E씨는 "길주 지역 산에 묘목을 심으면 80% 이상이 죽는다"며 "제대로 심지 못한 부분도 있겠지만 다른 지역에 비해 더 많이 죽는다"고 했다. 길주군 주민들은 원인을 알 수 없는 귀신병(두통)으로 고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북한 당국은 길주군 주민들의 평양 출입을 막고 있다. 6차 핵실험 이후 함경북도 길주를 다녀왔다는 대북 소식통은 "평양의 대형 병원에 예약했던 길주 주민들이 6차 핵실험 이후 평양 출입을 거부당했다"고 전했다. 북한은 길주군의 실상이 외부에 전해지는 것도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 B씨는 "풍계리와 길주의 흙과 물, 나뭇잎 등을 갖고 국경으로 가던 주민들이 열차에서 체포돼 정치범 수용소에 갔다"고 했다.

한편 통일부는 지난달부터 길주 출신 탈북민 30명을 대상으로 방사능 피폭 검사를 실시 중이다. 정부 관계자는 "연말쯤 검사 결과가 나오면 후속 대책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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