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충돌없이 원만한 대북메시지 도출..한국 '합격점'

이진명,박만원,정욱,박태인 2017. 11. 10.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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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국회연설 한국이 유일..'코리아패싱' 우려 해소했지만 '인도·태평양' 또 선택 기로에
中, 280조 역대급 선물보따리..북핵 관련 美압박 수위 낮추고 무역 이슈도 교묘하게 넘겨
인도·태평양라인 관철시킨 日..트럼프 순방 최대 수혜자 평가, 무역 '숙제'..과잉의전 논란도

◆ 한중일 트럼프회담 손익계산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아시아 순방이 한·중·일 3국과의 정상회담을 마치고 반환점을 돌아섬에 따라 이들 3국의 손익계산이 분주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첫 방한을 치러낸 한국은 정상회담과 의전 성과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사드 갈등 등 껄끄러운 요소들은 피해가면서도 북한에 대한 만족스러운 메시지를 도출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회 연설을 통해 군사적인 조치가 아닌 경제적 압박을 통해 대화의 테이블로 이끌어 내겠다는 의도를 밝히면서 문재인정부와의 갈등 요소를 차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강경 발언을 자제함으로써 문재인정부의 대북정책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기지를 함께 방문하면서 그간에 제기됐던 두 정상 간의 불협화음을 안정시켰다는 평가도 받았다.

돌출 발언을 일삼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한국민의 신뢰를 회복한 것도 한미 양국의 성과 중 하나다. CNN 등 미국 언론들은 "한국인들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달라졌다'는 평가를 내렸다"고 보도했다.

한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신뢰와 존중의 표현에 대한 반대급부로 42개 기업이 향후 4년간 미국에서 173억달러 규모의 사업을 추진키로 하는 등 총 748억달러 규모의 투자와 미국 상품 구입 약속을 했다.

미국산 무기 구매 계획도 발표했다. 하지만 무기 구매는 어차피 예정된 수순이었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동북아연구실장은 "무기 구매로 한미 FTA 개정 일부를 막았다"면서 "한국이 외교를 가장 잘한 편"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한국은 내실을 다진 반면 이번 정상회담으로 한·중·일 3국 중 가장 큰 '숙제'의 부담을 짊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미국·일본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전략'에 동참할 것을 압박한 점이 뒤늦게 공개됐기 때문이다. 최근 사드 갈등을 봉합하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한중 정상회담을 하는 데 이어 올 연말에도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한국으로선 중국에 부담이 되는 인도태평양전략을 미국, 일본과의 협력을 위해선 피할 수 없는 기로에 처할 전망이다. 이는 잘못 관리할 경우 마치 '사드 갈등 2탄'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어 한국 외교로선 큰 부담이다.

일본은 무역을 일부 내주면서 외교적으로 비약적인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예상치 못한 무역 압박을 받았지만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주창했던 '인도태평양전략'을 트럼프 정부의 외교독트린으로 공식 선택하게 하는 큰 성과를 이뤘다는 평가다.

인도태평양 구상은 아베 총리가 작년 8월 케냐에서 열린 아프리카개발회의 기조연설에서 발표한 외교전략으로 미국, 일본, 인도, 호주 4개국이 중심이 돼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항행의 자유와 법의 지배, 공정하고 호혜적인 무역 등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이는 결국 미·일 중심의 중국 포위 전략으로 미·중·일과 균형적인 외교를 추구하는 우리로선 애매한 측면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아시아 순방에서 아베 총리가 개발해낸 이 전략을 내내 주장하며 공식적인 미국 외교전략으로 자리매김했음을 확정적으로 보여줬다.

일본 언론들은 "아시아 지역 역학관계에서 미국과 함께 일본이 주도권을 쥘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물론 일본에 트럼프 대통령이 내민 청구서가 만만치 않다. 당장의 화살을 무기 추가 구입으로 막아냈지만 내년 가을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압박을 해올 것이란 점이 부담이다.

가장 껄끄러웠던 통상 분야에서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습에 완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와의 관계에 대해 "이보다 좋은 적이 없었다"고 치켜세우며 "무역이 공정하지 않다"고 압박을 가해 일본으로부터 무기 추가 구입 약속을 받아냈다. 미국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에 대해 신뢰를 바탕으로 큰 부담 없이 통상 압박을 가했다"면서 "동맹관계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실리를 챙겼다"고 평가했다. 과도한 의전에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아베 총리를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적 노예'라고 표현했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제재와 균형무역이라는 압박의 공세로부터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북핵 해법을 둘러싼 양국 갈등이나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에 대한 대립을 수면 아래로 가라앉히고 미·중 관계의 우호적 관리를 과시했다는 점에서 중국 외교당국과 관영언론은 한껏 고무됐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와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는 '중·미 정상 소통 강화로 양국관계 발전 시동' '미·중 관계 새로운 역사적 출발점'과 같은 제목을 달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에게 2535억달러짜리 경협 보따리를 안기고 받아든 성과치곤 궁색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중국이 그동안 미국 측에 요구해온 현안은 대략 3가지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신형 대국관계' 구축이다. 미국에 버금가는 신흥 강대국으로 중국의 위상과 역할을 인정하라는 건데,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에서 '립서비스'로 "중국과 세계 현안을 함께 풀어나가겠다"고 했을 뿐 공식 발표문에서는 이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또 하나는 중국에 대한 시장경제국가 인정인데, 이 부분 역시 이번 회담에서 진전이 없었다. 마지막은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 금지다. 반중 독립성향 대만 정부가 미국산 전투기 수입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중국은 트럼프로부터 이에 대한 명확한 답을 얻어내지 못했다.

미국으로서도 중국에서는 북핵 문제 해결 방안에 대해 서로의 시각차를 확인하면서 새로운 진전을 이뤄내지 못한 것을 아쉬움으로 지적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기대와 달리 시진핑 주석에게 대북 원유 제공 중단 등 북한에 대한 강화된 압박 조치를 요구하지 못했다. 중국에서 2535억달러에 달하는 미·중 경협 계획을 발표한 것 정도를 성과로 꼽고 있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 도쿄 = 정욱 특파원 / 서울 =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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