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위 조절하는 北美..대화 국면 노크하나?

CBS노컷뉴스 김학일 기자 입력 2017. 11. 12. 13:09 수정 2017. 11. 12.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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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반발수위' 조절 vs 美 "김정은과 친구되려고 노력 중"
(사진=자료사진)
북한을 '낙원이 아니라 그 누구도 가서는 안 되는 지옥'이라고 비판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국 국회연설에 대해 북한은 강대강의 정면 대응이 아니라 반발 수위를 조절한 외무성 대변인 담화 형식으로 대응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9월 유엔총회에서 '북한완전파괴' 발언 연설을 하자, 북한 김정은 노동당위원장이 직접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을 '늙다리 미치광이'라고 비판한 것과는 차이가 있다.

두 달 가까이 핵·미사일 도발을 멈추고 사태를 관망하는 북한의 최근 움직임과 맥락을 같이하는 대응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미국과 북한은 메시지가 오가는 2~3개 채널을 가동하고 있으며, 서로가 결국 '그래, 첫 대화를 할 때가 됐다'고 할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 김정은 위원장을 향해 "난 그의 친구가 되기 위해 매우 노력하고 있다. 언젠가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북한과의 물밑 대화 채널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조셉 윤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 대표가 최근 '북한이 약 60일간 핵·미사일 실험을 중단하면 이는 미국이 북한과 직접 대화를 재개할 필요가 있다는 신호'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져 눈길을 끌고 있다.

북한은 지난 9월 15일 중거리 탄도미사일 화성 12형을 발사한 뒤 12일 현재 58일째 도발을 멈추고 있다. 이틀 뒤인 14일은 조셉 윤 특별대표가 언급한 '북한 도발 중단' 60일째를 맞는 날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을 계기로 북미대화와 남북대화 등 국면전환의 조짐이 나타날지 주목된다.

◇ 반발 수위 조절한 北 외무성 대변인 담화

북한은 11일 트럼프 대통령의 한중일 순방 하루 만에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발표했다. 외무성 대변인은 담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만이 아니라 한국 국회에서의 연설에 대해 거론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트럼프가 지난 9월 유엔총회 마당에서 우리 공화국의 절멸이라는 미치광이 나발을 불어댄 데 이어 이번에는 우리의 사상과 제도를 전면 거부하는 망발을 늘어놓으면서 우리 국가를 '악마화'하여 우리 정부와 인민을 갈라놓고 조선과 국제사회를 대치시켜보려고 꾀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대변인은 이어 "트럼프가 미국의 '압도적인 힘의 우위'요, 미국은 '힘으로 평화를 지키겠다'고 떠들어댔는데 미국과 실제적인 힘의 균형을 이루어 우리의 자주권과 생존권, 발전권을 지키려는 것이 우리 공화국의 립장”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비난은 "군사적 이단국가", "종교집단처럼 통치되는 국가" "북한은 낙원이 아니라 그 누구도 가서는 안 되는 지옥" 등으로 북한을 비난하며 "힘으로 평화를 지키겠다. 미국을 과소평가하지 말고 시험하지 말라"고 경고한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직접 겨냥한 대목이다.

그러나 북한은 이날 성명보다 급이 낮은 담화라는 형식을 취했다. 비난이나 반발의 수위도 예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고, 담화의 분량도 비교적 짧았다.

북한은 12일 노동신문에도 '세계 평화 파괴자의 몰골을 드러낸 트럼프의 아시아 행각'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지만, 신문의 마지막 6면 하단에 기사를 배치하는 등 크게 부각시키지는 않았다.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은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늙다리 전쟁미치광이' '늙다리 수전노' '테러 왕초'와 같은 상투적인 용어의 비판을 가하고 있지만, 지난 9월 김정은의 직접 성명과는 달리 이번에는 미국에 대한 반발 수위를 조절해 강대강의 정면 대치를 피했다는 관측이다.

◇ 트럼프 "김정은은 왜 나보고 늙었다고 모욕하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올린 트위터에서 북한 김정은 위원장에게 말을 건넸다.

트럼프 대통령은 '늙다리 미치광이'라는 북한의 비판을 겨냥해 "나는 그를 키 작고 뚱뚱하다고 말한 적이 없는데 왜 그는 나를 '늙었다'고 모욕을 하는 것일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난 그의 친구가 되기 위해 매우 노력하고 있다. 언젠가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친구가 되려고 노력 한다'는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8일 한국 국회 연설에서 북한 체제를 강력 비판하며 '최대 압박'을 강조하면서도. 비핵화 대화를 촉구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10일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이동하는 비행기 안에서 수행 기자들과 만나 "북미간에 메시지가 오가는 2~3개 채널이 가동되고 있다"며, "미국과 북한이 서로 '그래, 첫 대화를 할 때가 됐다'고 할 날이 결국은 올 것"이라고 말했다.

틸러슨 장관은 다만 북미 대화를 위해서는 "김정은이 만남을 원한다는 표시를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워싱턴포스트지는 9일 조셉 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최근 미국 외교협회 행사 발언을 공개하며 북한이 60일 동안 핵·미사일 도발을 중단하는 것을 전제로 미국 국무부가 북한과 직접 대화에 나서기 위한 계획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조셉 윤 대표는 지난달 30일 미국외교협회(CFR) 행사에서 북한이 약 60일간 핵·미사일 실험을 중단하면 이는 미국이 북한과 직접 대화를 재개할 필요가 있다는 신호라고 밝혔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7일 한미정상회담을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협상 테이블로 나와서 우리와 합의를 하는 것은 북한 주민들에게도 좋고 전 세계 시민들에게도 좋다고 생각한다"면서 "저는 이 부분에서 특정한 움직임(certain movement)을 보고 있다.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두고 보겠다"고 말한 바 있다.

북한은 지난 9월 15일 중거리 탄도미사일 화성 12형을 발사한 뒤 12일 현재 58일째 도발을 멈추고 있다.

조셉 윤 대표가 언급한 '도발 멈춤 시계'가 언제부터 작동했다고 봐야하는지는 확인되고 있지는 않지만, 14일은 어쨌든 북한이 핵미사일 발사를 멈춘 지 60일째를 맞는 날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을 계기로 북미대화와 남북대화 등 국면전환의 조짐이 나타날지 주목된다.

한 북한 전문가는 "예전의 극한 대결에 비해 북한과 미국이 서로 주고받는 양상"이라며 "미국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북한 군부 일부에까지 압력을 만들어내는 등 제재 효과를 확인한 만큼 이제 군사적 대응의 '강성포위전략'이 아니라 최대 압박과 제재의 '연성포위전략'으로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나오도록 압박하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신중론도 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는 "북미간에 접촉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의미있는 접촉은 아닐 것"이라며 "북한이 몰아치기식 도발을 하지 않는 것은 정치적 요인이라기보다는 핵무력 완성을 위한 기술적인 요인 때문으로 연내에 한 두 차례 ICBM 시험발사를 한 뒤 핵군축 대화를 제기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CBS노컷뉴스 김학일 기자] khi@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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